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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임원인사]지주사 앞세워 '뉴롯데' 순항 채비

  • 2018.01.10(수) 15:13

황각규 부회장 승진‥강력한 지주사 갖춰
롯데지주 정점으로 다양한 변화 모색할 듯


예상대로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뉴 롯데' 만들기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만큼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BU체제 전환, 지주사 출범 등의 변화를 꾀한 만큼 올해는 조직 안정화를 통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 '황각규 체제' 본격 출발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은 예상대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황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이다. 지난해 BU체제 전환 등 롯데그룹의 조직개편 당시에도 승진 대상에 올랐으나 롯데 경영비리 관련 재판에 연루되면서 승진에서 제외된 바 있다. 한 템포 늦기는 했지만 황 부회장의 승진은 이미 결정돼있었던 게 롯데 안팎의 분위기였다.

황 부회장은 1979년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했다. 1995년 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신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롯데의 굵직한 신규사업 진출, M&A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으로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관리와 쇄신작업을 이끌었다. 롯데에서 신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작년에는 신 회장의 숙원 사업이던 롯데지주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복잡했던 순환출자 고리 해소도 황 부회장의 지휘 아래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이를 통해 신 회장이 주창한 '뉴 롯데'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제대로 다졌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의 입장에서도 최측근인 황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조직 안정화와 내실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롯데지주 고위 관계자는 "황 부회장의 승진으로 지주 중심의 사업 재편과 수익성 개선 작업 등이 힘을 받게 됐다"며 "그동안 황 부회장이 조용한 행보를 해왔다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좀 더 전면에 나서 뉴 롯데 만들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롯데지주에 힘 실린다

이번 롯데 인사의 핵심은 앞으로 롯데그룹이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는 신호탄을 쐈다는 점이다. 작년 롯데지주 출범과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 개선 노력 등도 모두 롯데지주에 힘을 싣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었다. 황각규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이다.

롯데는 최근 반도체 회로보다도 복잡하다는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했다.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한 단순한 지배구조를 갖췄다. 신 회장이 롯데지주를 통해 롯데 전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아울러 최측근인 황 부회장과 함께 롯데지주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향후 롯데지주에는 더 많은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 롯데월드타워(사진=이명근 기자/qwe123@)

황각규 부회장 체제의 롯데지주는 앞으로 롯데그룹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롯데지주는 여타 대기업의 지주사와는 달리 자체 사업은 물론 그룹 내 계열사들을 지휘하는 적극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출범 당시에도 "순수 지주사로 출발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신사업과 해외 사업에 대한 직접 투자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황각규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는 것은 지주사를 중심으로 그룹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황 부회장이 그동안 각종 M&A 등에서 과감한 행보를 보여왔던 만큼 앞으로 롯데지주도 좀 더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변화를 모색하다

이번 롯데 인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여성 임원 승진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평소 여성 인력의 지위 향상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롯데는 내부적으로 여성 인재 육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롯데가 가지고 있는 사업의 특성상 여성 특유의 감각과 감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신 회장의 지론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롯데 사상 최초로 여성 CEO를 배출했다. 선우영 롯데하이마트 온라인부문장을 롯데 롭스(LOHB's) 대표로 선임했다. 신 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반드시 여성 CEO를 배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 회장 스스로 그 약속을 지킨 셈이다. 이번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여성은 총 6명이었으며 기존 임원에서 한 단계 더 오른 인원도 4명이었다.

▲ 작년 9월에 열린 신동빈 회장과 여성임원 간담회 모습.

롯데 인사에서 여성 임원의 수가 점차 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롯데는 작년부터 기업문화 바꾸기에 돌입했다. 경직된 기업 문화를 바꿔야만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이는 곧 롯데의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 신 회장의 생각이다. 작년 롯데가 시행한 ▲남성직원 의무 육아휴직 ▲각종 가족 친화정책 ▲여성 중심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인사에서 첫 여성 CEO가 배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 회장이 주창한 '뉴 롯데'의 핵심은 변화에 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뉴 롯데'를 실현하기 위한 시작인 셈이다.
그리고 첫 시작부터 변화를 줬다. 업계에서는 롯데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지주를 중심으로 강력한 지배체제를 갖추고 그 안에서 다양한 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이 신 회장의 생각"이라며 "이번 인사는 이런 변화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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