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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모아도 쓰기 불편한 '아모레 포인트'

  • 2017.12.07(목) 18:11

뷰티포인트, 현금과 합산 못해…"불편하다" 고객 불만
'현금= 포인트' 시대 역행…아모레 "개선 작업중"

뷰티포인트는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구입하면 구매금액의 3~5%를 포인트로 쌓아주는 제도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 계열사도 사용할 수 있고, 1포인트는 현금 1원과 같다.[이미지= 회사 홈페이지]

 

아모레퍼시픽이 통합 멤버십 '뷰티 포인트' 출시 10주년을 맞아 '랄랄라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만든 가방을 7000~1만3000포인트로 살수 있는 행사다. 회사 측은 "뷰티포인트를 쓰는 즐거움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포인트를 쓰는 것이 그리 즐겁지 않은 모양이다. 최근 한 아모레퍼시픽 고객은 "뷰티포인트는 현금과 함께 쓸 수 없다"며 "포인트를 쌓아도 쓰기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예컨대 뷰티포인트 7000포인트를 가진 고객이 현금 3000원을 더해 1만원짜리 화장품을 구입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고객은 7000원 이하 제품만 살 수 있다. 그는 "싼 화장품이 3만원이 넘는데 언제 포인트를 모으냐"며 "결국 포인트로 사는 게 핸드크림 정도"라고 덧붙였다.

 

뷰티포인트 약관을 찾아봤다. 포인트 사용안내의 첫번째 조항은 '뷰티포인트는 최소 사용포인트 제한이 없으며, 현금 또는 신용카드와 합산해 결제할 수 없다' 였다.

 

그깟 포인트 얼마 된다고 그러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포인트는 빚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회계장부를 보면 작년 이연수익은 172억원이다. 이연수익은 말 그대로 이연(移延)된 수익으로, 포인트 등이 해당된다. 예컨대 아모레퍼시픽이 1000원짜리 화장품을 팔고 3%의 뷰티포인트를 제공했다면 매출은 997원이 되고, 나머지 3원은 이연수익이 된다. 이연수익은 장부에 부채(빚)로 분류되고, 향후 고객이 포인트를 사용하면 수익으로 바뀐다.

 

항공사 마일리지가 대표적 이연수익인데 대한항공 이연수익은 2조533억원에 이른다. 마일리지 빚이 2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포인트를 빚으로 쌓아둔 기업 입장에선 고객이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잊어버리길 은근히 바란다. 포인트의 소멸은 빚이 저절로 없어진다는 이야기와 같다. 그래서 기업들은 고객이 포인트를 최대한 사용하기 불편하게 만든다.

 

아모레퍼시픽도 예외는 아니다. 뷰티포인트 약관을 보면 '최종 적립일로부터 1년간 적립하지 않는 경우 모든 뷰티포인트는 자동 소멸된다'는 조항도 있다.

 

경쟁사는 어떨까. 요즘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등 로드샵을 위협하는 경쟁사는 CJ그룹이 운영하는 헬스·뷰티스토어 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은 CJ그룹의 통합 포인트 CJONE을 사용한다. CJONE은 극장(cgv), 카페(투썸플레이스) 등 전 CJ 전계열사에서 적립할 수 있고 1000포인트 이상이면 현금과 합산해 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점원들은 결재때 '포인트도 같이 쓸까요' 묻도록 교육받고 있다"며 "포인트과 현금을 합산할 수 없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인트와 현금 합산 결제를 막고, 1년간 떠난 고객의 포인트를 소멸시키면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선 부채가 없어져 좋다. 하지만 이것은 소탐대실이다. 고객이 얼마나 민감한지 안다면 기업이 얄팍한 수를 부리진 않을 것이다. 가게 주인이 생각지도 못한 소소한 불편함에 고객은 발길을 옆가게로 돌린다. 한번 실망한 고객이 영원히 떠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초기 포인트 제도를 세팅할 때 만들었던 조항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고객의 불편함을 인지하고 개선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해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내년 초 아리따움 VIP 유료 멤버쉽 등 뷰티포인트 제도도 변경할 예정이다. 이번 기회에 포인트 제도의 소소한 불편함도 함께 고쳐 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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