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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컴즈의 싸이월드 왜 가라앉았나

  • 2013.11.29(금) 16:09

대기업 편입 이후 벤처문화 시들
환경 적응 못해..정부 규제도 한몫

한때 3500만명 가입자를 확보하며 '국민' 인맥구축서비스(SNS) 대접을 받은 싸이월드가 가라앉고 있다. 인기몰이의 원동력었던 초기의 참신함과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는게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급속한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때늦은 대응도 한 몫 한다. 

 

싸이월드는 지난 1999년 이동형 현(現) 나우프로필 대표가 카이스트(KAIST) 동기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서비스다. 태생이 벤처기업이다. 이후 2003년에 지금의 SK커뮤니케이션즈 품에 안기면서 안정적인 성장 체제로 전환한다. 보통 싸이월드의 절정기를 피인수 이후인 2005~2006년으로 꼽는데 대기업에 인수돼 중흥기를 맞이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 싸이월드는 한때 3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밀려 현재는 280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싸이월드는 얼마전 미니홈피 형태에서 화면 크기를 키우는 등 서비스를 개편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대기업에 편입되면서 벤처 특유의 문화도 사라졌다. SK컴즈 대표는 보통 SK 그룹이나 SK텔레콤의 인사가 내려오는게 관행으로 굳어져 조직 문화도 다소 경직됐다. 유연하고 발랄해야할 분위기가 딱딱하고 무거워진 것이다. SK컴즈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가 비(非) 인터넷 전문가로 자주 채워진 것도 갈피를 못 잡게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변화를 줘야할 타이밍에 이렇다 할 뭔가를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싸이월드 이용자들의 사용 패턴이 기존 데스크톱 PC 환경에 굳어졌으나 이를 다른 식으로 바꿀 만한 획기적 서비스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SK컴즈는 이용자 사용 방식을 무리하게 바꾸기 보다 별도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싸이월드는 이용자들이 그동안 축적한 텍스트나 사진을 저장해 두는 일종의 '온라인 데이터 금고'로 놔두고 이와 별개의 후속 버전을 개발하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계획은 결과적으로 좌절됐다.

 

외부 환경의 급속한 변화도 가뜩이나 굼떠진 회사 움직임에 발목을 잡았다. 변하는 인터넷 환경에 발맞추지 못하다 주도권을 경쟁사에 넘겨 준 것이다. 지금의 정보기술(IT) 산업은 그야말로 격동기다. 인터넷 분야도 소통과 정보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기존 강자들은 신흥 업체들의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싸이월드처럼 데스크톱 PC 시절부터 서비스를 했던 곳이다. 하지만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 달랐다. 페이스북은 모바일 시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비를 쏟아붓는 등 이 분야에 '올인'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온라인 사진공유 사이트 인스타그램을 무려 1조원 이상을 들여 인수하기도 했다.

 

반면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컴즈는 최근 8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지면서 신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SK컴즈는 싸이월드 외에도 검색포털 네이트와 메신저 네이트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어느 하나 제대로 밀어주지 못했다.

 

대부분 서비스를 10년 넘게 제공하고 있으나 정작 이용자 입맛에 맞는 것을 끊임없이 제공하지 못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인터넷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PC 환경에 굳어진 싸이월드 정체성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다"라며 "싸이월드 부진은 서비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과도한 인터넷 산업 규제도 싸이월드에 악영향을 끼쳤다. 관련 업계에선 지난 2009년에 시행한 '인터넷 실명제' 탓에 토종 업체만 피해를 봤다고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실명제를 철저히 준수했으나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규제에서 비껴 나갔다는 것이다. 규제 탓에 싸이월드 같은 토종 업체는 역차별을 당한 반면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이득을 봤다는 것이다. 실제로 KTH의 '푸딩 투'와 다음 '요즘', 네이버 '미투데이'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서비스를 접었고 싸이월드만이 근근히 명맥을 유지해 왔으나 이번에 분사 조치를 당하면서 국내 시장은 해외 기업에 안방을 내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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