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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워치]'투자등급 소동' 어떻게 볼까

  • 2018.02.12(월) 10:07

[가상화폐 투자]
美신평사 가상화폐에 등급 제시 '비트코인 C+'
등급 기준 참고할만…논쟁 지속·확산 여부 주목

정부 규제 이후 가상화폐 거품이 사그라드는 모양새지만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투자 차원에서 본다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을 필두로 한 1400여 종이 넘는 가상화폐 가운데 소위 '될 놈'을 고르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어느 코인을 왜 사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미국의 신용평가사 한 곳에서 가상화폐 등급을 발표했다. 향후 등급 자료를 유료로 배포하고 시총 규모가 가장 큰 비트코인이 'C+'에 그치며 투자자들의 분노를 샀지만 이들이 책정한 기준이나 향후 가상화폐에 대한 또 다른 투자등급 평가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만하다. 

 

 

◇ 첫 가상화폐 등급 출현에 '들썩'

 

지난달 24일 미국 신용평가사인 와이스 레이팅스(Weiss Ratings)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74종의 가상화폐 등급을 발표했다. 가상화폐를 평가해 등급을 매긴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A(매우 우수한)'부터 'E(매우 약한)'에 걸쳐 등급을 매겼고 74종 가운데 'B+' 이상과 'D- '이하는 없었다. B 등급 이상은 20개 코인에 불과했고 D 등급이 15개, 나머지는 C등급 대의 점수를 받았다.

 

여기서 논란이 된 것은 가장 대중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비트코인 등급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총 1위인 비트코인은 보통 수준에 해당하는 'C+'를 받았다. 와이스 레이팅스는 비트코인에 C+ 등급을 매긴 사유로 네트워크 병목에 따른 거래 지연과 높은 비용, 업그레이드 계획 부재 등을 들었다.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은 B 등급을 받았고 3위인 리플은 C에 그쳤다. 오히려 이오스(B)와 네오(B-), 카르다노(B-) 등 상대적으로 낯선 이름의 가상화폐들이 비트코인 등급을 앞섰다.

 

그러자 한국을 비롯한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반기를 들며 강한 항의에 나섰다. 와이스 레이팅스가 무디스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처럼 인지도 높지 않은 신평사란 점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실제 주요 코인들의 경우 와이스 레이팅스의 등급 발효 후 영향력은 거의 미미했다.

 

와이스 레이팅스는 미국 신평업계에서 사실상 존재감이 크지 않은 중소형 신평사에 불과하다. 1971년 설립 후 한때 명성이 자자했지만 1990년대를 정점으로 빠르게 인기가 식었다. 그러면서 와이즈레이팅스가 시장의 주목을 끌고 새로운 돈벌이를 위해 가상화폐 등급을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와이스 레이팅스는 가상화폐 등급 보고서를 내며 최초의 가상화폐 등급 보고서임을 강조했고, 일정 기간 동안 구독을 신청한 투자자들에게는 보고서를 반값에 제공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 와이스 레이팅스가 제시한  주요 가상화폐 등급(코인마켓캡 시가총액 10위까지, 아이오타는 등급 미제시)

 

◇ 책정 기준 들여다볼만

 

와이스 레이팅스나 이들이 매긴 등급에 대한 논란에 불구하고 첫 가상화폐 등급 책정이 아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들은 와이스 레이팅스의 등급대로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테면 B- 등급을 얻은 스팀(Steem)은 보고서 발표 후 30% 이상 가격이 뛰기도 했다. 

 

와이스 레이팅스가 등급 책정에 활용한 기준들도 참조할만하다. 이들은 가상화폐 각각의 거래 패턴과 리스크, 잠재적 보상 가능성, 블록체인 기술, 보안과 적용 측면에서의 펀더멘털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했다.

 

리스크 지수는 가격 변동성과 등락폭 및 빈도를 측정하고 보상 지수는 벤치마크 대비 절대수익률을 따진다. 기술 지수의 경우 익명성의 수준과 등급 상승 가능성, 에너지 효율성, 다른 블록체인과의 호환성, 기술적인 강약점 등을 체크했다. 펀더멘털 지수는 거래 속도와 시장 침투력, 네트워크 보안과 블록 형성의 탈 중앙화, 네트워크 등력, 대중의 수용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담았다고 밝혔다.

 

와이스 레이팅스의 경우 자신들이 무디스나 S&P와 다르게 등급 책정 기업들로부터 어떤 보상을 받지 않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가상화폐를 만드는 기업들로부터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CNBC에 따르면 가상화폐 투자 회사인 아리 폴 블록타워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와이스의 시도는 가상화폐 산업의 제도화 및 신용등급 적용의 확산 차원에서 좋은 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등급 자체보다 확산 여부 더 주목

 

다만 가상화폐를 등급화해 점수를 매기는 과정은 아직까지 상징적인 의미가 크고 향후 가상화폐 평가 확산 등으로 이어질지를 더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가상화페의 경우 기업공개(IPO)와 달리 블록체인 안에서 신사업에 대한 필요성에 기여하기 위해 모집된 자금인 만큼 실체가 있는 기업 채권을 평가해 온 신용평가사들이 이와 유사하 방식으로 가상화폐 등급을 매길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도 있다.

 

앞선 아리 폴 CIO는 와이즈 레이팅스가 비트코인 등급 책정에서 가상화폐의 핵심 가치를 잘못 이해했다고 지적했다. 평가 기준 가운데 거래 가능성에 과도한 비중을 뒀고 프로토콜 안정성이나 보완성, 탈 집중화 등에 대해서는 의미를 적게 부여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와이스 레이팅스는 보고서 이후에도 비트코인의 C+ 등급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지난 5일 비트코인이 지난해 빠른 가격 상승에도 다른 알트코인들과의 경쟁 기반이 부족하고 최근 수개월간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7일에는 비트코인 지배력이 예전만 못해진 점이나 과도한 투기세력이 유입되고 있는 점, 비이성적인 과열이 비이성적 공포로 이어진 점도 비트코인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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