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처지 다르면 생각도 달라'…휴대폰 개통시간 단축논쟁

  • 2017.12.11(월) 17:48

점주 "저녁 고객 놓친다" vs 직원 "근무환경 개선해야"
통신3사 서로 다른 목소리…방통위, "협의 계속 진행"

휴대전화 개통업무 시간단축 여부를 놓고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유통현장의 목소리도 엇갈리고 있다. 영업시간을 늘려 휴대전화 한 대라도 더 팔 생각인 점주는 단축을 반대하고, 고용된 직원은 저녁있는 삶을 위해 단축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고민이 커졌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휴대전화 개통시간 2시간 단축을 놓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와 협의 중이다.

 

▲ 지난 9월 28일 평촌신도시에 위치한 유통점을 방문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자료=방통위]


◇ 종업원은 '환영', 점주는 '반대'

 

지난 9월 말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평촌신도시에 위치한 휴대전화 유통점 현장방문 당시 유통업계 종사자들로부터 휴대전화 개통시간 단축에 대한 건의를 받았다. 전산망이 저녁까지 열려있어 유통업계 종사자들의 근로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현재 개통시간은 번호이동의 경우 밤 8시까지, 기기변경·신규가입은 밤 10시까지 가능하다. 이후에는 각 통신3사의 전산망이 닫혀 개통할 수 없다. 

 

개통시간 2시간 단축에 대해 현장에 고용된 직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 성동구 KT 대리점 한 직원은 "개통시간이 단축되면 퇴근시간도 지금보다 빨라질 것"이라며 "현재는 개통시간 후 업무마감까지 하면 밤 10시가 넘어서 퇴근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지역 SK텔레콤 대리점 직원도 "번호이동 개통시간을 매장 자체적으로 밤 7시30분에 마감하고 있지만 그래서 업무량이 많다"며 "개통시간이 2시간 단축되면 근무 환경이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점주들의 입장은 다르다. 개통시간이 단축되면 직장인 등 퇴근 이후 개통하려는 고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가 휴대폰 대리점 및 판매점 종사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개통신청이 가장 많은 시간대는 오후 5∼8시(70%)로 나타났다. 손님 방문이 가장 많은 시간대도 오후5∼8시(68%)로 조사됐다.

서울 종로구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저녁에 오는 손님이 많은 편인데 개통시간이 단축되면 손님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홍기성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 회장은 "6시 전산업무 마감에 대해 판매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4%가 반대했다"며 "그만큼 저녁시간대 판매점들의 매출 비중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구의 휴대전화 판매점 모습


◇ 이통3사 의견도 엇갈려

 

개통시간 단축을 두고 통신3사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찬성, LG유플러스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장 판매 직원들의 더 좋은 근로 환경을 위해 방통위가 개통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취지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KT관계자도 "저녁 늦게까지 남아 있어야 하는 현장 직원들의 피로감을 생각하면 개통시간을 줄이는 것이 맞다"며 "타사에 얼마나 뺏겼는지 등 번호이동(MNP)수치를 확인하려면 8시 이후에나 가능한 만큼 직원들 피로가 상당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유통현장에서 매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유통망과 함께 가는 통신사 입장에서 섣불리 개통시간 단축을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개통시간 단축을 두고 계속 논의할 예정"이라며 "판매점협회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