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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Watch]⑧ '점입가경' 그림자금융 퍼즐

  • 2014.02.21(금) 13:55

그림자금융 급증 후 해소 과정..위기 배제 못해
中당국 정화작업 나서..과도한 우려 논란도

올해초 중국 최대 국유은행인 공상은행(ICBC)이 기존 판매했던 금융상품 상환 보증을 거절하면서 중국은 물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ICBC는 3년전 10%의 고금리를 보장하는 신탁상품을 판매했고, 지난 1월말로 만기가 돌아왔지만 상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신탁상품은 리차이(理财)로 불리는 자산관리상품(WMP)과 함께 은행 장부에 기재되지 않는 중국의 대표적인 그림자금융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지난해 내내 우려의 시선을 보냈던 그림자금융 위기 폭탄이 마침내 터질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2월초 우려했던 위기는 일어나지 않았다. 만기일 내 상환은 힘들게 됐지만 원금이 보장되고 금융기관 부도나 부실로 이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규모가 크긴 했지만 이미 기존에도 비슷한 이슈가 발생하면서 심각성도 덜했다.

 

일부는 오해에 그치고 위기 없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번 사태는 중국 그림자금융에 대해 만연한 불신과 불안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중국의 그림자금융이 가질 수 있는 파급력을 새삼 실감케한 기회였다.

 

◇ 오랜 신용중독, 위기 후 더 깊어졌다

 

지난 2008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130%였던 부채비중은 지난해말 200% 이상으로 급증했다. 미국이나 일본 만큼은 아니지만 이미 위기를 맞은 다른 국가들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양성화되지 않은 부채인 그림자금융의 규모는 30조위안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GDP의 절반 이상에 달하며 많게는 70%선까지 보고 있다.

 

그림자금융은 중국 정부가 투자 주도의 고성장을 지속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성행했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보다 나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그림자금융으로 자금이 몰렸다. 

 

중국의 경우 은행이 부외 거래로 판매한 금융상품과 함께 기업이나 지방정부가 은행 외에 다른 방식으로 조달해온 차입 규모가 커지면서 엄청난 부채의 산을 형성하고 있다. 지방정부들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위축되자 자금조달 수단으로 그림자금융을 활용했고 고스란히 빚이 됐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정부가 규제에 나서면서 은행 대출이 제한되자 부동산개발업체들 역시 그림자금융에 손을 내밀었다. 하이투자증권은 그림자금융이 지난 2012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조달 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WMP 상품도 상당부분을 차지하지만 신탁사들 역시 핵심주체중 하나다. 이들은 신탁예금과 신탁상품 발행으로 투자자금을 모집한 뒤 부동산이나 정부 사회기반시설(SOC) 투자에 대한 대출 등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다. WMP와 함께 고수익을 보장하는 신탁상품 규모는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증가했고 부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상업은행들이 WMP와 신탁상품 판매채널로 모두 활용됐다는 것을 감안하며 결국 은행들과도 끈끈하게 엮이면서 거대한 시스템 리스크로 잠재해 있는 것이다. 

 

 

 

◇ 얽히고 설킨 부채의 향연

 

그림자금융으로 팽창한 신용이 일거에 무너진다면 상황은 불보듯 뻔하다. 이미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제2의 서브프라임으로 자주 묘사돼 왔다. 서브프라임 역시 위기에 봉착하기 전까지는 자금이 순환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신용경색이 일어나자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WMP 상품 가운데 만기가 3개월 이하인 초단기 상품비중은 65%, 1년미만은 98%에 달할 정도로 단기로 운영되고 있다.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은행이 지급불능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다. 최근 그림자금융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자금조달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고 종국엔 신용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자산뿐 아니라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오른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붕괴된다면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부채비율은 80%에 육박하고 있고, 계속 증가 중이다.

 

채무상환 불능에 따른 도산 문제는 지방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지방정부는 재정수입이 아닌 대출을 통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나서면서 결국 중국의 인프라는 거대한 부채 위에 놓였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 채무 규모가 3조달러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시장의 우려는 그림자 금융이 중국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지 여부로 귀결된다. 최악의 경우 이를 배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 중국을 믿어라?..과도한 우려 논란

 

그림자금융을 필요 이상으로 우려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맞선다. 이미 중국 정부는 그림자 금융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서서히 이를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계도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시중금리 급등과 신용경색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긴축을 통해 금리 정상화 유도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설사 위기가 나타나더라도 중국의 넉넉한 외환보유액이나 경상수지 흑자, 외자유입에 대한 낮은 의존도가 방패가 되어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중국 은행들은 엄청난 국내 예금과 낮은 지급준비율이라는 든든한 방어막을 갖고 있다.

 

최근 중국 공상은행의 쟝젠칭 총재는 "중국의 부실여신은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며 시스템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그는 "중국 은행들의 대출 위험에 대해 이해하고 있지만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수준"이라며 "리스크 자체는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부실여신 규모는 지난해 9월말 현재 전체 대출의 0.97%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2%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빅토르 추 퍼스트이스턴투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다보스 포럼에서 "그림자은행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부채를 찍어내고 있지만 경제에 큰 우려는 못된다"며 시스템 상으로 충분히 관리가능하다고 말했다. 빌 맬도내도 HSBC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의 신탁은행들이 전혀 감독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우려가 있긴 하지만 다소 위험이 과장돼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GDP대비 54%의 그림자금융 규모 자체가 우려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며 "최근 3년간 확대된 속도가 과도했던 만큼 향후 증가속도를 조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LIG증권도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손실을 보전한 은행의 완충여력이 충분한데다 은행산업의 지배구조를 고려한다면 정부 지원 가능성 역시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지방정부 부채 문제 역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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