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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마켓 키워드]①인플레와 썸 타기

  • 2017.12.14(목) 10:29

글로벌 경제 성장 속 낮은 인플레 지속
투자확대 본격화…긴축속도엔 유의해야

올해 증시는 오랜 박스피의 한을 풀 듯 마음껏 비상했다. 지난해 이맘때 나온 우려들이 무색할 정도다. 붉은 닭의 바통을 이어받는 '무술년' 개의 해에도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내년에도 우직한 충견을 닮은 한결같음이 기대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함도 공존하는 게 시장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년 시장 흐름과 주요 변수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골디락스, 포스트 뉴노멀, 골든 사이클. 올 한 해 시장을 대변하는 동시에 내년 시장 전망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절대 과하지 않으면서, 적절하고 안정된 균형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는 완만한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의 조합이 녹아 들어가 있다.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도 크게 오르지 않는 현상이다.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은 양의 수확은 어렵더라도 양호한 흐름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보다는 빠른 인플레 상승이 예상된다. 본격적인 긴축으로 접어들 길목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인플레와의 본격적인 썸 타기가 시작되는 셈이다.

 

◇ 구조적으로 낮아진 물가 고민 지속

 

올해 시장에서는 필립스곡선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필립스곡선이란 실업률과 화폐임금 상승률 사이의 함수 관계를 나타낸다. 실업률이 낮을수록 물가 상승률이 높고, 물가 상승률이 낮을수록 실업률은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좀 다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좋아지고 있지만 임금 상승률은 낮은 수준에 머무는 등 물가는 쉽게 오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경제가 좋아지면 응당 뒤따라야 하는 긴축도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낮은 물가가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과거와 달라진 구조적 변화도 일부 엿보인다. 인플레이션 수준 자체가 낮아지고, 기술 발전도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미국 유통구조가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는 '아마존 효과'가 대표적인 예다.
 
필립스곡선 무용론은 내년에도 어느 정도는 유효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미국 물가 상승률이 연방준비제도가 원하는 2%를 넘어서는 것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KB증권은 "고령화에 따른 노령인구의 경제활동 증가, 로봇 자동화와 ICT 발달에 따른 유통혁명, 장기 투자 부진에 따른 생산성 제약 등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물가 상승 압력을 상당 부분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 양호한 전망 속 투자 확대 본격화

 

낮은 물가와 더불어 글로벌 경제 전망도 밝다. 전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해와 비슷한 3%대로 전망되고, 한국도 2% 후반에서 3%대 초반 사이에 예상치들이 집중돼 있다.

 

양호한 경제 전망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 현상도 이어질 전망이다. 코스피시장 전망도 낙관적이다. 대체로 내년 코스피 전망치는 2000선 후반에서 3000선 초반까지 분포한다. 다만 작년이 워낙 부진했던 탓에 올해 큰 폭의 반등이 가능했고, 내년에는 낮은 베이스가 사라지면서 성과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다.

 

내년에는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 하락 등이 예상되고, 수출과 기업 이익 증가세의 상대적 둔화가 점쳐진다. 코스피도 올해만큼의 상승률을 기대하긴 욕심인 이유다.

 

대신 글로벌 경기회복 동력이 수요 쪽으로 넘어오면서 투자 확대는 좀 더 본격화할 수 있다. 유안타증권은 "금리 상승과 함께 ISM 제조업 지수 둔화는 투자 사이클 회복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며 "민간부문 투자 사이클이 본격적인 회복 영역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선진국 고정투자 증가에 이어 신흥시장의 투자 증가가 꾸준히 이어지며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신흥시장의 투자 확대로 글로벌 투자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7.8%에서 올해 84%까지 급증했다.

 

◇ 과도한 낙관은 경계

 

예상보다 더 잘 흘러갔던 올해 분위기에 경도되기보다 내년에는 일부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곱씹어 봐야 한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리스크들이 시장에 익숙한 재료이다 보니 파급력을 간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반적인 경제 흐름은 상고하저로 그려지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낮겠지만 물가 수준이 올해보다는 높아질 것이란 경고도 꾸준히 나온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 정상화도 지금보다는 한층 더 강화할 전망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올해 긴축 발작이 없었던 이유는 저물가로 인해 이머징 중심의 완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라며 "내년엔 물가 상승 압력에 따른 긴축 발작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IBK투자증권도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와 함께 실질적인 금리 인상 압박이 시작되면서 처음 맞는 환경이란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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