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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워치]④-3 효성 vs 현산, 다른 속내

  • 2018.01.12(금) 15:20

효성, 오너가 3세 조현준 체제 안착 방점
현산, 총수 정몽규 지배력 강화 시나리오

지난해 말 재계에서는 두 곳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잇달아 발표됐다. 각각 정몽규 회장, 조현준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산업개발(HDC그룹)과 효성그룹이다. 계획대로라면 이들은 연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 중 각각 24번째, 25번째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다.

 

이들의 지주사 전환 '제1 목표'는 지배력 강화다. 복잡한 지분구조를 단순화해 오너가 소유한 지주회사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사주(회사 보유 자기주식)가 어떤 역할을 할지가 관건이다. 원래 자사주는 오너 개인 것이 아니라 기업 자산이어서 의결권도 없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의결권이 회복되면서 총수 개인의 지배구조 강화에 쓰여 비판 대상이 돼왔다.

 

국회에는 기업 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거나 분할 신주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 법안이 올려져 있다. 작년 9월말 기준 자사주 지분율은 현대산업개발 7.03%(530만주), 효성 5.26%(약 185만주)다. 규제는 시행되기 전이지만 현대산업개발과 효성이 자사주를 어떻게 쓸지도 관전 포인트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정몽규의 두 토끼 '지배력 강화 + 체질개선'
 
현대산업개발은 작년 12월5일 지주회사인 'HDC(가칭, 존속법인)'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가칭, 신설법인)'로 조직을 분할하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계획을 밝혔다. 오는 5월 완료가 목표다. 공식적으로 지주사 전환 목적은 "투자와 사업기능을 분리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책임경영을 확대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분할 비율은 약 42대 58로 예정됐다.

 

지주사 HDC가 분할 사업회사 등 자회사 관리와 부동산임대사업 등을 맡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건축·인프라 부문 사업에 집중한다. 최근 2년 간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둬 기업 체력은 쌓았고, 이젠 주택시장 등 건설산업 환경이 변하니 이에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하겠다는 게 이번 지주사 전환의 '명분'이다.

 

지난 연말 사업 구조를 일본 최대 개발회사 '미쓰이부동산'식으로 개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회사는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사장 직속 미래혁신실(CoE)를 신설하고 ▲건설사업본부(건축+토목) ▲개발·운영사업부 ▲경영기획본부 등 3본부를 주축으로 삼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향후 다양한 사업영역을 융합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더 큰 목적이 지배력 강화에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현재는 국민연금(9.98%)에 이어 3대주주인 글로벌 운용사 템플턴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한때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라고 명시하면서 지분을 20% 가까이까지 확대해 최대주주 자리를 위협하기도 한 주주다. 현재 현대산업개발 외국인 지분율은 43.8%다.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기존 현대산업개발 주주들은 분할 후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의 분할 비율대로 지분을 갖게 된다. 정 회장 외 특수관계자 등 최대주주의 기존 현대산업개발 보유지분율은 지난 9월말 기준 18.57%. 분할되는 두 회사에 같은 지분의 주식을 갖게 된다.

 

하지만 분할 후에는 사업회사 지분을 직접 가질 필요 없이 HDC 지분만 보유하면 된다. 유상증자 현물출자 등 방식 등으로 HDC현대산업개발 주식을 HDC에 넘기고 HDC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이것만으로 HDC의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은 18.57%가 확보되고, 정 회장 등 최대주주의 지주사 HDC 지분율은 40%안팎까지 오르게 된다.

 

현행법상 자사주도 분할 후 의결권이 부할하기 때문에 지주사 HDC의 HDC산업개발 지분율도 7% 가량을 더한 약 26%로 확보된다. 사업회사에 남겨지는 자사주도 HDC 소유 다른 자산과 맞바꿔질 수 있다. 이렇게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HDC 지분율은 쉽게 30%를 넘길 수 있다. 더 강한 지배 고리를 만들기 위해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아이콘트롤스(58.4%) 등을 HDC와 합병시킬 가능성도 있다.


◇ '효성가 3세' 조현준 체제의 완성

 

지난해 초 조현준 회장 체제를 공식 출범한 효성그룹은 작년 말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경영체제 굳히기에 들어갔다. 효성은 최근 투자를 담당할 존속법인 지주회사와 사업담당 신설법인 ▲효성T&C(섬유·무역) ▲효성중공업(중공업·건설) ▲효성첨단소재(산업자재) ▲효성화학(화학)으로 인적분할 하기로 결정했다.

 

'효성가(家) 3세'인 조현준 회장은 효성의 최대주주로 지분 14.27%를 보유하고 있다. 부친인 조석래 회장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37.5%이다. 여기서도 자사주 지분에 다시 의결권이 다시 생기는 것을 감안하면 존속 지주사가 가지는 분할된 사업회사 지분율은 모두 쉽게 40%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통상 지주사 전환과정에서는 지주사가 지주사 요건(자회사 지분 20%, 상장사의 경우 30% 이상 확보)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업 자회사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실시한다. 참여한 주주의 자회사 주식을 받는 댓가로 지주사 주식을 준다.

 

주로 이 과정에는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 자회사 지분도 들고 있는 오너 일가가 참여해 지주사 지분을 끌어올리는 지렛대로 활용한다. 조현준 회장도 이 방법을 통해 지주사 지분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지주사 전환이 조 회장 체제를 강화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정리해야 할 문제도 있다. 주요 수익원인 브랜드 소유권과 이에 따른 수수료, 조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들을 지주사 체제 내에 편입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 등이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효성의 그룹 CI와 사명 등 브랜드는 지주사가 가져갈 확률이 높지만, 효성의 첨단소재인 폴리케톤과 탄소섬유 브랜드 탄섬 등은 사업 자회사가 보유할 가능성도 있다.

 

또 효성은 ㈜효성과 지분 관계가 없는 오너 일가 소유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율 대상’기업도 16개에 달한다. 이들 기업은 지주사 체제 내에 편입될 가능성이 낮지만, 오너 일가 지분율이 20%(비상장사 기준, 상장사 30%) 이상이어서 계열 내부거래 비중이 확대될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다만 효성은 이전부터 오너 일가 소유기업과 효성과는 사업 연관성이 크지 않고, 내부거래 비중이 작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 지주사 전환 결정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추진 과정에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효성 관계자는 “브랜드 소유권이나 특허권에 대한 기술료 등을 지주사가 보유할지, 수수료는 얼마나 받을지 등에 대해서는 결정된 내용이 없고, 추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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