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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기관 물갈이]①황영기, 삼성 꼬리표 연임 '제동'

  • 2017.12.05(화) 13:42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돌연 연임 포기
유상호·최방길·홍성국 등 유력 후보 물망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의외라는 반응이다. 황 회장이 지난 2년 10개월의 재임 기간 중 금융투자업계를 잘 대변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본인도 연임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후 물갈이 분위기를 넘지 못했다. 삼성 꼬리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압력성 발언을 행사한 사실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다.  

차기 금융투자협회장으론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비롯해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와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대표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 돌연 연임 포기…삼성 꼬리표 걸림돌

금융투자업계에선 그동안 황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자본시장발전 30대 과제 제시를 비롯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와 기업신용공여 제도 개선, 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 굵직한 현안들을 뚝심 있게 추진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컸다. 최근 각종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연임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황 회장은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4일 금융투자협회 기자들과 만나 "내년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황 회장은 연임 도전을 포기한 이유로 정부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황 회장은 "현 정부를 꾸리고 운영하는 분들과 제 가치관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외교 용어로 저는 척결 대상이나 사형 대상은 아니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와 같았다"고 꼬집었다. 

새 정부가 재벌 개혁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황 회장의 삼성 꼬리표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주진형 옛 한화투자증권 사장 측에 압력성 전화를 한 사실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들이 그룹의 후원을 받아 협회장에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일이 또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 유상호·최방길·홍성국 등 유력 후보군

황 회장이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차기 협회장 후보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기 협회장은 이달 말부터 후보 신청을 받아 다음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임시총회에서 최종 선출된다. 증권사 56개, 자산운용사 169개, 선물사 5개, 부동산신탁사 11개사 등 회원사들이 자율 투표로 선임한다.

유력 후보론 우선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꼽힌다. 본인은 일단 협회장 출마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사장만 10연임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을 상위권으로 키워온 만큼 협회장 자리가 충분히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꾸준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와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대표 등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최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금융투자협회장 자리에 도전한 바 있으며, 최근엔 거래소 이사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2014년 말 KDB대우증권 사장을 맡았으며, 2016년 미래에셋대우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사장도 물망에 오른다. 정 전 사장은 흥국증권과 NH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 총 4개 증권사 대표를 두루 역임한 만큼 금융투자업계 사정에 밝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부에선 2004년 한국증권업협회 회장을 시작으로 2009년 금투협 초대 회장까지 8년간 협회를 이끈 황건호 전 협회장이 또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봉수 전 거래소 이사장과 이철환 전 거래소 시장감시본부장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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