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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를 떠나보내며

  • 2017.12.29(금) 09:17

[페북 사람들]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2017년이 시샘이라도 하듯
세밑 한파의 기세가 대단하지만
명동 거리엔 벌써 새해가 찾아왔다.


대한민국의 2017년은 격동 그 자체였다.


같은 시대를 사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2017년은 과연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또 어떤 기대감으로 새해를 맞을까

 


추위 탓에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계신
탁동화 어르신을 만났다.


"2017년이요?
시간이 멈췄으면 할 정도로 힘든 한해였어요.
아픔을 묻어야 할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새해 희망은 자녀들 손녀들 모두의 행복이죠.
저도 건강하고 그래서 온 가족이
하루하루 즐겁게 살았으면 해요.


작은 것에 늘 감사하면서 살다 보면
행복은 저절로 오는 듯해요."

 


성은솔, 천예림 씨는 대학 새내기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지만


늘 캠퍼스 주변만 맴돌다가
오늘은 마음먹고 서울 구경을 나왔다.


예림 씨는 서울타워가 보고 싶었다고 한다.
"광주에서 왔는데 티브이로만 보던
서울타워를 꼭 한번 보고 싶었어요. (웃음)


올해는 아쉬운 게 참 많았어요.
대학에 와서 자유는 늘었지만
여유는 더 없어진 것 같아요.


1년간 무엇을 남겼는지 모르겠어요.
내년엔 제 진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싶어요."

 


은솔 씨는 얼마 남지 않은 올해가 아쉽기만 하다.


"학교 근처만 맴돌았던 게 너무 억울해요.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지도 않고
마음만 조급했던 한해였던 것 같아요.


친구들은 1학년 때부터 대외활동을 비롯해
체계적으로 진로를 준비하거든요.


내년에는 나를 좀 더 넓혀가려고 해요.


무조건 여행입니다.
3, 4학년이 되면 여행은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독일인 인고 자스트로(Ingo Jastrow) 씨는
공부하는 딸을 만나려고 한국을 찾았다.


"지도를 들고 다니며 서울 관광을 하고 있어요.
남산골 한옥마을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딸 덕분에 좋은 여행을 하고 있어요.


올해 가장 기뻤던 추억이 있다면
18살인 딸이 한국 음식을 해준 겁니다.
가장 맛있고 멋진 추억입니다.


내년 계획이요?
독일에 있는 집 정원을 수리하고 있는데
얼마나 아름답게 꾸며질지 기대가 큽니다."

 


남산골 한옥마을엔 썰매장도 있다.


얼음이 잘 얼었는지 혹시 깨지지나 않았는지
매서운 추위에도 신나게 썰매를 타고 있는
곽재원 남산골 한옥마을 축제기획팀장을 만났다.


"1890년 개화기 시대의 감성을 재현한
남산골은 지금 겨울나기 축제 중입니다.


행사는 내년 1월 21일까지 진행하는데요.
꼭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것 같지 않나요.


주변이 한옥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직접 보시면 그 느낌이 더 새로울 거예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놀이가 많아요.


제기차기, 팽이치기, 딱지치기, 연날리기 등
옛날 그대로 겨울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부모님은 어릴 때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요.


아이들과 즐겁게 놀다가
춥거나 배가 고프면 화로에서


불을 쬐면서 고구마나 떡도 먹을 수 있으니
많이들 오셔서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남산골 한옥마을엔 평일엔 5천명
명절엔 4만명이나 찾는다고 한다.


많은 분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려고
바쁘게 한 해를 보내다 보니 정작
곽 팀장은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이 많지 않다.

 

"정말 너무 바쁘게 한 해를 보냈는데
마음 한쪽엔 죄송스러움이 큽니다.


명절이 오히려 더 바쁘다 보니 올해는
지방에 계신 부모님을 한 번도 찾아뵙지 못했어요.


올해는 아쉽게 지나가지만
내년엔 부모님과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따른
교통통제 공지가 시내 곳곳에 붙어있다.


많은 사람이 연말이면 어김없이
"벌써 한해가 다 갔구나"라는 생각을 떠올린다.


올 한해 무사히 잘 살아왔다는 감사와 함께
내 뜻대로 살아지지 않은 한해에 대한 후회


그리고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하는 세밑이다.

 


황금 개띠 해인 2018년 무술년 새해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마음으로
대한민국이 모두 파이팅으로 출발했으면 좋겠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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