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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發 고가 데이터요금 논란, 팩트체크 해보니

  • 2017.12.06(수) 17:18

한국 41개국 중 데이터요금 가장 비싸
"특수성 고려없이 분석…신뢰성 떨어져"

우리나라의 데이터 통신 요금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비싸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신 요금이 비싸다는 지적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주요국 가운데 최고가에 해당한다는 이례적인 결과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번 분석은 다양하고 복잡한 각국의 요금제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국내 통신사들의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현실과 동떨어진 분석 결과로 이어져 정확성은 물론 보고서 자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6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핀란드의 경영컨설팅 업체 리휠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유럽연합(EU)에 속한 41개국 가운데 4세대(4G) 통신 서비스의 1기가바이트(GB) 당 요금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 핀란드의 경영 컨설팅업체 리휠은 국내 데이터 통신 요금이 41개국 가운데 가장 비싼 13.4유로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2009년 설립한 리휠은 주로 유럽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자와 규제기관, 정부 등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매년 상하반기에 각국의 데이터 요금제 보고서를 내놓는데 한국은 매번 가장 비싼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소 월 1000분(16시간) 이상 무료통화와 HD급 비디오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속도(초당 3메가비트:Mbit/s)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기준으로 조사했다.

 

이 결과 한국은 1GB 당 데이터 요금이 13.4유로(한화 1만7000원)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비싼 축에 속하는 캐나다(12.1유로)와 미국(9.6유로), 일본(5.7유로)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이다. 

 

반면 핀란드는 1GB 당 데이터 요금이 0.3유로(387원)로 41개국 가운데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U 평균인 2.4유로에 비해서도 저렴한 수치다. 한국 요금에 비해선 무려 4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아울러 한국은 30유로(한화 3만8000원) 이하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통신양이 1GB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했다. 아예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은 그리스와 헝가리, 몰타 다음으로 적은 양이다. 이는 100GB 이상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핀란드와 덴마크, 아일랜드 등과 대조된다.

 

이 같은 결과는 기존에 알려진 세계 각국의 통신요금 비교 분석 보고서들과 내용이 크게 다르다. 특히 핀란드는 데이터 요금이나 제공량이 가장 저렴하고 풍부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한국은 가장 비싸고 박하게 조사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국내 통신사들은 분석 방식이 적정하지 않다며 보고서 내용에 대해 하나같이 회의적인 반응이다. 우선 한국의 데이터 요금이 1GB 당 1만7300원으로 가장 비싸다는 결과에 대해선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선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보편화되어 있다. 리휠은 이를 감안하지 않고 음성통화 중심의 요금제로 분석했기 때문에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통신요금은 구간별로 데이터 요금이 급격히 떨어지게 설계됐기 때문에 이 같은 분석이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예를 들어 KT의 '54.8요금제'는 월 5만4890원에 6GB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1GB당 데이터 요금은 약 9000원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이보다 1만원 가량 비싼 65.8요금제(월 6만5890원, 최대 72GB 제공)에선 1GB당 요금이 10분의 1 수준인 915원으로 뚝 떨어진다.

 

국내에선 25% 요금할인(이른바 선택약정할인)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요금은 더욱 내려앉게 된다. 이번 조사 대상에 요금이 더 저렴한 알뜰폰(MVNO) 상품이 빠졌다는 점도 지적된다.

 

리휠 보고서는 이른바 중간값 방식으로 계산하고 있어 국가별 요금 비교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휠은 통신 요금을 국가내 업체별 중간값(median)으로 비교했다. 

 

즉 각 국가 내 출시된 요금제 전부를 목록화해서 데이터당 월정액의 중간 값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는 각 국가에 출시된 요금제 수와 요금제 금액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보고서 내용대로 우리나라는 12개 요금제의 데이터당 월정액 중간 값을 1만7405원으로 잡았다면 2개 요금제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데이터당 월정액 값이 낮음)로 내놓은 국가가 한국보다 유리하게 산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선 핀란드를 비롯해 유럽의 다수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의 요금은 상대적으로 비싼 것으로 조사된다. 이에 대해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복지국가의 성격을 가지고 네트워크 속도가 한국, 미국, 일본 대비 떨어지는 국가들과 단순 요금 비교는 무리가 있다"라며 "데이터 제공량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속도 등의 품질도 지불가치에 넣어야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고서에선 각국의 언어를 구글번역으로 번역했다고 소개하는 등 조사 방식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다"라며 "리휠의 보고서는 자국 핀란드에만 유리하게 조사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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