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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팬택 박병엽... '적과의 동침'

  • 2013.05.22(수) 16:09

팬택-삼성, 명분·실리 다 챙겨

'타고난 승부사' 박병엽(사진) 팬택 부회장이 또 한번 '작품'을 만들었다. 스마트폰 최대 경쟁사이자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 양사 모두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은,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속담이 딱 맞아떨어지는 거래라 할 수 있다.



팬택은 22일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다고 밝혔다. 팬택은 총 발행주식 가운데 10%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삼성전자에 넘기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투자로 팬택의 지분 구조는 산업은행(11.81%), 퀄컴(11.96%), 삼성전자(10.03%) 등 10% 이상의 주요주주로 이뤄진다. 앞서 팬택에 지분투자를 한 퀄컴처럼 삼성전자 역시 팬택 경영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팬택은 안정적 운영자금을 확보한데다 경영 안정화 기반까지 마련했다.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면서 스마트폰 사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채권단 등으로부터 추가 투자 유치 가능성도 높아졌다.

 

스마트폰 최대 경쟁사, 즉 아군이 아닌 '적' 삼성전자로부터 투자를 얻어낸다는 기막힌 발상은 박 부회장으로부터 나왔다. 팬택과 삼성전자는 완제품인 스마트폰을 놓고 보면 라이벌 관계이나 반도체 같은 부품에선 긴밀한 협력 관계라는 것을 박 부회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팬택은 삼성전자 등 삼성의 전자 계열사로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의 주요 부품을 사들이고 있다. 팬택이 최근 5년간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로부터 사들인 부품 규모는 총 8116억원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삼성전자의 국내 부품 거래선 가운데 최대 고객으로 꼽힌다.

 

팬택 관계자는 “팬택은 삼성전자의 각종 부품을 구매해온 주요 거래선으로,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는 팬택에게는 안정적 경영 기반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고, 삼성전자에게는 주요 거래선과의 협력 강화라는 윈윈 효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로서도 이번 투자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주요 부품 고객인 팬택에 투자함으로써 협력을 공고히 하고, 또 다른 스마트폰 경쟁사 LG전자를 압박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1분기말 현재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무려 44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로서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팬택을 큰돈 들이지 않고 끌어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IT 산업의 상생'이라는 명분과 함께 '주요 거래선과의 협력 관계 공고화'라는 실리까지 챙긴 셈이다.

 

앞서 팬택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경영진을 재편했다. 기존 박 부회장 대표이사 체제에서 박 부회장과 이준우 부사장이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각자 대표 체제로 바꾼 것이다. 이 부사장이 안살림을 전담하고 박 부회장은 외부 투자자금 유치에 올인하기로 했다.

 

경영진을 투톱 체제로 전환한 것은 재무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서다. 팬택은 지난 2011년 말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하긴 했으나 지금도 부분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무 건전화를 위해선 주력인 스마트폰 사업에서 수익을 내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팬택은 국내에선 삼성 다음으로 LG전자와 스마트폰 시장 2위권을 놓고 팽팽한 싸움을 벌이고 있으나 해외에선 애플 등 쟁쟁한 경쟁사에 밀려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선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제대로된 마케팅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삼성과 LG처럼 뒤를 받쳐줄 든든한 자본이 없다. 팬택측은 "제품 자체에서는 경쟁사들에 크게 밀리지 않으나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마케팅면에서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즉 자금 운용만 안정되면 제품 기술력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 부회장이 외부 투자 유치에 전념하기로 하고 발로 뛰어 다닌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팬택의 이번 삼성전자 투자 유치건은 위기 때마다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하는 박 부회장이 또한번 성과를 거둔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박 부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력, 상품력을 갖고 있는 팬택을 삼성이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한 상생과 공존을 위한 틀로 본 것 같다”며 “이번 투자는 삼성이 엔저 등 경제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전체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책임있는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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