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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탄소섬유, 아직은 '그림의 떡'

  • 2017.12.14(목) 18:42

시장규모 3조 달해…국내는 지지부진
진입장벽 높고 가격경쟁력도 열세

탄소섬유는 대표적인 미래소재로 꼽힌다. 테니스 라켓부터 자동차 차체, 우주선까지 사용처도 무궁무진해 잘만 키우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충분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올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탄소섬유 산업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자체와 손잡고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이 분야 기업들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 미래소재 '탄소섬유'…장밋빛 전망도

탄소섬유는 탄소함유율이 90% 이상인 섬유를 가리킨다. 섬유에 석유화학제품을 합성해 만든다. 무게는 철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는 무려 10배 세다. 섬유 한 가닥이 경차 한 대(약 800kg)를 들 수 있을 정도다. 미국 보잉과 영국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회사들도 자사 항공기 소재로 탄소섬유를 채택하고 있다.

워낙 매력적인 소재라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7억3400만달러(약 2조9800억원) 수준의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매년 11.1%씩 성장해 2022년에는 46억5000만달러(약 5조 64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기술장벽이 높은 탓에 국내 토종 생산업체는 효성과 태광산업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기업의 연 생산량은 각각 2000톤과 1500톤으로 이마저도 들쭉날쭉하다. 올해 세계 전체 탄소섬유 생산량(추정치)가 약 7만톤인 점을 감안하면 점유율이 고작 5% 남짓에 불과하다.

생산량이 미미한 것은 효성과 태광산업이 후발주자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뒤져있는 게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유기소재공학과 교수는 "기술 경쟁력은 웬만큼 올라왔다"며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제품 가격을 낮춰 공급처를 넓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저가(低價)는 중국, 고가(高價)는 일본에 내줘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매출처를 늘려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낚시대와 운동기구는 대개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산 제품들이 장악한 상황인데다 자동차와 항공기, 우주선 소재 분야는 일본 업체들이 선점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구동성으로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동철 한국탄소융합기술원장은 "정부가 나서서 해당 산업에 주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기술개발(R&D)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소재가 탄소섬유로 본격적으로 대체되기 시작하면 탄소섬유 제조사업은 국가이익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나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출자 연구소에서 기술을 완성한다고 한들 그것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효성 관계자는 "탄소 섬유를 미래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언제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며 "관련 영업활동을 국내외로 전개하면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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