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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장기 트렌드는?

  • 2013.06.01(토) 15:31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내가 가진 자산은 우리나라의 사정과는 별개로 외국의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이 코너는 왜 글로벌 경제상황을 이해해야 하는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줄 겁니다. 필자는 경희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를 거쳐,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기축통화 달러화는 첫째, 국제교역의 결제대금으로써 둘째, 각 국의 국부의 원천으로써 셋째, 원유의 결제대금으로써 넷째, 국제회계 처리의 기준통화로써 다섯째, 외환보유고 관리 도구로써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역으로 전 세계가 미국의 달러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고, 그런 만큼 미국은 수입을 통해 달러화를 전 세계로 공급해 주어야만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바로 오늘날 GDP에서 소비가 70%를 차지하는 ‘소비 지향적’인 미국이 성립하는 배경이다. 소위 우리나라를 포함한 수많은 이머징 국가들이 미국의 소비에 의지해 경제를 일구어 왔고, 그래서 위기 때마다 전 세계는 미국의 소비시장에 관심을 기울인다.

 

일단 미국의 수입을 대가로 달러화가 전 세계 시장으로 공급되어야 하니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그 태생부터 이미 담보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곧 경상수지 적자를 불러 일으켜 미국의 재정적자를 초래하게 된다. 이 두 가지 적자를 합쳐 쌍둥이 적자라고 부른다. 결과적으로 수출을 통한 국부의 창출이 어렵고 매년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형국이었으니 미국은 국부 창출의 수단으로써 소위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금융 산업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미국의 금융 산업은 각종 선물시장과 파생상품을 확대시켜 금융패권주의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와중에 2000년 유로존의 공동신용 우산이 펼쳐지게 되면서 유로존발 신용이 급속히 팽창되었다. 즉, 그리스와 같은 저신용 국가가 독일과 같은 고신용 국가에 기대어 낮은 국채조달비용으로 신용을 급속히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유럽 시민권과 맞물린 유존의 신용팽창은 그리스와 스페인 등의 부동산 거품을 촉발시켰고, 그 덕분에 미국 역시 부동산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인과율적으로 저리의 신용팽창을 만끽했던 유로존의 금융기관들이 미국의 주택저당증권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양 대륙의 금융기관들이 서로의 꼬리를 무는 형국으로 전개된다. 드디어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부동산의 거품이 파열되자 유럽의 금융권이 충격에 빠지고 만다. 그 이후 유로존의 정부부채 위기가 표면으로 부각되면서 유로존 재정위기로 연결되는 수순을 밟았다.

 

2008년 당시 미국이 당면했던 일 순위 과제는 바로 뱅크런의 위기에 빠진 부실화된 미 은행권의 대차대조표를 정상화시키는 것이었다. 이는 곧 구제금융의 투입을 의미하고, 이를 위해 미국은 곧바로 양적완화 정책에 착수하게 된다. 국채시장은 크게 신규국채를 판매하는 1차 시장인 경매시장과 국채가 유통되는 2차 시장으로 구분된다. 양적완화 정책이란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이 윤전기로 달러화를 동원해 1차 시장에서 미 행정부가 발행하는 신규국채를 곧바로 매입해 주는 정책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미국 중앙은행과 미 행정부 간에 이루어지는 자전거래(自轉去來)로 이해할 수 있다.

 

양적완화 정책은 크게 두 가지 기대효과를 가지고 있다. 첫째, 미 행정부가 공적자금으로 투입할 현금을 확보하고, 둘째, 달러화의 가치를 약세로 만들어 수출을 늘리는 것이다. 즉, 금융권이 망가진 미국의 입장에서는 수출을 통한 경기회복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고, 양적완화를 통해 풀린 달러화는 약세로 전환되어 미국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을 강화시키게 된다. 하지만 1차 양적완화 이후 실시된 2차 양적완화로 풀린 달러자금은 투기자금으로 변모해 곧바로 원자재 시장과 곡물시장에 침투했다. 그 결과 유가가 배럴 당 200달러에 달했고 옥수수와 밀 등의 곡물가가 3배 이상 뛰어 오르면서 소위 중동의 재스민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3차 양적완화를 기점으로 미국의 행정부와 연방준비은행의 역할이 정확히 구분되기 시작했다. 먼저 미 행정부는 쉐일가스를 통한 미국 에너지 인프라 투자와 함께 일자리 창출을 도모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첫째, 쉐일가스와 쉐일유의 확산은 미국의 제조원가를 인하시켜 제조업 공장의 귀환을 유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중국에서 공장 빼오기 즉, 리쇼어링(reshoring)가 진행될 공산이 크고, 이는 필연적으로 중국의 제조업 몸집 부풀리기라는 작용과 반작용의 관계를 형성할 것이다. 둘째, 향후 5-10년 내 미국은 에너지 자립국으로 변모할 공산이 매우 커 경상수지를 흑자로 전환시킬 것이다.

 

따라서 미국 달러화는 장기적으로 강세로 전환되기 쉽다. 이러한 청사진은 미국이 자신의 취약점이던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킨 채 재차 세계 금융시장에 재차 성큼 진입할 것임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연방준비은행은 부동산 반등과 실업률 하락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은 3차 양적완화를 부동산 시장에 집중시키면서 매달 450억 달러의 부동산 관련 채권을 매입하고 있는 상황으로 그 덕분에 미국의 부동산은 이미 반등세로 전환되었다. 다만 현재 7.5%에 달하는 실업률이 연말까지 7.1%까지 하락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 행정부가 주관하는 에너지 인프라 투자의 경우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반면 현재 표면에 드러나 있는 부분이 바로 연방준비은행의 양적완화 정책과 향후 출구전략 여부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어디까지나 두 가지 축을 기준으로 놓고 그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 그 축은 바로 미국의 실업률과 일본의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라고 하겠다. 일단 현재 미국의 실업률이 여전히 높다는 점은 연방준비은행로써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베노믹스에 의한 유동성 공급의 효과 역시 불투명한 상태인 만큼 일본의 유동성에 기대고자 했던 미국의 출구전략은 다소 시기상조인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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