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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명의신탁의 明暗]①LG家의 뜨거운 의리

  • 2013.04.15(월) 16:33

순수 증여를 차명계좌로 착각…국세청 부실과세 '도마'

세금을 합법적으로 덜 내는 것을 절세(節稅), 법망을 어기면서 피하는 것을 탈세(脫稅)라고 한다. 납세의 의무를 가진 국민과 기업들은 모두 절세와 탈세의 경계선상에 서 있다. 최근 국세청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대기업이나 대재산가들의 경우 순간의 선택에 따라 수백억~수천억원의 세금이 왔다갔다 한다.

 

주식 명의신탁은 재산가들이 동원하는 대표적인 세금회피 방식으로 꼽힌다. 내 주식을 남의 이름으로 맡겨 놓으면서 세금을 피하는 전략인데, 이를 둘러싸고 30여년간 전전긍긍 해온 두 그룹의 명암이 엇갈렸다. 2011년 LG는 주식 명의신탁을 의심받았다가 오해를 풀었지만, 부영은 어설픈 세무 전략으로 거액의 세금을 물었다.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바꿔놓았는지 살펴본다.

 

◇ LG의 '화합과 배려'…국세청 '묵살'

 

LG그룹의 가풍은 '화합과 배려'라는 덕목과 맞닿아있다. 구씨 가문의 복잡한 가계도 속에서 대부분 상당한 재산을 모았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된 집안도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구씨 일가친척들 간의 증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동생과 조카들에게 관계사 주식을 넘겨준 것이 발단이었다. 국세청은 2010년 말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과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 구본완 글로닉스 대표이사 등 LG그룹 일가 7명에게 총 1000억원대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구 명예회장이 계열사 주식들을 실질적으로 갖고 있음에도 이를 일가 친척에게 명의신탁하는 방식으로 증여세를 회피했다는 논리였다. 구자극 회장은 구자경 회장의 동생이고, 구본천 사장과 구본완 대표이사는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아들로 구자경 회장의 조카다.

 

당시 국세청은 구씨 일가가 보유하던 주식 계좌가 구자경 회장의 지시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는 LG계열사 임원의 진술 등을 확보해 실제 소유자가 구 회장이었다고 판단했다.

 



 

◇ 1000억대 증여세 '무효'

 

국세청의 과세 통지에 LG그룹 일가는 펄쩍 뛰었다. 이들은 "2000년 대규모 증여 당시에도 합법적 절차에 따라 최고세율로 거액의 증여세를 납부했고, 고령의 회장이 소액의 세액절감을 위해 명의신탁했다는 것도 상식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1970~80년대 그룹이 급성장한 이후 30년 넘게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았지만, 한번도 차명계좌로 의심받지 않았는데 갑자기 과세 처분을 내린 점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의 부실 과세를 지적하며 LG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구 회장이 주식을 명의신탁할 경우 별다른 절세효과나 소유주식의 위장 효과가 없고, 국세청의 경우 주식 명의신탁의 핵심 근거인 계좌 자금원천도 직접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게 심판원의 설명이다.

 

심판원은 "국세청이 차명계좌로 단정해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라고 판단된다"며 LG일가에서 제기한 9건의 심판청구에 대해 모두 '과세 취소' 결정을 내렸다. 결국 LG그룹 특유의 의리를 인정받게 됐고, 국세청은 세수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과세했다는 오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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