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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사태`로 신평사들 매서워졌다

  • 2013.11.15(금) 17:02

특정기업들에 경고..그룹분석 보고서 '눈길
"등급대응 빨라졌다" 반응 주류..신뢰감 제고

신용평가사들이 뭇매를 맞은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호시절엔 그저 제 역할을 했을 뿐이고 행여 멀쩡했던 기업들이 무너지면 그간 감시에 소홀했다며 화살이 날아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신평사의 수난의 해였다. 웅진그룹과 STX그룹에 이어 동양그룹까지 속절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런 신평사들은 조금씩 변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고객인 동시에 감시대상인 개별 기업들에 대해 좀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연례 컨퍼런스에서 위험 업종을 거론하며 현금창출능력 대비 차입금 부담이 큰 기업들에 대해 내년 중점관리 대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신평은 한진해운과 동국제강, 현대그룹, 한진중공업, 동부그룹 등 관리가 필요한 기업들의 이름을 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컨퍼런스 자리에서 특정 기업들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앞서 한신평은 그룹평가보고서를 통해 대기업들의 신용이슈를 그룹 단위로 분석에 나선 바 있다. 한신평은 지난해부터 그룹실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지난 9월부터 꾸준히 그룹분석보고서를 꾸준히 내고 있다. 동양그룹을 비롯,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한진과 동부그룹 등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20곳이 훌쩍 넘는 그룹에 대한 주요 모니터링 요소를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연말까지 30대 그룹에 대한 보고서를 완료할 예정으로 일부 발행기업들에게는 상당한 컴플레인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를 무릅쓰고 펜을 든 것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기존에는 이슈리포트 형태의 접근이 있었지만 그룹에 대한 정형화된 자료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세심하게 만들었다"며 "보고서가 나온 시점이 동양사태 이후이긴 하지만 그 이전부터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마저 잇따라 휘청대는 가운데 위험업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에서는 여전히 경고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신평사들도 이들 기업에 대해 과거보다 신속하게 등급 조정에 나서거나 관련 코멘트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한신평은 지난 4일 대한항공이 계열사인 한진해운을 지원하면서 신용도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경고했고 열흘여만에 실제 등급 강등을 단행했다. 한기평 역시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등급을 낮췄고 최근 차입상환 부담이 커진 현대상선에 대해서도 등급을 하향했다.

 

일부 신평사의 경우 9월말 이후 등급하향 건수가 10건을 훌쩍 넘으며 빈도수도 잦아졌다. 동양사태 이전과는 확연히 변화된 모습이다. 특히 등급하향 대상 기업들도 위험업종을 중심으로 주요 기업들이 많이 몰렸다. 신평사 관계자는 "의도했다거나 크게 기조가 변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신평사 전반적으로 신뢰를 끌어올리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신평사들의 등급이 여전히 높은 만큼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최근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적격 기업들 가운데 44%가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딧업계에서도 신평사들이 매기는 기업들의 신용 등급 인플레이션이 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평사들은 동양사태 이후 등급 강등에 나서면서 뒷북 논란이 또다시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신평사들이 동양 유동성 위기 직후 관련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너무 급격히 낮춘 것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신평사들이 산업위험 증가를 제때 반영하지 못해 신용등급에 대한 불신이 높다"며 "산업위험을 평가할 때 정성적 기준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산업간, 글로벌 비교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올해초부터 신평사들이 등급전망 제도를 개선했고 실제 적용에 나서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이 제시하는 차입비율 등을 맞추지 못하면 등급을 강등하겠다고 한 만큼 실제 대응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진해운이나 대한항공 등 주요기업들에 대한 신평사들의 등급조정 추이를 보면 여전히 뒷북 논란이 있을 순 있지만 과거보다 빨리 대응하려고 하는 것도 어느정도 감지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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