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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진해운號, 자금난에 선장도 물러났다

  • 2013.11.11(월) 14:44

김영민 사장 사의 표명..자금난·유동성 확보 실패 부담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실적 부진에 따른 자금난이 김 사장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 결국 한진해운은 최근 대한항공으로부터 긴급 자금 수혈을 받기도 했다.

김영민 사장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한진해운 사장으로 재직해왔다. 사실 그는 해운통은 아니었다. 시티은행에서 선박금융 업무를 하며 한진해운과 인연을 맺었다.


◇금융 전문가도 두 손 든 업황침체


지난 2001년 한진해운의 미국터미널 운영법인인 TTI(Total Terminals International) 사장으로 영입된 후 2009년 한진해운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최은영 회장과 함께 의욕적으로 한진해운을 이끌어왔다.


▲ 사의를 표명한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해운업황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과 최근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김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해운업황 부진이 장기화됐다. 해운업은 업종 특성상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원활한 자금 흐름이 생명이다. 금융 전문가인 그 조차도 경기침체에 따른 후폭풍을 이겨내지 못했다.

한진해운은 지난 2011년 5130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작년에도 1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한진해운이 영업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계속된 영업적자로 한진해운의 재무상태는 악화일로다. 한진해운의 순차입금은 6월 말 현재 6조9000억 원 규모다. 연간 순이자 비용만 3000억 원이 넘는다. 부채비율도 835%까지 치솟았다.

발등의 불은 당장 갚아야 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이다. 올해 말까지 CP 2100억 원과 회사채 400억 원 등 모두 25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내년에도 3월 1800억 원, 4월 600억 원, 9월 1500억 원 등 3900억 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까지 6000억 원이 넘는 돈을 갚아야 하지만 쓸 수 있는 현금은 바닥난 상태다. 한진해운의 금융권 차입금은 1조4000억 원 규모다. 은행권에서만 1조 원가량 빌렸다. 빚을 내 겨우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는 상황이다.

◇ 한진해운,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

상황이 이렇자 한진해운은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4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난 9월부터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은행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

한진해운은 KDB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에 보증을 요청했지만 다들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황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도 리스크를 지기 싫어하는 것이다.

결국 한진해운은 최근 대한항공에 SOS를 쳤다. 계열분리 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은 관계지만 믿을 것은 가족 뿐이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1500억원을 빌려줬다. 한진해운으로서는 자칫 향후 경영권 분쟁을 겪을 수도 있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 단위:억원.

한진해운은 이밖에도 최대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멍난 재무 상황을 막기 위한 최후의 조치다. 그러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업황 개선이 가시화되지 않는 한 재무구조 개선은 요원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처한 이런 상황들이 결국 김영민 사장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영민 사장은 최은영 회장의 신임 속에 비교적 한진해운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금융 전문가로서 자금난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였지만 잇따라 수포로 돌아가면서 스스로 큰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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