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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새 경제수장 파월 '호된 신고식'

  • 2018.02.06(화) 11:25

국내외 증시가 오랜만에 요동치고 있다. 코스피는 2거래일 70포인트 이상 빠졌고 6일 장중 낙폭까지 감안하면 100포인트가 넘는다. 국내 증시 여건만 놓고 보면 큰 변화가 없다. 오랜만에 미국발 삭풍이 거세게 분 탓이다.

 

2월 들어 미국 시장에는 2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1월 고용지표가 크게 호전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진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완만한 물가 상승에 따른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전망됐지만 경제 지표가 워낙 좋게 나오자 갑작스레 긴축 공포가 확산했다.

 

 

 

또 한가지 새로운 소식은 새로운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취임이다. 재닛 옐런 전 의장의 아름다운 작별 인사를 뒤로 지난 3일부로 새로운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 시대가 들어섰다.

 

미국 사상 첫 여성 연준 의장이었던 옐런 의장은 2014년 2월 벤 버냉키 의장 후임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뒤 꽤 괜찮은 행보를 이어왔다. 시장도 무탈하게 승승장구했다. 영국의 브렉시트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뜻밖의 변수가 있었지만 미국 증시의 우상향 흐름을 꺾진 못했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미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과정에 놓인 시점이었던 만큼 통화정책 운용이 전 수장들보다 더 수월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과 안정적인 소통을 지속하면서 2013년 시장을 혼비백산케 했던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 선진국의 양적 완화 축소 정책이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증시 급락을 불러오는 현상)의 재현은 없었다. 벤 버냉키 전 의장 시절 보유자산 축소 우려로 신흥국 시장이 패닉에 빠지기도 했지만 옐런 시절엔 실제 테이퍼링이 개시됐음에도 오히려 차분했다.

 

연준은 비교적 큰 충격 없이 그동안 풀려있던 유동성 흡수에 나섰고 미국 고용시장 등 경제도 회복 궤도에 오르며 비교적 4년 임기 동안의 미션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증시는 그의 임기 동안 70% 가까이 올랐고 취임 당시 6.7%에 달했던 실업률은 4.1%까지 떨어졌다.

 

신임 연준 의장의 과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목표인 경제성장과 고용 증가에 초점을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할 전망이다. 파월 의장의 경우 옐런 의장과 마찬가지로 비둘기파에 속한다.

 

대신 과거에 미국이 해왔던 공격적인 양적완화(QE)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미국이 점진적인 속도로 긴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주재하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속도가 붙은 경기는 이런 전망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마침 신임 연준 의장이 들어선 시점에서 뉴욕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고용시장이 크게 호전되면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년 최고치로 3% 가까이 치솟으며 미국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고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파월 의장의 어깨도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자칫 너무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인플레이션을 적절히 제어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다만 파월 의장 역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긴축 우려나 금리 상승으로 시장이 잔뜩 긴장해있지만 빠른 경기 회복에 따른 현상이란 점에서 우려가 크지는 않은 편이다.

 

긴축은 표면적으로 주식시장에 부정적이지만 현재의 긴축은 속도가 점진적인 데다 경기 개선이 뒷받침된 만큼 긍정적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당장 변동성을 겪을 수 있어도 긴 조정을 예상하는 쪽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연준에 대한 믿음도 여전하다. 파월 연준 의장도 공식 취임 자리에서 경제가 개선되는 한편 금융 부문이 전보다 훨씬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진화하는 위험에 응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간 쉼 없이 오르기만 했던 글로벌 증시다. 어쩌면 파월 신임 의장의 통과의례이자 호된 신고식으로 기억될 지금의 상황에 크게 부화뇌동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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