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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더니…" 조선빅3 실적개선은 언제?

  • 2013.11.04(월) 16:21

조선업 특성에 따른 저가 물량 인식으로 실적 부진
4분기 기점으로 실적 안정화 전망

올해 조선업종의 가장 큰 특징은 업황이 회복기에 진입하는 시그널들이 보인다는 점이다. 수년간 지속된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조선업체들은 기대가 크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조선 빅3의 3분기 실적은 이런 기대감과는 동떨어져 있다. 분명 업황은 회복되고 있다는데 실적은 왜 부진한 것일까.

◇ 시그널은 좋은데...

조선업은 업종 특성상 업황 회복의 시그널이 당장 조선업체의 매출에 반영되지 않는다. 올해 수주했다고 해서 올해 매출에 적용되지 않는다. 통상 수주 금액을 몇 차례에 나눠 받는다. 따라서 올해 수주한 선박의 건조비용은 내년이나 내후년 매출에 반영된다.

조선업체들이 최근의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주 잔금을 받을 당시의 환율에 따라 금액 차이가 커진다. 만일 잔금을 받을 당시의 환율이 수주 당시보다 낮다면 그만큼 손해다.

최근 국내 조선 빅3의 실적이 부진한 것도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 상선 발주 증가, 신조선가 상승 등의 호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실적이 부진한 것은 과거의 수주 금액이 이번 실적에 반영돼서다.
 
▲ 현대중공업은 올들어 3분기 연속 영업이익 하락이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2011년~2012년 수주한 저가 물량들이 올해 실적에 반영돼서다. 하지만 이는 조선업 특성상 수주 잔금을 몇 차례에 걸쳐 나눠 받으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4분기부터는 조금씩 업황 회복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0.5% 감소한 13조138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63% 줄어든 2224억원을 나타냈다. 당기순손실은 12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 3777억원을 기록한 이후 3분기 연속으로 감소한 수치다. 현대중공업의 실적이 계속 부진한 것은 과거 수주했던 저가 물량이 올해 각 분기 실적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2년간의 상선 선가 하락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수주잔고의 상당부분이 소진되기 전까지는 의미 있는 수익성 개선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 저수익 물량 3분기에 반영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지만 지난 3분기 실적은 크게 부진했다. 삼성중공업의 지난 3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11.9% 감소한 3조575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36.7% 줄어든 2058억원이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분야의 강자다. 특히 시추선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시추선 분야도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작년에는 많은 조선업체들이 해양부문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됐다.

▲ 자료:동양증권 리서치센터(단위:억원)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시추선 단가도 낮아졌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총 9척, 48억달러 규모의 시추선을 수주했다. 작년 수주 물량이 이번 3분기 실적에 반영되면서 부진한 실적이 나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에는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시추선 분야의 수주 마진이 나빠졌다"면서 "작년에 수주한 선박의 매출 비중이 3분기에 확대되면서 영업이익률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약 9%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양부문에서 지난 2010년 수주한 저가 수주물량이 남아있고 상선부문도 마진율 하락세에 있기 때문이다.

◇ 내년부터 본격 상승

그렇다면 조선 빅3 업체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저가 물량들은 언제쯤 소진될까. 전문가들은 4분기에는 저가 물량을 대부분 털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조선 빅3들이 지난 2011~2012년에 수주한 저가 물량은 지난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런 추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업황 회복 시그널들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이런 우려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울러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던 저가 물량이 이미 지난 3분기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도 호재다. 따라서 4분기에는 저가 물량 반영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업황 회복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자료:동양증권 리서치센터(단위:억달러).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의 실적은 올해 2분기부터 이미 저가물량 매출 인식에 따른 수익성 하락기에 접어든 상태"라며 "하지만 최근의 업황 회복 움직임, 특히 수주량 증가와 더불어 과거 수주 물량의 옵션분이 점차 실적에 반영되면서 4분기에는 저가 수주 물량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신(新)조선 시장 회복도 반가운 일이다. 신조선 시장은 '수주량 증가→수주잔고 개선→선가상승' 이라는 선순환 국면이 지속돼야 한다. 현재는 상선을 중심으로 선박 발주가 증가하는 추세다. 또 조선 빅3의 수주량도 이미 올해 목표치에 육박하고 있다.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선가도 오르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수주한 저가 물량 비중 축소와 신조선 시장 회복은 곧 전체 업황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해양설비의 수주가 견조한 가운데 상선 발주가 4분기에도 이어지는 분위기"라며 "주요 조선사들의 수주잔고가 늘어남에 따라 선가 상승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현 상황은 예전 조선업황 상승 초기에 나타나던 모습과 흡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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