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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한국GM]정부 상대 ‘치킨게임’

  • 2018.02.13(화) 16:22

군산공장 폐쇄 뒤에도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
GM 최후통첩 받아든 정부 "깊은 유감" 표시

미국 제네럴모터스(GM)가 내놓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라는 수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니다.

 

 

배리 엥글(Barry Engle)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 International) 사장은 13일 "GM은 글로벌 신차 배정을 위한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GM의 경영 정상화와 관련하여 GM이 다음 단계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이해 관계자와의 지속적 논의를 통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 정부가 내놓는 지원 규모에 따라 투자를 늘리거나 구조조정 수위를 낮출수도, 반대로 더한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수도 있으니 다음 수를 내보이라는 게 GM이 먼저 둔 바둑이다. 시한도 이달 말로 못박았다.

 

한국GM의 구조조정은 작년 7월 GM 인도 사장 출신 카허 카젬 사장이 한국법인 총책(최고경영자)으로 오면서 예고된 상황이기도 하다. 그는 인도에서도 구조조정과 시장 철수를 마치고 건너온 인물이다.

 

그는 이날 군산공장 폐쇄 조치를 두고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This is a necessary but difficult first step in our efforts to restructure our operations in South Korea)"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GM 인도 구조조정 및 철수 경력을 갖고 작년 7월 취임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한국 정부로선 이미 외국에 팔린 자동차 기업 부실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의 고용문제가 달려 있으니 선택지가 좁혀진다. 한국GM은 미국 GM 본사가 77%, 산업은행이 17%, 중국 상하이차가 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더구나 한국은 '일자리 창출'을 정책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다. 한국GM 직원은 약 1만7000명, 협력업체 등 관련된 일자리는 직간접적으로 30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배리 GM 총괄 부사장은 "한국GM과 주요 이해관계자는 한국에서의 사업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를 재촉하는 발언이다. 정부는 이런 GM의 통첩이 정부와 2대주주인 산업은행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라 여겨 불쾌감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GM이 먼저 군산공장 폐쇄를 거론한 것 자체가 정부를 상대로 협상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본다. 부분 철수를 카드로 산업은행 등 정부 투자를 이끌어 내려는 속셈인데, 더 나아가서는 완전 철수까지 들먹이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GM의 일방적인 군산공장 생산중단과 폐쇄 결정에 대해 깊게 유감을 표시했다. 정부는 이날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관계기관 회의를 가진 뒤 "GM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책임있는 자세로 한국 정부나 이해관계자와 성실히 협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또 "한국GM의 지난 수년간 경영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실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GM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는 경영부실의 과실이 어디에 있는지를 따지고 공적재원 투입이 과연 적절한지를 따지겠다는 의미다.

 

또 협상을 앞둔 상대측 GM에 정부는 어떻게든 일자리는 지켜내려는 한다는 입장을 재차 내보이기도 했다. "일자리와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한국GM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GM측과 지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다.

 

▲ 미국 GM 본사가 5월말까지 폐쇄하겠다고 결정한 한국GM 군산공장 내 크루즈 조립라인(사진: 한국GM)

 

한편 전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GM이 유상증자 참여 등의 방식으로 한국 정부에 한국GM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GM이 한국에서의 중장기 경영개선과 투자계획을 먼저 제시해야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 투자기업이 한국에서 사업할 때 최소한의 이윤구조를 가질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지금 GM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GM은 작년 1조원대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한국GM 노동조합은 사측이 발표한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노조와 합의된 내용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전 군산공장 폐쇄 등 사측 결정에 대응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GM 측은 한국내 창구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다양한 루트로 한국 정부와 노조에 공세를 가하고 있다. 댄 암만(Dan Ammann) GM 회장(President)는 12일(현지 시각)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 노동조합과의 협상 결과를 토대로 몇주 안에 나머지 공장들의 (존폐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모두가 긴급히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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