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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외이사'님' 아닌 '남' 되려면

  • 2017.12.19(화) 07:11

하나금융 사외이사 특혜 도마에
관행적 특혜 여전 '관치' 빌미될수도

하나금융 사외이사 특혜 논란으로 금융권 이사회 독립성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금융회사를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오히려 각종 혜택을 챙기며 유착했다는 비판입니다.

'KB 사태'로 홍역을 치른 뒤 사외이사에 대한 특혜는 사라지는 듯했는데요. 하지만 차량 지원 등 관행적 특혜는 여전합니다. 금융회사가 사외이사 유착고리를 끊지 않은 채 관치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문규 하나금융 사외이사는 최근 본인 회사인 에이제이의 물 티슈를 하나금융 계열사에서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사퇴했습니다. 하나금융 계열사들이 출산휴가를 낸 직원 선물용으로 물품을 사는 등 특혜를 줬다는 논란입니다. 하나금융은 박 이사의 회사로부터 공짜로 물 티슈를 받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박 이사가 되려 기부를 했다는 얘기입니다.

하나금융 노동조합은 18일 금융감독원에 관련 조사를 요청했는데요. 아울러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전 준법감시인 박모씨에 대한 특혜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박모씨가 감사로 일하는 아가방앤컴퍼니를 중국 랑시그룹에 소개하고 이 그룹에 투자했다는 주장입니다.

가뜩이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 CEO의 '셀프 연임'과 사외이사 유착을 작심 비판해 예민한 시기인데요. 특혜 여부를 단정짓기엔 이르지만 권력 견제 역할인 사외이사와 준법감시인이 경영진과 지나치게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사외이사에 대한 특혜는 2014년 ‘낙하산’ 출신 회장과 은행장간 다툼인 'KB 사태' 이후 종적을 감추는 듯했습니다. 당시 KB금융 이사회는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공식 보수 이외의 업무활동비를 과도하게 챙긴다는 눈총을 받았습니다. 넉넉히 대접받으니 권력 견제를 똑바로 하겠냐는 비판이었는데요. 여론의 반발 끝에 금융회사는 사외이사에 대한 특별 지원을 일제히 끊었습니다.

일각에선 관행적 특혜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나금융 노조 관계자는 "일부 사외이사에 대한 차량 지원 문제도 살펴보는 중"이라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진행된 일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대다수 금융회사는 사외이사 요청 시 차량을 지원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사외이사가 실무를 맡지 않는데도 수시 지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혹독한 비판에도 사외이사 유착고리를 완전히 끊지 못한 셈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위기를 맞고서야 겨우 바뀐다"며 "하나금융은 대형금융그룹들과 달리 지배구조 관련 위기를 겪지 않아 개선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물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간섭이 과도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낙하산 인사를 직접 꽂지 않는 대신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사실상 인사에 관여한다는 '신관치' 지적도 잇따릅니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충분한 자정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관치에 빌미를 줄 수밖에 없는데요. 사외이사'님'을 깍듯이 모시기보다 '남'으로 대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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