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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백기…대우건설 '다시 안갯속으로'

  • 2018.02.08(목) 11:24

해외 추가부실 불안감 결정타
기업가치 하락, 당분간 재매각 어려울듯

호반건설 품으로 가는 듯 했던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대우건설 4분기 실적에서 드러난 모로코 발전소 현장의 잠재손실 3000억원이 결정타가 됐다.

호반건설은 8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대우건설 인수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주택사업만을 해왔던 호반건설 입장에선 대우건설 해외사업의 돌출변수와 불확실성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호반건설과 계열사들로 부실이 전이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끼게 될 전망이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 해외부실 '끝이 아닐지 모른다' 불안감

 

호반건설의 결정은 당장 3000억원이 넘는 손실 규모가 인수금액(1조6000억원)의 20%에 달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이게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 M&A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 사업의 우발손실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외 미래의 위험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느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했다"며 인수 중단의 배경을 밝혔다.

대우건설은 어제(8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1432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어닝쇼크였다.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재제작에 들어가면서 3000억원 이상의 잠재손실을 선반영한 것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에도 모로코 사피 발전소 230억원의 손실을 반영하기도 했다.

 

이 현장에서 발생한 손실만 지금까지 3577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4년 착공한 모로코 사피발전소 도급액 1조9819억원의 18%에 달하는 손실규모다. 이는 지난해 10월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 입찰을 앞두고 실시한 예비실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해외사업장 손실 규모는 무려 4225억원에 달했다. 대우건설은 모로코 이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알제리,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등에서 해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7일 보고서에서 "대우건설 카타르 고속도로에서 지난해 대규모 추가 원가가 발생했고, 다른 손실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원가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 공기지연에 따른 추가 공사비 발생"이라며 "실질 완공시점까지 추가 공사비 증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해외사업장에서의 돌출변수는 사전에 파악하기도 어렵고 예측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호반건설 입장에선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 부실을 감당하면서까지 대우건설 인수에 나설 이유도 크지 않다는 시각이다. 김상열 회장 입장에서는 자칫 국내 주택사업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호반건설까지 부실이 전이될 경우 그룹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 대우건설, 당분간 재매각 추진 난망

 

당장 대우건설이 받을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대우건설 노조 등은 호반건설로의 매각을 반대해왔지만 한편으로 일각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우건설 가치 추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해외사업에 대한 추가 부실 우려도 더 커질 전망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우건설 주가는 전날 5680원(종가 기준)에서 이날 오전 10시 50분 현재 5270원까지 주저앉았다. 무려 7% 이상 빠졌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한동안 재매각에 나서기 어려워 산은 체제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오히려 해외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와 이에 따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수반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지난해말 해외수주 잔고의 평균 원가율이 104.0%로 매우 부진한 가운데 예상치 못한 대규모 손실인식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회사의 원가관리능력 및 클레임 청구 등 해외사업 교섭력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진행 중인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와 부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도 "인력 구조조정이 수반되는 문제여서 현실적으로 해외사업을 축소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산은 입장에선 점진적인 구조조정으로 컴팩트한 회사로 만들어 다시 시장에 내놓지 않겠느냐"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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