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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출구전략 `쓰디 쓴 약` 당의정 입히는 과정?

  • 2013.05.23(목) 11:38

버냉키, 양적완화 축소 시사..조기 긴축 우려는 일축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양적완화 규모 축소가 바람직하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총재 "고용시장 회복을 위해 양적완화를 지속해야 한다"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양적완화는 현 상황에서 최적이며 지속해야 한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 "양적완화 축소에 유보적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할 수 있지만 그것이 자동적으로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마침내 22일(현지시간) 양적완화 축소가 머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경제 개선이 이어지고 확신이 지속된다면 이르면 다음 회의에서 자산매입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가깝게는 6월 중순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예정돼 있고 7월말과 9월 중순으로 이어진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
버냉키 의장이 말한 '경제 개선과 확신의 지속'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미국 의회 발언에서도 "여전히 지표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나마 이번이, 출구전략 시기에 대해 이제껏 준 답 가운데서는 가장 명확했다.

 

버냉키는 이번에도 자산매입의 점진적 축소를 조기 긴축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자산매입 축소가 완벽하게 출구 밖으로 발을 빼는 것은 아님을 재강조한 것. 또 지표 상황에 따라 속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출구전략의 시작이 될 자산매입 축소 개시 시기에 대한 전망이 더욱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빠르게는 6월로도 점치는 반면 한쪽에서는 결국 내년 초가 되야 할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사실 이런 광범위한 관측은 연준 스스로 의도하는 바일 수 있다. 출구전략을 진행할 필요는 있지만 출구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시기는 상당히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매입 축소=긴축"으로 곧바로 해석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시장과의 소통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과거 연준은 시장 기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1994년 연준의 금리 인상은 긴축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시장을 일대 혼란에 빠뜨렸고, 이후 2003~2006년 사이 연준은 가능한 적은 폭으로, 연속적으로 금리를 올려 시장의 확대해석을 견제했다.

 

버냉키는 이번에도 매우 작은 단계씩 자산매입을 줄이면서 출구에 가까이 접근, 시장이 곧바로 이를 긴축으로 해석하지 않도록 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의회 발언에서도 버냉키 의장은 "연준이 채권매입을 줄이기 위한 첫 스텝을 밟는다고 그것이 자동적으로 완벽한 양적완화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는 매우 완만하게,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절대적인 매입 규모를 줄여가되 금리를 낮추는 기능은 가능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언제 출구에서 빠져나왔는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출구전략'인 셈이다. 이는 최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크게 낮아지면서 충분히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연준의 의도와 달리 자산매입 축소가 소규모로라도 일단 시작되면 이를 긴축신호로 받아들일지 여부는 전적으로 시장의 몫이다. 이미 자산매입 축소 결정이 아닌 가능성에 대한 버냉키 발언 자체만으로도 수면 아래에서는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티모시 듀이 미국 오레곤대 경제학 교수는 "연준이 그들의 선택지를 계속 열어둔 채 가려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그들이 추구하려는 유연함이 오히려 시장에는 혼란스러운 메시지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준 인사들 내에서도 다양한 발언들이 혼재되면서 판단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국내 증권사들은 양적완화 축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가 올 여름 고용시장에 달려있다는 원론적 답변에도 불구하고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더 크게 부각됐다"며 "해프닝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도 "출구전략으로의 여정은 길다"며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위한 속도조절로 봐야 하며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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