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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의 눈물]①`순기능`까지 막을순 없다

  • 2013.12.10(화) 11:04

파생상품 거래 1위서 10위권 밖으로 곤두박질
규제 강화 후 자금이탈 뚜렷..주변 亞시장은 `훨훨`

한때 세계 1위에 빛났던 한국 파생상품 시장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거래가 쪼그라들고 시장에 넘쳐났던 자금은 온데간데 없다. 금융위기 이후 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정부는 시장의 아우성에도 더 바투 잡을 기세다.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은 주식시장의 생존까지 걸린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도 웃고 파생상품 시장도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는 해법은 없는 것일까. 한국 파생상품 시장이 직면한 위기와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

 

위기는 돌고 돈다. 거품이 꺼지면 정부는 매번 만신창이가 된 시장을 뒤치다꺼리 하느라 바쁘다. 2008년 금융위기는 더했다. 바람은 유독 매서웠고 여진도 컸다. 예전엔 파급력이 크지 않았던 파생상품이 엄청난 지렛대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의 표현대로 파생상품은 시장에서 '대량살상무기'로 낙인 찍혔다. 뿔이 난 정부는 `자연스럽게` 규제에 나선다. 위기 때마다 반복됐던 것처럼,  규제와 감독의 강화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화살은 파생상품으로 쏠렸다.

 

하지만 정부가 놓친 것도 있다. 파생상품의 순기능이다. 파생상품은 말 그대로 주식이나 채권, 원자재 등 기초자산에서 파생돼 나온 상품이다. 당연히 기초자산보다 레버리지도 크고 투기적 성향도 높지만 위험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확실성을 줄여 경제활동에 더 안심하고 뛰어들게 하는 것도 파생상품의 장점이다. 파생상품을 저주시했던 버핏도 최근까지 파생상품 투자를 계속 하고 있다.

 

 

◇ 1위에서 10위권 밖으로 급전직하..韓만 외면

 

한국은 1996년에서야 파생상품 시장이 태동한, 늦깎이다. 이듬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파생상품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됐다. 현물가격 변동과 같은 위험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한국의 파생상품 시장은 이때부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다. 1996년 코스피200 주가지수선물을 시작으로 2000년초반까지 다양한 선물과 옵션 상품들이 쏟아졌다.

 

특히 코스피200 주가지수옵션은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단숨에 세계 1위로 뛰어올랐다. 한국은 그렇게 세계 최대 파생상품 시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듯 했다. 한국은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파생상품 거래량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작년부터 상황이 180도 변했다.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량 순위는 지난해 5위로 곤두박질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국가별 파생상품 거래 순위도 2011년 2위에서 지난해 3위로 밀려난데 이어 8위까지 추락했다.

 

올해 상반기 파생상품 거래량은 4억3000만계약으로 전년대비 69.2%가 줄었다. 이런 추세는 선물보다 레버리지가 높은 옵션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파생상품 거래량 비중 역시 2011년 15.7%에서 지난 상반기 3.7%로 급감했다.

 

작년만해도 세계 파생상품 거래량은 지난해 15%이상 감소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시장 위축과 규제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유독 더 부진이 심했다. 또 올해 들어 세계 파생상품 거래량이 회복세를 나타낸 것을 감안하면 한국만 홀로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상반기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논란으로 통화와 금리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어느 때보다 파생상품의 장점이 빛을 발할 시기였다. 하지만 한국 파생상품 시장은 여전히 외면당했다. 

 

▲ 출처:한국거래소

 

◇ 규제도입 후 자금이탈 가속화..주변국은 수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한국 경제 역시 부진하긴 마찬가지였지만 파생상품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것은 2011년 하반기부터 도입된 각종 규제 영향이 컸다.


감독당국은 옵션매수전용 계좌를 폐지했고 주식워런트(ELW) 시장의 유동성공급자(LP) 호가 폐지, 코스피200 옵션의 승수 인상 등의 규제를 잇따라 도입했다. 모두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 확대를 우려한 조치였다.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예방차원`이었다. 이런 여파로 지난해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외국인 비중이 늘고 개인 거래 비중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한 것도 있었다. 규제를 강화하는 사이 한국 시장에 활발하게 참여했던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다른 곳으로 떠난 것이다. 파생상품 시장 건전화 방안 시행 이후 선물과 옵션시장 거래대금은 각각 30% 이상 크게 감소했고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닛케이225 선물과 CSI300 선물은 오히려 전년대비 11.9%와 85.8% 각각 증가했다. 한국의 파생상품 거래량 순위가 8위로 밀리는 사이 중국은 지난해 6위에서 3위까지 급상승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지수 파생상품 시장의 거래 부진은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더 심각하다"며 "아시아 주가지수 옵션은 일본, 대만 인도를 중심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고 중국도 옵션 도입을 계획하면서 한국을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주범으로 파생상품이 지목되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했지만 대부분 위험이 높은 장외 파생상품에 해당됐다"며 "한국은 장내 파생상품 시장 중심인 만큼 위기 원인과 관련성도 낮고 오히려 위험관리와 가격발견 기능은 물론 유동성도 공급해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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