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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연말 실종…아직도 사드보복과 씨름중

  • 2017.12.14(목) 10:47

화장품업계, 각종 이벤트 등 연말 분위기 실종
업계 1위 아모레-유통강자 롯데백화점 '잠잠'
사드보복 후유증

연말이면 다양한 이벤트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던 화장품업계가 올해는 잔뜩 가라앉아 있다. 12월도 절반이 지나고 있지만 지난 3월 시작된 중국 사드보복의 여파가 화장품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아모레퍼시픽과 롯데백화점 영향이 크다. 화장품시장 분위기를 주도해온 국내 화장품 1위 아모레퍼시픽과 고가 화장품 브랜드들의 핵심 유통채널인 백화점업계 1위 롯데백화점이 올해 연말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대표적으로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이다.


◇ 1위 아모레퍼시픽 "연말 이벤트보다 구조개선이 시급"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국내 화장품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요 플레이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아모레 다음으로는 LG생활건강이 17%, 토니모리가 8%, 미샤 4% 순이다. 국내 화장품기업 수는 지난해말 1만개를 넘어섰지만, 대부분이 영세기업이다. 아모레퍼시픽 매출이 업계 하위 90% 이상 기업의 매출을 모두 합한 것 보다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연말 분위기는 다른해와 크게 다르다. 대표적으로 매년 진행하던 연말세일이 대폭 축소됐다. 아모레퍼시픽의 멀티브랜드숍 아리따움은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유료멤버십인 VIP회원을 대상으로 30% 세일을 진행했다.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는 브랜드별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짧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한달내내 아리따움에서 전 고객을 대상으로 3만원 이상 구매시 5000원 쿠폰을 증정하는 등 전사적으로 연말행사를 진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양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2~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신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8.7% 줄어든 1조2009억원, 영업이익은 18.5% 줄어든 833억원이다.

이에 따라 당장의 실적 대신 중국 리스크에 크게 휘청대는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것을 올해 연말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LG생활건강이 중국 사드보복으로 같은 위기에 놓였지만, 화장품·음료·생활용품 3중으로 '내진설계'를 해 타격이 적었던 점도 감안됐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9월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 면세점 구매제한이라는 고육지책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가 빠진 자리를 따이공 덕에 일부 메울 수 있었지만, 그대로 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가치 훼손이라는 더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10월 그룹 대표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에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하는 것을 비롯해 올해 임원 인사를 앞당겨 진행하고, 내년 초부터 본격 시행할 사업·유통구조 개혁안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업구조 개혁을 위한 굵직한 계획은 10월 임원인사와 함께 이미 제시한 상태다. 핵심은 ▲혁신상품 개발과 브랜드 차별화 ▲이커머스 등 신규 유통채널 확대 ▲미국과 신흥시장 진출 가속화에 따른 글로벌화다. 이를 구체화해 실행계획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올해 안에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난 2~3분기 중국 단체관광객이 빠지고나서 실적이 줄어든 것에 경각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구조를 개선중"이라며 "내년 1월 무렵에는 이전한 사옥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사드문제가 터진 것이 아모레나 중국에 많은 매출을 의존해온 많은 화장품기업에게 경각심을 일깨웠다"며 "길게 보면 오히려 잘된 일이다. 아모레를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산업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작년 화장품 세일전 나섰던 롯데백화점도 '잠잠'

연말 화장품시장의 가라앉은 분위기는 유통그룹 롯데가 앓고 있는 홍역과도 관련이 깊다. 연말 화장품 구매는 선물 목적의 구매를 중심으로 백화점에 수요가 집중되는데, 국내 백화점시장 점유율의 45% 가량을 차지하는 1위 롯데백화점이 사드와 총수 재판 등으로 고전하면서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기업의 연중 매출은 할인행사 등 대대적인 이벤트가 있을 때를 제외하면 매달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지만 백화점에서는 12월 매출이 평년대비 1.5배 가량 높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백화점 최초로 화장품 세일을 진행했다. 통상 가격정책에 따라 세일을 거의 하지 않는 해외 명품브랜드에 대해서도 롯데백화점은 매출손실을 감수하면서 10% 에누리 쿠폰 지급 방식으로 할인행사를 강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일부 브랜드에서 경품을 지급하는 사은행사 수준으로 연말 화장품 기획전을 대폭 축소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올해 사은기프트를 제공하는 연말행사를 기획중이지만 화장품 품목만을 별도로 해서는 기획전을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3위 현대백화점이 대규모 화장품 페어에 나서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경품지급 방식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통상 5월과 12월에 평년대비 화장품 수요가 늘지만 개별 브랜드 가격정책으로 인해 백화점 자체적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며 "백화점에서 화장품 세일이 이뤄진다는 건 직매입한 품목에 대해 백화점이 이례적으로 매출손실을 감안하며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백화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올해 백화점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중국 여유국의 한국 단체관광 비자발급 재개에도 여전히 그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유국이 유커의 한국 방문지에서 롯데를 제외하면서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여유국은 ▲롯데서비스 이용 ▲크루즈·전세기 ▲사후 온라인 판매 등 '3무'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롯데그룹은 면세점과 호텔, 어드벤쳐, 롯데물산 등 관광 계열사 합동으로 동남아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시장 진출을 다각화하는 등 사업구조를 바꿔가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인 고객을 놓칠 수 없지만 현재 여건상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양국 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보는 한편 동남아 등으로 사업보폭을 넓혀가면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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