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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뱅크 탐구]③마이뱅크 '제2의 마윈' 만들기

  • 2017.12.22(금) 09:21

자영업자·중소기업 5~14% 금리에 대출
알리바바 빅데이터 활용해 상환능력 평가

"모든 걸 완전히 뒤집어 생각할 때다." 영국의 금융시장 분석가 크리스 스키너는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대부분이 디지털 원주민이 되는 세상에서 점포를 기반으로 한 은행은 변해야 산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등장을 계기로 은행 서비스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우리보다 앞서 '인터넷은행' 시대를 열었던 해외에서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금융산업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 사례별로 짚어본다. [편집자]

"딱 500만원을 빌리기가 그렇게 힘들었습니다."


서른을 갓 넘긴 사업가에게 선뜻 돈을 빌려주는 은행은 없었다. 집에 있는 영수증을 비롯한 온갖 서류를 은행에 냈지만 소기업에 대한 문턱은 높았다. 중국 자수성가의 '신화'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젊은 시절 얘기다.

마 회장은 2015년 마이뱅크 출범 기념행사에서 "그때 소기업에도 대출해주는 은행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의 염원대로 마이뱅크는 '제2의 마윈'을 꿈꾸는 자영업자와 소기업에 대출해주고 있다. 빅데이터로 상환능력을 평가하고 낮은 대출금리를 매겨 관심을 모은다.

◇ 소기업에 농민까지 '중금리 대출'

마이뱅크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계열사 인터넷전문은행으로 2015년 5월 자본금 40억위안(약 6600억원)에 출범했다. 알리바바 내 금융그룹인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이 최대 주주다.

주요 고객은 자영업자와 소기업이다. 대출 수요가 높지만 기존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계층이다. 마이뱅크는 이들에 5~14%의 금리로 돈을 빌려준다. 통상 중국 소기업이 부담하는 이자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금리 대출을 하는 셈이다.

농민 대출에도 특화 했다. 마이뱅크는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의 힘을 빌려 농민에게 다가갔다. 농촌에 있는 타오바오의 서비스센터를 오프라인 영업점처럼 활용한 것. 농민이 물건 주문과 배송 서비스뿐만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한자리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이뱅크는 금융 사각지대에 있던 고객을 공략하며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대출 취급액은 지난해 330억위안(약 5조원)으로 전년보다 4배나 늘었다. 3억1600만위안(약 495억원)의 이익을 내면서 출범 첫해의 손실에서도 벗어났다.


◇ "1000만개 기업 빅데이터 보유"


마이뱅크가 새로운 고객층에게 대출할 수 있었던 건 빅데이터로 상환능력을 정밀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알리바바가 보유한 중국 기업들의 전자상거래 기록을 신용평가에 활용한다. 마윈 회장은 출범 기념식에서 "어느 은행도 거래업체 수가 1000만 곳을 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범위한 기업정보를 보유한 만큼 대출 심사에 자신 있다는 뜻이다.

마이뱅크는 기업의 결제내역뿐만 아니라 판매제품 불량률, 고객 평가 등 비금융 정보도 신용평가에 쓴다. 폭넓은 정보를 동원하는 만큼 상환능력을 세밀하게 평가하고 적정한 금리를 부과한다. 신용평가를 강화하면서 담보가 없는 사업자에 대한 문턱도 낮아졌다.

리스크 관리도 양호한 수준이다. 마이뱅크의 부실대출비율은 지난해 6월 0.36%에 그쳤다. 마이뱅크는 앞으로도 기업의 사회보장보험, 납세, 회사등록정보 등을 적극 끌어와 신용평가모형을 더욱 정교화할 계획이다.

알리바바의 사훈은 '천하에 어려운 장사가 없게 하라'다. 마이뱅크는 여기서 나아가 '천하에 어려운 금융이 없게 하라'는 목표를 세웠다. '길거리 포장마차까지도 고객'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그 동안 외면 받던 금융의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 IT기업 주도로 인터넷전문은행 급성장

마이뱅크를 비롯한 중국 인터넷전문은행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약한 은산분리 규제 덕이다. 마이뱅크의 경우 알리바바가 지분의 30%를 갖고 있다. 비금융 주력회사의 지분 보유가 10%로 제한되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거대 IT기업이 은행사업을 주도하면서 기존 은행과 효과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었다.

2015년 출범한 마이뱅크와 위뱅크가 설립 2년 만에 순이익을 남기며 순항하자 제3, 4 인터넷전문은행도 줄 잇고 있다. 샤오미에서 선보인 XW뱅크는 시범 영업 중이며, 바이두와 중신은행 주도인 바이신뱅크도 곧 출범한다. 중국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술과 성과 면에서 우리나라보다 5년은 앞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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