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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착하게 살자'론 안 된다

  • 2017.12.06(수) 06:33

임원간 관계 설정이 관건…손태승 결단 주목

'착하게 살자.'

한때 인기였던 조폭 소재 영화 속 인물들은 이런 문구를 몸에 새기고 있었다. 험악한 외모와 대조되면서 폭소를 자아내던 모습이다. 착하게 살기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순진무구함도 웃음을 줬다.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에 웃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지난 1일 기자 간담회에서 상업과 한일은행 출신 구분 없이 성과 중심의 인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일만 잘하면 승진시켜주니 서로 싸울 필요 없다는 '착한 인사'다.

사실 전임 이광구 행장도 성과 중심 인사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지난 1월 연임하면서 '흑묘백묘론'을 꺼내며 인사 시스템 개선 TFT를 만들었다. 이 TFT에선 임원 인사 때 출신은행 동수 원칙을 없애고 본부장 승진대상에 상위 30% 이상의 실적을 낸 지점장을 올리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럼에도 반대파와 갈등 끝에 중도 퇴진 수순을 밟았다. 성과 중심 인사가 계파 갈등 해결에 큰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물론 상업과 한일은행 세대가 퇴직할 때까지 손 놓고 있을 순 없으니 우리은행의 사정도 이해가 간다.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나을지도 모르겠다. 


조직 전체의 피로감을 키우는 방안이라면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은행은 이미 성과주의를 충분히 도입한 상태다. 여타 은행들과 달리 지난해 정부의 성과연봉제 추진에 별다른 반발이 없었을 정도다. 

성과주의를 더 강화하면 불필요한 평가항목만 늘면서 실적 압박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계파 갈등과 상관 없는 대다수 직원들이 임원들간 다툼의 불똥을 맞는다는 지적이다.

성과 중심 인사보다는 임원들간 관계 설정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이 행장은 경쟁자였던 한일은행 출신 임원을 유임시키는 아량을 보였지만 이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어설픈 착한 척은 결국 갈등을 추스르지 못한 채 조직에 상처를 남겼다. 갈등세력을 안고 간다면 통 크게 포용하던지, 아니면 도려냈어야 했다.

임원 인사를 앞두고 손 내정자가 보여줄 결단에 관심이 쏠린다. 인사에 정해진 답은 없다. 다만 '착하게 살자' 수준인 성과주의 원칙을 새삼 강조하는데 그쳐선 안 된다. 계파 갈등은 손도 못 댄 채, 정말 착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만 힘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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