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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재조명 받는 MCN 산업

  • 2018.05.29(화) 16:20

샌드박스 100억대 투자유치 주목끌어
현재 실적보다 미래 가능성 지켜봐야

 

국내 MCN(멀티채널네트워크) 기업인 샌드박스네트워크가 모바일 게임회사 넵튠으로부터 111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한동안 투자 소식이 끊겼던 MCN 업계에 희소식이다.

◇ 샌드박스 투자유치로 MCN에 '관심 집중'

 

MCN 시장은 한동안 '핫'했다. 대도서관, 캐리, 양띵 등 스타 크리에이터가 꾸준히 탄생했고 트레져헌터, 메이크어스, 레페리 등 MCN 기업들의 잇따른 투자 유치, CJ E&M(다이아TV)과 같은 대기업의 시장 진출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을 면하지 못했다. 수많은 사업자와 크리에이터가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사드 배치 논란의 여파로 중국과 같은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며 규모를 크게 키운 곳이 나타나지 않았다. 올해 3월 열린 한국MCN협회 창립 2주년 총회에서 이성학 MCN협회장이 "2016년 MCN협회 창립 총회에서 MCN 시장을 1조원 규모로 만들겠다고 생각없이, 철없이 얘기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MCN 업계는 작년 초부터 수익성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국내 대표적 MCN 사업자인 트레져헌터도 2016년 매출액은 약 55억원으로 전년보다 52% 성장했으나 영업손실은 47억원으로 전년보다 84%나 늘었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샌드박스네트워크의 투자유치 소식은 MCN 시장이 여전히 핫하다는 걸 증명했다. MCN 시장을 다시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정욱 넵튠 대표는 이번 투자와 관련 "샌드박스네트워크는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 시장으로의 확장에 기여하는 바가 큰 기업"이라며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스트리머의 성장을 이끌어온 역량을 바탕으로 e스포츠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사업으로의 확장 잠재력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CN 사업자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훌륭한 파트너로 판단한 것이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구글 출신의 이필성 대표와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티가 2015년 창업한 곳이다. 잠뜰과 장삐쭈, 라온, 떵개, 엠브로, 풍월량, 테드 등 유튜브 팬을 설레게 하는 150팀 이상의 크리에이터 그룹을 보유하고 있으며, 1000만명 이상의 구독자와 월 10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는 투자금으로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확대, 자체 콘텐츠 제작, 해외 진출 등의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넵튠의 블록체인 및 모바일 게임 분야 디지털 콘텐츠 관련 사업에서도 협업할 계획이다.

 

 

◇ MCN 업체들 수익성 부진…"성장성 봐야"

 

다만 샌드박스네트워크뿐 아니라 주요 MCN 기업들은 여전히 수익성이 부진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작년 영업손실이 3400만원으로 2016년 영업이익 4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로 유명한 캐리소프트도 작년 영업이익이 4억2300만원으로 2016년 15억4900만원에서 급감했다. 2015년 벤처캐피털(VC) 4곳으로부터 202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메이크어스는 작년 영업손실이 53억8600만원에 달했다. 2016년 영업손실이 102억2800만원이었으니 다행히 적자폭은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업계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타트업에 해당하는 MCN 기업을 수익성만으로 평가하긴 이르다는 목소리가 크다. 성장성과 가능성을 좀 더 주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성장성은 샌드박스네트워크의 경우 매출액이 2015년 9억1200만원에서 2016년 58억6500만원, 작년 140억5000만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캐리소프트도 매출액은 2016년 51억원에서 작년 63억3500만원으로 증가했다. 메이크어스 또한 작년 매출액은 127억8800만원으로 2016년 88억9900만원에서 43.7% 상승했다. 우상범 메이크어스 대표는 "커머스와 엔터테인먼트 부문 사업을 합친 작년 연결 매출액은 250억원(전년은 205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 회사 대표의 설명과 함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투자성 비용 증가가 눈에 띈다. 특히 MCN 사업의 핵심인 사람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박창신 캐리소프트 대표는 "회사 직원이 1년 전에는 30명이었는데 현재 85명 정도"라며 "영상, 애니메이션, 기획, 중국·동남아 등 해외 분야에서 인력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도 작년 임직원 수가 1년 전 60명에서 크게 늘어난 100명에 달한다고 한다. 같은 기간 크리에이터도 90팀에서 150팀으로 증가했다.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는 "스타트업은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크리에이터와 콘텐츠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창신 캐리소프트 대표도 "당장의 이익은 중요하지 않다. 콘텐츠 기업은 미래를 위해 사람과 콘텐츠에 투자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며 "더 성장하려면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 시장 개척·지식재산권 기반 사업 '주목'

 

MCN 사업자들의 사업 방향성의 디테일은 다르지만 해외 시장을 노리는 곳을 보면 이들의 규모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리소프트는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다국어 채널을 만들고 지식재산권(IP)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메이크어스 또한 해외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우상범 메이크어스 대표는 "현재 유튜브 트래픽의 3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50% 이상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중국 시장도 사드 이슈가 끝났다고 본다. 국가별 대표 파트너사를 찾아 콘텐츠를 유통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경우 해외 진출보다는 한국 시장에 집중하되 IP 기반 비즈니스, 커머스(전자상거래), TV 방영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꾸준히 진행하기로 했다. 브랜디드 콘텐츠로 유명한 글랜스TV는 오프라인 디스플레이를 통한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IP 기반 비즈니스나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경우 콘텐츠와 브랜드의 영향력을 꾸준히 유지·확대해야 가능하다는 조건이 따른다. 캐리라는 캐릭터가 인기가 있어야 캐리 모양 빵이나 모자를 팔 수 있다. 국내 콘텐츠 판매, 유튜브 광고 수익에만 의존해선 매출 확대에 한계가 있으므로 당연한 선택이면서 반드시 성과를 보여야 하는 영역이다.

 

모바일 동영상 시대가 대세인 것을 부인할 사람은 드물겠지만,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돈을 벌고 기업을 키우는 건 시간이 걸린다. 언제 어떤 MCN 기업이 화제를 모으는 성과를 보일지 기대가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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