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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금융당국의 권한이냐 관치냐

  • 2017.12.18(월) 18:03

금융당국 칼날에 매번 CEO 교체‥이번에는?
해외에선 사외이사 등 지배구조 감독 당연시

금융지주회사의 CEO승계 이슈가 연일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동시에 관치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CEO인선에까지 개입하는 신관치로 봐야 할지, 아니면 금융당국의 은행 건전성 감독 일환으로 봐야할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요.

 

지배구조는 정답이 없는 문제이다보니 논란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금융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독립성이나 CEO승계 문제는 한번은 짚어야 할 사안으로 보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점들이 결국엔 CEO의 인선에 영향을 주면서 그 배경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관치 논란으로 이어지는 듯 합니다.

 


① 또 관치냐…'금융당국 칼날→결국 CEO교체로'

신관치 의혹을 키우는 것은 시점이 그만큼 절묘하기 때문인데요. 당장 내년 3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상 김정태 회장을 겨냥한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일사분란한 움직임도 그렇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연임"에 대한 작심발언 이후 이달 11일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이슈를 터트리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내년 1월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대해 특별검사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하나금융은 이르면 내년초 회추위를 꾸려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합니다. 김 회장의 연임 여부 등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이번 검사에 관심이 쏠리고 관치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드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 '정권교체-금감원 금융회사 검사 후 CEO 중징계-CEO교체 및 낙하산 인사 선임(물론 뜻대로 되지 않은 적도 있음)'의 절차를 밟고 있는게 아니냐는 건데요. 정권교체 이후 정권 코드 혹은 마음에 드는 CEO로 교체하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겁니다.

MB시절엔 강정원 전 회장 내정자 및 국민은행장을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금감원이 강 행장의 업무용 차량 운행일지와 주유카드를 조사하고, 운전기사까지 조사하는 초유의 일도 있었습니다. 관치와 금감원의 권한 남용 비판이 거셌습니다. 강 행장의 사퇴 직후 취임한 회장이 MB시절 금융권 4대천황 중 한명인 어윤대 회장이었고요.


KB사태 때도 기이한(?) 일이 발생했는데요. 임영록 당시 회장에 대해 금감원이 중징계(문책경고 이상) 통보, 이후 금감원장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주의적 경고)로 낮춰  의결, 금감원장 문책경고 결정, 이후 금융위에서 한단계 상향된 직무정지로 최종 결정이 된겁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징계수위가 여러차례 바뀌면서 답을 정해놓은게 아니냐는 거센 비난도 있었습니다. 당시 제재심 위원장(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최종구 현재 금융위원장이라는 점도 아이러니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요. 결국 하나금융에 대해서도 이런 전형적인 패턴을 밟아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관련 절차를 밟아 제도 및 운영방식을 개선하면 되는데 굳이 여러차례,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 '시그널'인양 언급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마치 '알아서 내려와라'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 그래픽/김용민 기자



② 사외이사 등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은 인정

그렇다면 지배구조에 문제가 없느냐? 그런 것도 아닙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되는데요. 회추위에 연임 당사자인 회장이 회추위원에 포함된 것과 사외이사 선임 혹은 평가절차 입니다. 하나금융은 오는 22일 이사회를 열어 김 회장을 회추위에서 배제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KB금융도 금감원의 조치에 따라 회장에 대한 경영승계 계획의 수립 및 변경 등을 관장하는 상시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윤 회장을 배제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배구조법 이후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위해 임기 제한 등의 제도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어려운 숙제입니다. 경영진의 거수기란 비판은 끊이지 않으니까요. 고동원 금융감독‧검사제재 혁신위원장(성균관대 교수)은 최근 금감원 브리핑에서 사견을 전제로 "대표이사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사외이사가 된 사람도 CEO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제도보다는 운영상의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사외이사 제도를 아무리 고쳐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라면서 "주인이 없고, 있어도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견제의 역할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 감독당국의 권한이냐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과 감독 강화를 관치가 아니라 당연한 권한으로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나 임원을 포함한 사외이사 자격 등에 대한 감독권한이 막강하다는 겁니다.

손 연구위원은 "영국에선 금융회사 임원들의 적법성뿐 아니라 적합한 사람이냐까지도 들여다본다"면서 "임원을 불러 매년 면담을 통해 테스트하는 식"이라고도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을 굉장히 무서워한다는 건데요. 이 바탕엔 감독기관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기도 합니다.

금감원도 KB사태 직후인 지난 2015년 사외이사 면담을 하기도 했는데요. CEO이외에 사외이사 면담은 처음입니다. 금감원이 직접 면담을 통해 당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사외이사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당시 금융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오히려 외국계 금융회사 CEO들은 "외국에서 다 하는 일"이라며 오히려 지지를 했다고도 합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 감독기관은 감독을 보드(이사회)부터 한다"며 "경영전략이나 리스크 감내, 조직문화까지 모든 것이 이사회의 책임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CEO는 집행을 맡고, 실질적인 결정의 권한과 책임이 이사회에 있다는 측면에서 이사회에 대한 감독이 당연시되고 있다는 것이죠.

 

이 역시 감독기관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있는 건데요. 우리는 관치에 대한 기억때문인지 아무리 "순수하다(특정인 겨냥한것 아니다)"고 외쳐도 곧이곧대로 발아들이긴 힘들어 보입니다. 결국엔 이런 문제들이 CEO교체로 이어지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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