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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세무조사' 의혹..국세청 고위직은 누구

  • 2013.10.31(목) 17:00

송광조 前서울청장 지목…CJ 비리로 낙마
구속된 허병익 前차장…현직 인사도 주목

국세청이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진행한 동양그룹에 세무조사 솜방망이 추징에 그친 것이 현재의 동양 사태를 키웠다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동양 세무조사를 지휘한 국세청 고위 공무원들이 고의로 봐줬다는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검찰의 칼날이 국세청쪽으로도 향하는 모습이다.

 

31일 비즈니스워치가 입수한 국세청 문건 등에 따르면 대기업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2009년 2월 동양캐피탈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인 후, 같은 해 11월부터 2010년까지 '국세청의 중수부'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동양메이저(現동양) 등 계열사에 대한 심층 조사를 진행했다.

 

동양 세무조사와 관련, 정치권 등에서 주목하는 인물은 세무조사 당시 국세청 조사국장이었던 송광조 전(前) 서울지방국세청장과 허병익 전(前) 국세청 차장(2009년 국세청장 직무대행)이다. 이들은 모두 CJ그룹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허 전 차장은 지난 7월 구속됐고, 송 전 청장은 8월 자진 사퇴했다.

 

현직 국세청 고위 공무원들 중에서도 동양 세무조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모 세무서장은 국세청 과 동양그룹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사정당국의 감찰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2009년 동양그룹 세무조사를 담당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라인(출처= 국세청 내부 문건)

 

◇ 효제별관 조사4국 4과 6계

 

동양 세무조사 봐주기 의혹의 핵심은 국세청이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밝혀내고도 거액의 세금 추징이나 검찰 고발 등 후속 절차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동양측의 로비나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가 앞으로 검찰이 들여다 볼 대목이다.

 

비자금 조성 사실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심층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조사를 진행한 곳은 서울국세청 조사4국 조사4과 6계로 서울 종로5가 효제별관(옛 효제세무서 자리)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조사4과장(4급)을 비롯해 조사담당 사무관(5급), 조사반장(6급), 7~8급 조사관들 7명이 세무조사를 주도했다.

 

당시 세무조사 실무를 담당한 직원이 진정서 형식으로 윗선의 세무조사 봐주기 의혹을 제기해 놓고 있는 상태다. 진정서는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국회 등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조사를 '물타기'한 배후로 지목된 인물은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었다.

 

▲ 왼쪽부터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 김연근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 이현동 전 국세청장

 

 송광조 조사국장…CJ 연루 자진사퇴

 

송광조 전 청장은 동양그룹 세무조사의 '시작과 끝'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깊게 연관돼 있다. 그는 2009년 초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으로 동양캐피탈 세무조사를 지휘하다가 같은 해 7월에는 국세청 조사국장으로 세무조사 전반을 총괄했다. 서울국세청 조사1국과 4국이 진행한 세무조사에서 동양 계열사의 부당지원 사실을 밝혀냈지만, 그가 묵인했다는 게 국세청 직원의 주장이다.

 

그는 동양그룹뿐만 아니라 또 다른 에너지 관련 상장기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봐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세무조사 결과 수천억원대 세금 추징이 가능했지만, 영향력을 행사해 과세를 누그러뜨렸다는 제보도 나왔다.

 

이후 부산지방국세청장과 국세청 감사관을 거쳐 지난 4월부터 국세청 2~3인자급인 서울지방국세청장에 올랐지만, 넉 달만에 스스로 옷을 벗었다. 지난 8월 CJ그룹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즉시 사퇴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 허병익 차장(청장 대행)…CJ 뇌물수수 구속

 

동양 세무조사가 이뤄질 무렵 국세청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2009년 초 그림로비 의혹에 휩싸인 한상률 전(前) 청장이 물러나고, 2인자였던 허병익 전(前) 차장이 국세청을 진두 지휘했다. 허 전 차장은 동양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최고책임자였다. 그가 CJ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세무조사 무마에 개입하던 시기는 2006년이었고, 청장 권한대행을 맡을 당시까지도 다수의 대기업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2009년 7월 퇴임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근무하고, 지난 3월부터는 CJ헬로비전의 사외이사도 맡았다. 지난 7월 전군표 전(前) 국세청장과 함께 CJ 뇌물수수 비리에 연루되면서 검찰의 수사를 받은 후, 현재 구속 수감중이다.

 

◇ 김연근 조사4국장…現국제조세관리관

 

서울국세청에서 동양그룹의 심층 세무조사를 이끌던 인물은 김연근 조사4국장이었다. 그는 2008년말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장에서 전격 발탁돼 동양그룹 세무조사를 마친 2010년 6월까지 근무했다.

 

이후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을 거쳐 지난 4월부터 국제조세관리관을 맡아 지하경제 양성화의 핵심인 역외탈세 조사를 지휘하고 있다. 동양그룹의 비자금 조성 수법 가운데 상당 부분도 해외 자회사를 통한 역외탈세였다.

 

김 국장의 윗선에는 이현동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있었다. 이 전(前) 청장은 2010년 8월부터 19대 국세청장을 맡아 2년 반동안 국세청을 이끌다가 지난 3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퇴임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들이 동양그룹 세무조사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과거 CJ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덮은 인물이 송광조 전 청장이었고, 서울청장은 이현동 청장이었다는 점은 우연이라고 하기엔 의심스럽다"며 "만일 CJ와 같은 (국세청 고위직 구속)결과가 나온다면 그냥 두고 넘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김연근 국제조세관리관을 불러세워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물었지만, 김 국장은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일축했다. 김 의원은 "검찰 수사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면 위증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침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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