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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실명제]월급통장으로 '우회 계좌' 튼다

  • 2018.01.30(화) 18:48

가상화폐 실명제 첫날, 은행 현장 스케치
"점심시간 신규 통장 개설 고객 몰려"
월급통장 등으로 우회 계좌 개설 가능

 
"혹시 통장 개설하시게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 첫날인 30일. 기자가 여의도 신한은행 영업지점에서 대기번호표를 뽑자 직원이 다가와 '통장 개설 의사'를 다짜고짜 물었다. 이 직원은 "점심시간까지 사람들이 몰려 한 창구직원이 통장 개설업무를 전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IBK기업·NH농협·신한은행 등 여의도에 위치한 은행 5곳을 둘러본 결과, 일부 영업점은 계좌를 신규로 개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신한은행 여의도중앙지점 관계자는 "특히 점심시간에 신규 통장을 개설하려는 사람들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만을 위한 신규계좌 개설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기존에 가상화폐 거래 이력이 있는 경우 거래소와 거래를 튼 은행에서 월급통장이나 공과금납부통장을 개설하면 그 통장을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우회로'가 열려있다. 실제로 이날 만난 한 지점 직원은 "재직증명서나 지로영수증 등 통장 개설에 필요한 서류를 갖고 은행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로 월급통장이나 공과금납부통장을 개설 한 후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정부 눈치를 보는 거래소가 신규 고객과 거래를 틀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다음달부터 신규 고객을 받을 예정이다. 코빗 관계자는 "회원 실명확인 계좌를 등록하고 다음달 6일부터 2차 등록(신규)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빗썸도 기존 고객에 대한 실명 확인을 진행한 뒤 신규 거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우회 계좌' 계설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영업점 관계자는 "신규 거래를 트겠다고 서류를 구비해온 고객들을 내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금융 당국에서는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는데 심증이 100% 가는 가상화폐 거래 통장 개설을 막지 못하는 지금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여의도IFC지점 관계자는 "(고객들이) 통장 개설에 필요한 서류는 미리 구비해 온 경우가 많아 통장을 개설하러 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간 경우는 거의 없다"며 "(뭐가 필요한지) 미리 다 알아보고 오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직원은 "가상화폐 투자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정부 대책에 대해 굉장히 민첩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영업점에선 작년 말 정부가 발표한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설명하는 대고객 안내문을 배포하고 있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 업무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며 "시세조작이나 자금세탁, 탈세와 같은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은행이 1차적으로 (불법 행위를) 거르는 업무가 많다"고 설명했다.

 
▲ NH농협은행 여의도지점 창구에 붙어 있는 안내문 [사진=이돈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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