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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현미와 최경환, 그리고 부동산

  • 2018.01.30(화) 09:42

재건축연한 연장, 부처간 엇박자에 혼란 가중
정치인 장관 '튀는 발언'으론 안정 못찾아

"LTV·DTI(주택담보인정비율·총부채상환비율) 같은 부동산 규제는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는 격이다."

2014년 6월 13일,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이 한마디는 (조금 과장해서) 모든 것을 바꿔놨다. 실세 장관이자 정치인이었던 최 전 부총리는 대출규제 완화에 부정적이던 금융당국도 이내 평정했다. 지난 3년간 관련 부처는 사실상 부동산 살리기에 올인했다.

 

제대로 붙은 불은 끄는 게 더 힘들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 얽혀있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정치인다운 수려한 말 한마디로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런 면에서 같은 정치인 출신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지워진 짐은 최 전 부총리와 비교하기 어렵다. 아마 결과(부동산 시장 안정)가 나오기까지 누구도 박수를 쳐주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정책은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아니 더 신중해야만 한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정책을 놓고 새어 나오는 정부내 엇박자는 시장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18일 재건축과 관련해 "구조적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에도 사업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는 문제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이나 내구연한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연장하고 안전진단를 강화할 것을 시사한 발언이다. 당장 올해 혹은 1~2년내 재건축연한을 맞는 노원 도봉 양천 등지의 아파트의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 /이명근 사진기자


이런 김 장관의 발언은 지난 9일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의 "재건축 연한 연장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발언을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또 불과 며칠 전인 15일 청와대의 신중한 입장과도 결을 달리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의 실패를 의식한 듯 "강남 집값 상승이 전국적 현상인지 아닌지 규정하기도 전에 그때그때 처방한 것"에 대해 반성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시장은 추가 대책에 대한 속도조절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김 장관의 '튀는 발언'이 주는 충격은 컸다. 정치인 출신의 흔한 발언으로 치부하기엔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이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 공개 등 국토부가 내놓은 일련의 대응에선 조급함 마저 읽히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건축연한 연장과 관련해 "부정적인 측면을 고려하면서 상당히 신중히 검토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시 시장은 혼란스럽다.

 

김 부총리는 부처간 엇박자 논란이 일자 SNS를 통해 직접 해명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해석과는 거리가 멀었다. 같은 '검토'라는 단어가 주는 온도차가 극명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부동산 연구위원은 "부처 전반의 (정책에 대한) 통일감이 떨어지는 듯 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최근 부동산시장 만큼이나 핫한 가상화폐 시장은 정책당국의 일관되지 못하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인한 파장과 혼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부동산 시장 역시 정책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와 신중한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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