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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워치]가상화폐 없인 블록체인도 없다

  • 2018.01.23(화) 10:32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委 공동대표
"가상화폐, '분산성' 위한 핵심적 보상수단
블록체인 육성과 가상화폐 규제 양립 불가"

"블록체인은 자발적인 분산성을 위해 블록체인 장부에서 고유하게 발행된 화폐를 보상책으로 주게 된다. 이 보상 체계의 핵심적인 골간을 이루고 있는 암호 화폐를 범죄시 한다면 분산시스템은 전혀 가동될 수 없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최근 정부의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한 분리 대응 방안에 대해 이같이 일침 했다. 블록체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블록체인 육성과 가상화폐 규제 자체가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와의 관계, 업계에서 생각하는 바람직한 가상화폐 규제 및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

 

- 용어부터 헷갈린다. 가상화폐, 가상통화, 암호화폐 뭐라고 불러야 하나

▲암호화폐는 여러 가상화폐 중에서도 2008년 10월에 발표된 분산 컴퓨터 암호학을 결합시켜서 위 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P2P(개인 간) 전자 화폐 시스템을 특정해서 부른다. 가상화폐라고 하면 항공사가 발행하는 마일리지, 개인회사가 발행하는 개인 머니, 과거 사이월드의 도토리같이 중앙의 발행 주체가 있고 인터넷 서버 상에서 관리가 이뤄지는 화폐를 망라한다.

 

이렇다 보니 두바이 왕자가 만들었다는 등 유사수신행위적인 가상화폐까지 나와서 혼동을 주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 암호통화 등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본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도 중앙은행들이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통화를 중앙은행 암호통화라고 한다. 정확한 명칭이 중요하고 사회적인 컨센서스가 있어야 한다.


-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 맞나

▲정부에서 블록체인은 막지 않겠지만 암호화폐는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암호화폐는 범죄화하고 블록체인은 양성화하겠다고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두 가지는 절대 양립할 수 없다. 이를 설명하려면 블록체인이 왜 혁신적이고 보완성이 뛰어난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블록체인은 불특정 다수의 노드(Node, 데이터 접속점)와 거래검증인들이 자신의 컴퓨팅 리소스를 분산 네트워크에 제공하게 되는데 이들은 장부 하나씩을 갖게 된다.


예컨대 삼성이나 애플이 주도해서 전 지구적으로 서버를 갖다 놓는다고 해서 블록체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랜덤하게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서 컴퓨팅 리소스가 제공되고 그런 노드들에 의해 장부가 공유될 때 해커들은 그 장부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블록체인의 보완성은 바로 이런 자발성 분산성에 기초한다.

 

그러나 자발적인 분산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기세와 컴퓨팅 리소스를 제공하는 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 보상체계를 삼성이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대면 이미 분산 체계가 아닌 중앙화다. 결국 어떤 주체가 이런 보상을 책임지지 않고 그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된 네이티브 통화, 즉 블록체인 장부에서 고유하게 발행된 화폐를 보상책으로 주게 된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는 비트코인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는 이더리움을 주는 식이다. 그럼으로써 전혀 새로운 경제 구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보상 체계의 핵심적인 골간을 이루고 있는 암호화폐를 범죄시한다면 분산시스템은 전혀 가동될 수 없다.

 

- 암호화폐가 없는 블록체인도 있지 않나

▲블록체인에는 공개형 블록체인과 폐쇄형 블록체인이 있다. (암호화폐가 없는 것은) 기업들이 제한적으로 쓰고 있는 것은 폐쇄형 블록체인이다. 2008년 비트코인이 나온 후 9년 여간 위변조가 없었다. 보안성과 혁신성이 검증된 셈이고 이를 보고 기업들이 자신들의 시스템으로 사용에 나섰다. 이들은 암호화폐를 제거하고 노드를 구성해 폐쇄형 블록체인을 만들었는데 이는 회사들을 위한 인트라넷이나 결제 시스템에 불과하다.

 

공개형 블록체인을 하지 말라는 것은 인터넷 시대에 구글이나 네이버를 하지 말고 회사형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과 다름없다. 공개형 블록체인을 성장의 틀로 삼기 위해서는 암호화폐를 불법화하고 막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시장에 정착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풀 생각을 해야지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않다.

 

- 정책 당국은 암호화폐를 '돌덩어라'라고 표현했는데

암호화폐의 분산성과 보안성, 혁신성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을 허탈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돌덩어리는 물리적 실체를 갖지만 토건용 자재 정도로 쓰이고 드물게 미적인 가치로 수석처럼 수집용 대상이 된다. 암호화폐는 지구상에 분산된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클라우드 장부상에 기재된 비가역적인 권리관계다. 한번 기재되면 위변조되기 어려운 비가역적인 데이터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은 돌덩어리에 없다.

 

그런 암호화폐의 가치를 '0'이라고 예단하거나 단정지어선 안된다. 데이터적인 가치, 네트워크적인 가치를 모두 무시한다면 데이터 산업이나 빅데이터가 앞으로 정보통신과 4차산업 혁명 시대에 쌀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란 말은 허망한 말이 된다. 중개 기관을 믿을 필요 없이 인류 최초로 P2P로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의 가치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 암호화폐가 가상 증표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암호화폐는 거래내역에 대한 데이터적이고 네트워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암호화폐를 가진다는 것은 노트북에서 이를 갖는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장부 상에 돈에 대한 등기부등본처럼 기재되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소유권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가상 증표라고 부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실제 가상증표는 우리가 쓰고 있는 돈이라고 본다. 돈의 실물증표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종이지폐다. 하지만 통장에 월급이 들어왔다 곧바로 카드값으로 나가듯 종이에 찍히는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

 

블록체인 상의 거래 데이터는 한번 남으면 영구적으로 남는다. 소위 싸이월드의 도토리 등을 만드는 회사가 사라지면 도토리는 무화(無化)가 된다. 반면 블록체인 상에 기재된 데이터는 어떤 회사가 도산해도 무화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 분산시스템의 우월성이다. 가상 증표로 규정하는 것은 기술적인 이해의 결여다.

 

 

- 암호화폐 개발이 누구나 가능하다는데

▲알다시피 비트코인은 오픈소스이기 때문이다. 소스 코드가 공개된 이후 누구나 저비용으로 비슷한 것을 만들 수 있고 1400여개의 암호화폐가 난립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화폐가 모두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를 개발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분산성을 이루게 된 물리적인 인프라의 컴퓨팅 파워와 전기세를 제공하는 자발적 참여자들인 마이너(채굴자)와 노드들이 따라붙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쓸 수 있는 전기와 컴퓨터칩은 제한돼 있다. 그래서 이더리움이 뜨자 이더리움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하는 엔비디아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를 시장도 수용하고 있다. 저비용으로 코드 자체는 무한정 만들 수 있지만 코드를 뒷받침하는 물리적인 실체인 전기와 컴퓨터칩은 인류에 제한돼 있어 마구 발행될 수 없는 구조다. 이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

 

- 김치 프리미엄을 어떻게 봐야 하나

▲김치 프리미엄은 한국 시장에서 암호화폐 가격이 유독 높은 것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 전기세나 컴퓨터칩 가격이 비싸다보니 마이닝 산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저 역시 2013년 처음 가상화폐 회사를 만들 때도 마이닝 사업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이닝 산업이 없다보니 10~20%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김치 프리미엄 커진 이유는 모든 자산 시장에서는 가격 차가 발생하면 차익을 기회로 보고 이를 실현하려는 자본이 몰려들게 된다. 그리고 차익실현을 하면서 시장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곡물시장 등 모든 자산시장이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것이 작동하지 않았다. 정부가 외국환은행들이 암호화폐 구매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송금 자체를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화 입출금 막은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이후부터는 외국인들이 암호화폐를 가져와서 거래하는 것도 막아버리면서 일종의 갈라파고스가 됐다. 시장 원리 하에서 평형상태를 이루는 자본 흐름이 단절된 것이다. 결국 김치 프리미엄의 원인은 경직된 외환정책과 규제를 단기적으로 남발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에 대한 책임을 시장에 돌리면서 대책을 강화하는 악순환에 빠지면 결국 더 갈라파고스가 될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규제를 하지 말아야 할까

▲정부 입장에서는 (가상화폐 열풍에)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원칙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예측 가능성, 투명성, 비례성(평등성)의 원칙이다. 정부의 단기 대책이 남발되면서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였다. 정부가 언제 막을지 모르니 빨리 한탕을 해야겠다는 심리가 커졌다. 지난해 9월 29일 이후 시장을 흔든 것도 바로 이것이다. 정부가 강경 일변도로 돌아서기 시작하자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500만원에서 2500만원까지 올랐다.

 

또한 정부가 시장의 건전한 환경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 자체에 개입하려다보니 정보 비대칭성이 생겼다. 시장에 개입하려는 정보 자체가 누군가에게 기회가 되고 투명성을 저해한다. 직접 개입의 위험성이다.

 

비례성은 정부 정책이 누군가에게만 특혜를 줘선 안되고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암호화폐에 뛰어든 국민들은 투기꾼으로 몰고 산업자본으로 흘러야 한다고 보는데 어느 쪽이든 미래를 똑같이 보고 투자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코스닥은 키우려는 대책을 발표하는데 이(암호화폐) 분야에 투자하는 국민으로 하여금 좌절감에 빠지게 한다.

 

이 외에 신기술 분야 정책에서는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장려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얼마 전 발표한 블록체인 규제에 대한 10가지 원칙 중 하나를 말하는 것이다.

 

- 업계 대안은 무엇인가

(시장을) 이대로 두자는 것은 아니다. 1년 반 전부터 규제를 빨리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래야 장기적인 규제가 된다. 그 당시 말했던 것이 일본식 건전성 규제다. 실질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새로 생긴 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해야 한다. 육성까지는 아니더라도 건전하게 갈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2016년 4월에 자금결제법을 개정해서 암호화폐를 재산상의 가치가 있는 결제수단으로 간단하게 정의했다. 재화냐, 화폐냐, 금융상품이냐의 논란 없이 재산상 가치를 지니면서 결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 이후 지난해 4월 암호화폐 거래소를 금융청에 등록시키고 금융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도 거래소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 투기 조장 문제점이 많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관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관련 법안이 상정돼 있는 상태다.

 

- 중장기 제언은

전자금융거래법이 상당히 오래됐다. 전자금융거래법이 시효를 다했음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는 전자화폐 발행업자 등록이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처럼 자금결제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블록체인뿐 아니라 삼성 페이나 구글 페이 등 새로운 지급 결제 수단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등장하게 될 '기계 대 기계'의 거래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네거티브 규제 입법의 모범사례로서 자금결제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단적으로 유럽연합(EU)은 올해 1월 1일부터 결제서비스 지침(PSD2)을 시행 중에 있다. 이에 따르면 EU의 모든 은행은 제3자 금융서비스를 위해서 과거 통신망이나 인터넷망처럼 은행망을 공개해야 한다. 이처럼 은행망을 중립화해서 새로운 산업과 금융서비스들이 소비자 중심으로 움직이게 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우리도 전자금융거래법에 얽매여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법과 규제가 발목을 잡는 일이 없어야 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잠재력으로 경제성장 엔진으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 가상화폐가 금을 대체할 수 있을까

가상화폐를 만든 사람들이 가상화폐가 향후 금이나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업체가 있다면 당국이 유사수신 기능으로 현행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크리스틴 라가드르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앞으로의 국가들은 하나의 화폐가 아닌 여러 화폐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캄보디아는 자국 통화와 달러를 함께 쓰는 달러라이제이션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달러가 아니라 디지털 화폐 사용을 병행하게 될 것이란 것이 그의 견해다.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에 귄위를 인정해달라고 한 적은 없지만 규제를 하면 이를 인정한다고 보고 당국이 규제를 미뤄왔다. 당국은 규제는 하되 귄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경고와 함께 행위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

 

화폐로서가 아니라 데이터의 가치를 봐야 한다. 기축통화를 주장하는 암호화폐는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국부유출이 걱정된다면 오히려 가상화폐 공개(ICO) 금지한 것을 풀어줘야 한다. 국제 무대에서 핵심 금융거래 기반이 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 가상화폐 버블 논란에 대한 견해는

모든 버블이 다 꺼지는 것은 아니다. 거품이 꺼진 튤립 버블도 있지만 나스닥의 버블은 버블이 꺼진 후 15년이 지나서 다시 그 수준을 회복했다. 닷컴 열풍 당시 나스닥의 기술주 시가총액이 6조8000억 달러였다.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65.5%였다. 그것들이 꺼졌다가 옥석 가리기 후 다시 오르고 있고 실물경제 비중이 커졌다.

 

아예 꺼지지 않는 골드 버블도 있다. 비트코인을 보고 놀라고 있지만 1971년 8월 15일에 미국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을 중지하고 브레턴우즈 체제가 꺼진 직후부터 1980년까지 10년 동안 미국의 금값이 올랐는데 비트코인 그래프와 놀라울 만큼 닮아있다. 금은 원자재로서의 가치만 있다가 1971년 당시 새로 태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의 금 가격은 80년대 최절정기라고 여겼던 때보다 높다.

 

어떤 것의 가치가 있다 없다를 시장에서 함부로 예단해선 안된다. 비트코인도 크게 올랐다 거품이 꺼졌고 2015년부터 다시 오르고 있다. 올해 가격이 폭등하다 보니 규제당국이 놀랐다. 시장 반응을 잠재울 필요는 있지만 규제당국이 가치가 0이 된다고 말하는 순간 시장에 개입하게 된다. 어떤 버블인지,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지 객관적인 입장에서 차분하게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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