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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생사 키워드]④해외시장서 길을 찾다

  • 2018.02.12(월) 09:46

신한·롯데 등 동남아 중심 진출
국내시장, 규제·시장포화로 경영환경 악화
베트남 부각..계열사와 협업모델 주목

카드 업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내수 시장이 차고 넘쳐 마케팅 비용 지출로 인한 제살 깎아먹기 전쟁이 한창이다. 정부는 카드사의 주 수입원인 수수료 체계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조달금리도 올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법정최고금리도 내달부터 27.9%에서 24%로 떨어진다. 카드사는 비싸게 돈을 빌려와 싸게 돈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을 타개하고자 카드업계는 해외시장진출과 디지털화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 카드업계를 쥐락펴락할 요소들을 키워드 중심으로 풀어본다. [편집자]

 

 

베트남은 현금결제 비중이 높아 신용카드 사용률이 저조한 나라로 꼽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베트남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인구는 전체의 30%를 조금 넘는다. 베트남 호치민 시내 사이공커머셜은행(Saigon Commericial Bank)에서 근무하는 응구옌 뚜엣 냐(여, 32)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베트남에는 결제시스템을 갖춘 점포가 드물어 카드를 쓰는 사람이 적다"고 설명했다.

'카드 불모지'로 비춰질 수 있는 이 베트남시장에 국내 카드사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지난해 9월말 롯데카드가 베트남 테크콤파이낸스 지분 100%를 875억원을 들여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신한카드가 푸르덴셜소비자금융(PVFC)의 지분 전량을 1614억원에 사들였다.

두 회사는 계열사와 협력모델을 찾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롯데카드는 베트남에 먼저 진출한 롯데백화점, 롯데리아 등과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고 있고 신한카드는 신한은행 베트남법인과 사업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들 카드사들이 베트남 시장 진출을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8월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카드발급수는 3.6개로 주요 선진국 평균 2.15개를 상회한다.

이렇다보니 카드사간 경쟁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해 3분기까지 주요 8개 카드사가 판매관리비로 지출한 금액은 전년동기대비 2.2% 증가한 2조2400여억원. 같은 기간 8개사 총 순이익은 약 1조8400억원이었다.

삼성·카카오·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서비스가 기존 신용카드 시장을 넘보고 있고 회사채 금리가 꾸준히 오르는 반면 법정최고금리는 낮아지고 이에따라 마진율도 팍팍해져 대외적인 여건도 악화일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규제 일변도의 국내시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해외로 나가는 것 이외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베트남시장은 성장잠재력이 크다. 세계은행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이 6.7%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6.41% 성장률을 보인 작년 1~11월 재화서비스 판매시장 규모가 전년대비 10.7% 늘어난 1604억달러(약 175조원)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판매시장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베트남 금융당국이 2020년까지 현금결제 비중을 10%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하면서 카드업을 전개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 갖춰졌다는 평가다. 이주현 코트라 베트남 호치민무역관은 "베트남 정부가 핀테크 기업에 지원책을 쏟아내는 등 선진 금융기술에 관심이 많다"며 "국내 카드사들이 베트남에 진출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맥락이 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도 "베트남의 경우 문화적인 영향으로 연체율이 낮고 현금 사회에서 바로 모바일결제시장으로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어 디지털화와 함께 시장확대를 고민해야 하는 국내 카드업체에게 딱 맞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베트남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미얀마, 카자흐스탄에도 2~3년전부터 국내 카드사들의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하나카드가 미얀마에 진출했고 
신한카드가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에, BC카드도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이는 현지 정부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카드업계 판단이다. 대부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금융업은 인·허가 사업이다. 외국 업체가 이 시장에 진입해 원활하게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시장과 같이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야 한다.

다만 수익창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016년 출범한 신한카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은 지난해 17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시장 개척에 따른 투자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전산 장비부터 안정적인 영업망을 갖추기까지는 최소 5년이 걸리기 때문에 해외시장은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드사 해외진출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몰리는 양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재룡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 팀장은 "카드사들이 동남아시아 특정 지역에 몰려있다는 것은 추후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현지 경쟁도 달아오르는 만큼 다른 지역 진출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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