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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워치]④-1 절반만 탑승한 열차…다음 선택은

  • 2018.01.11(목) 10:02

총수있는 대기업집단 중 지주사 25개 vs 아닌 곳 25개
공정거래법 개정땐 삼성·한화·미래에셋 지주전환 이슈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57개 중 현재 지주회사 체제인 그룹은 23개이다. 미전환 그룹 중에서 효성, 현대산업개발이 전환 계획을 밝혔다. 이로써 2018년 기준으로 25개 대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한다.

지주회사 미전환그룹 32개는 성격이 나뉜다. 총수가 없는 포스코, KT, 대우조선, 대우건설, KT&G는 지분구조를 보면 사실상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투자자산보다 사업자산이 많아서 지주회사로 지정되지 않는 곳이다. 또 외국계 주주가 지배하는 에쓰오일과 한국지엠은 굳이 기업을 분할해 한국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할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 곳이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만 따져보면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그룹은 25개이다.  따라서 아래 표에서 보듯 2018년에는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대기업 중 절반은 지주회사, 절반은 지주회사가 아닌 모양새가 됐다.


◇탑승객 늘어나는 지주회사행 열차.. 남은 손님의 선택은?

 

지주회사 전환 여부는 기업의 선택이지만 작년 현대중공업, 롯데에 이어 올해 효성, 현대산업개발까지 `지주회사행 열차`에 올라타면서 미전환그룹이 언제 다음열차 티켓을 예매할지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10대그룹 중에선 삼성, 현대차, 한화가 미전환 그룹이다. 총수가 있는 금융그룹 중 가장 덩치 큰 미래에셋도 티켓 예매에 관심 없는 곳이다.

삼성그룹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한화그룹에선 한화종합화학·한화지상방산·한화도시개발이 각각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자산총액 중 자회사 주식가액 50% 이상)을 충족해 지주회사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곳도 핵심회사도 아니다.

지분구조상 삼성그룹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데 현 상황은 지주회사 전환 여부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불거졌지만 자사주 소각과 함께 가능성을 일축한 상황이다.

한화그룹에선 ㈜한화와 한화S&C가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한화가 한화케미칼·테크윈·호텔앤리조트·건설 등을 지배하고,  김승연 회장의 세 자녀 김동관·동원·동선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S&C가 한화에너지·종합화학 등을 지배한다. 최근 한화S&C의 성장세가 가파르긴 하지만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길은 멀다.


삼성과 한화는 제조와 금융이 섞여있다. 각각 삼성생명, 한화생명을 중심으로한 금융계열사도 지주회사 전환의 변수다.

또 다른 변수는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기업의 선택이지만 때로는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강제 지정을 당할 수 있다. 지주회사(持株會社)를 풀어서 쓰면 주식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데 공정거래법은 자산의 절반 이상을 자회사 주식으로 가지고 있는 회사를 지주회사로 판단하고 지정한다.

지주회사 지정을 피하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회사들이 일부러 자산을 늘리기 위해 부채를 끌어다 쓰기도 했다. 군 면제를 위해 무리하게 체중을 불리는 것과 비슷하다. 현대엘리베이터, 미래에셋캐피탈이 대표적 사례다.

 


 

◇지주사 판단기준 바뀌면 삼성·한화·미래에셋 변수


지주회사 판단기준(자산총액 대비 자회사주식가액) 중 `분모`에 해당하는 자산총액은 작년 7월부터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올라갔다. 이는 대기업 지주회사에 상관없고 중소 지주회사에 주로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는 `분자`에 해당하는 자회사주식가액을 `계열사주식`으로 바꾸고 지분가치를 공정가치로 산정하는 법안(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대표발의)도 있다. 이는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대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삼성, 한화, 미래에셋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다.

 

공정거래법에서 의미하는 자회사란 1대주주(최다출자자) 지위로 주식을 가지고 있는 곳을 의미한다. 반면 `자회사`란 단어를 `계열사`로 바꾸면 1대주주 외에도 2대주주 등 보유하고 있는 계열 주식 전체가 들어간다.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전자(4.06%, 최대주주는 삼성생명), 삼성생명(19.34%,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 삼성SDS(17.08%, 최대주주는 삼성전자) 주식을 2대주주 지위로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물산이 보유한 전자·생명·SDS 지분을 지주회사 계산 공식때 제외하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적용하면 이들 지분을 포함해야한다.

총자산 38조원인 삼성물산은 19조원어치 주식을 가지면 지주회사로 지정되는데 전자·생명 지분의 공정가치만 따져도 18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물산이 1대주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43.44%, 11조8000억원) 등을 더하면 지주회사 지정을 피할 길이 없다.

㈜한화도 삼성물산과 같은 사례다. ㈜한화가 한화생명 지분 18.15%를 가지고 있는 2대주주이고 1대주주는 한화건설(25.09%)이다. 자산총액 7조6000억원인 ㈜한화는 3조8000억원어치 주식을 가지면 지주회사로 지정된다.


지금은 지주회사 계산 공식에서 한화생명 지분을 제외하지만 개정안을 적용하면 1조원이 넘는 이 지분을 포함시켜야한다. 이렇게 되면 한화는 한화생명 지분을 처분하거나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으로 자산총액을 늘리는 등 지배구조 변화를 모색해야한다.

미래에셋은 개정안을 적용하면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캐피탈 두 곳이 직격탄을 맞는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2대주주(32.9%, 1대주주는 박현주 회장)이고,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생명 2대주주(16.6%, 1대주주는 미래에셋대우)여서 해당 지분이 지주회사 판단 때 포함된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과 부인 김미경씨 자녀 박은민·하민·준범씨 등 지분 83.4%를 가진 가족회사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운영수익이 전체 매출의 76%를 차지하는 곳이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제기되는 곳이다.

미래셋캐피탈은 최근 수년간 지주회사 강제지정을 피하기 위해 몸집을 불리거나 미래에셋생명 1대주주 지위를 반납하는 등의 행위를 해오면서 지배구조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최근 미래에셋이 현대산업개발에 매각한 부동산114 지분도 두 회사가 가지고 있던 주식이다. 지주회사 판단 때 `분자`에 해당하는 자회사(계열사) 주식을 처분한 것이다. (미래에셋은 [지주회사워치]④-2에서 다룬다.)

지주회사 판단요건을 높이는 해당 법의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정책 방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도하는 지배구조 개선흐름과 일치한다. 법 개정과 별개로 지배구조 개편 이슈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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