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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회계 실전노트]⑬10억달러 DR이 뭔가요?

  • 2017.12.21(목) 14:53

해외거래소에 상장된 '국내기업 주식소유권 증서'
해외서 발행·유통…원주는 국내 보관

▲ [사진 = 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 15일 카카오가 "10억달러 DR을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아마 DR이라는 단어는 좀 들어본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 사람 홍길동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면 증권사를 직접 이용하거나 PC·스마트폰에 깔아둔 트레이딩시스템을 활용하면 된다.

미국인 마이클이 한국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면  해외 증권계좌 개설, 환전, 실물이전 등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비용도 꽤 들어간다. 

삼성전자 투자에 관심있는 마이클로서는 삼성전자 주식을 미국 거래소에서도 사고팔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고안된 것이 바로 DR(Depositary Receipts) 즉 '주식예탁증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신주 10주를 해외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먼저 발행한다. 그리고 이 해외금융회사는 삼성전자 신주를 기초로  해외거래소에서 DR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을 수 있다.

삼성전자 DR은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소유 증명서다. 마이클이 DR을 산다면 그는 삼성전자 주주가 된다.  삼성전자로서는 DR발행 방식의 유상증자를 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발행한 신주 원주(原株)는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한다.  신주를 1차 배정받는 것은 해외금융회사지만 예탁결제원과 원주 보관계약을 체결하고 원주를 맡긴다. 그리고 이 금융사는 원주를 근거로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DR발행업무를 진행한다.

삼성전자는 이 과정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로드쇼)를 여는 등 DR흥행을 위한 활발한 홍보활동을 펼친다.

해외투자자가 DR을 청약해 배정받으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DR은 국내 원주에 대한 소유권 증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DR은 언제든 국내 원주로 바꿀 수 있다.

최초 청약을 거쳐 해외거래소에 상장된 DR은 투자자들 사이에 거래된다. DR투자자 다수는 배정 이후 곧바로 원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한다. 원주로 전환된 DR은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DR을 원주로 곧바로 전환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유동성 확보가 그중 하나다. 해외거래소의 DR거래보다 아무래도 국내 거래소의 원주 거래가 더 활발하기 때문에 유동성과 환금성이 좋은 국내시장에서의 거래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국내 시장에서 원주를 매입하지 않는걸까.  앞에서 언급한 여러가지 복잡한 절차와 비용 문제도 있겠지만, DR발행가격은 발행시점 시세보다 할인(한도 10%)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할인된 가격으로 한국의 우량기업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미국, 런던,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등의 해외거래소에 DR을 상장시킨 회사는 42개사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LG전자, LG디스플레이, KB금융지주 등이 있다.


한편 DR과 원주는 1대1 즉 1원주당 1DR의 가치를 매겨 발행하기도 하고, 1원주당 2DR 또는 5DR의 비율로 발행되기도 한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가가 200만원인데 DR의 달러가격을 100만원에 맞춰 발행한다면 1원주=2DR의 비율이 적용된 것이다.

DR은 회사의 자기주식(자사주)을 기초로 발행할 수도 있는데 대개는 신주발행방식을 택한다. 신주를 기초로 DR을 발행하면 유상증자가 된다. 

통상 미국시장에서 발행하는 DR은 ADR(American DR), 그 외 싱가포르, 런던, 룩셈부르크 등에서 발행하는 경우 GDR(Global DR)이라고 구별해 부른다. 해외시장에서 DR을 발행해 상장하면 회사에 신규자금이 유입되기는 하지만 주식발행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지분희석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모든 기업들이 DR을 발행하는 것은 아니며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해외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정도로 신용도가 높은 기업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필요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더 신속하고 더 안정적이라고 판단될 때 DR 발행에 나선다.

지난 2017년 12월15일 공시된 카카오의 10억 달러 DR 발행 공시를 요약한 표를 살펴보자. 이날 공시는 4개가 떴다.

 


먼저 'DR발행결정'이라는 제목이 붙은 공시를 열어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공시원본을 요약편집했다)
 
 
카카오의 DR 발행과 관련한 뼈대는 위의 공시에 나와있다. 10억달러 DR을 발행해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며, 시기는 내년 1월말~2월초다. 1원주=1DR로 발행되며, 자금조달 목적은 '4차 산업 관련 투자용'이다.

카카오는 전량 신주를 발행해 DR 투자자를 모집하기 때문에 10억달러 유상증자를 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카카오는 아래와 같은 유상증자 공시도 동시에 냈다.
 

 

카카오가 발행하는 신주는 모두 해외예탁기관인 Citibank, N.A.를 대상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따라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해당한다.

신주발행가격 및 기준주가에 대한 할인율 등은 해외 현지에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요예측 (bookbuilding process) 결과에 따라 확정된다.

공시에 표기된 신주발행가격 등은 DR 발행을 결의한 이사회 개최일 전날(2017년 12월 14일) 종가를 참고로 기재해 놓은 것이다. 실제 발행가액은 내년 1월 중순 이후에 결정되는데 할인발행을 한다면 최대 할인한도는 증권관련 제도규정에 따라 10%다. 

한편 DR 발행 공시 이후 카카오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는 지분희석 효과와 주당가치하락 효과가 크기 때문에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 

NH투자증권은 "이번 해외 대규모 DR 발행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11.5% 정도 희석되기 때문에 단기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회사가 밝힌 유상증자 목적처럼 글로벌 회사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주가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다면 이번 유상증자는 금액보다 더 큰 기업가치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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