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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계家]<30>세원①이변…이변…대상가 늦둥이의 역정

  • 2014.03.24(월) 09:00

임성욱 회장, 1993년 27살때 미원그룹서 첫 분가
4년뒤 재편입…대형 쇼핑몰 ‘메사’서 별 재미 못봐

1993년 여름, 1956년 태동 이래 1960~1980년대 조미료 ‘미원’ 돌풍을 일으키며 일약 재벌 스타덤에 오른 미원그룹에서 미원식품 등 8개 회사가 떨어져 나왔다. 그러고는 이듬해 봄 저마다 ‘세원(世元)’이라는 이름을 단 새 간판을 내걸었다. 세원은 임대홍(94) 대상그룹 창업주가 40대 후반에 본 늦둥이 막내아들에 대한 애틋한 부정(父情)과 그 늦둥이의 경영자로서의 드라마틱했던 인생 역정(歷程)이 녹아 있는 이름이다.

미원그룹은 1993년 7월 정부의 업종 전문화 정책에 따라 계열사(당시 24개사) 정리 방침을 발표했다. 이 개편 계획에 맞춰 임 창업주의 2남1녀 중 차남 성욱(47·현재 65세인 형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과는 18살 차이가 난다)씨가 실질적 지배주주로 있던 식품·화학·중공업 부문의 8개사(미원식품·미원중기·화영·내쇼날합성·중림화학·미원수산·미성교역·한일계장공업)가 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세원그룹의 출발이었다. 일본 게이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때 조카사위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대학 동문이다)한 뒤 미원식품 감사를 거쳐 당시 전무로 있던 성욱씨의 나이 26살때다.


부친은 그에게 든든한 후견인이었다. 앞서 1987년 9월 장남 임창욱 부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나있던 임 창업주가 경영 자문을 맡아 막후에서 막내아들을 지원한 것이다. 성욱씨가 세원그룹의 실질적 오너라고는 하지만 나이가 어리고 경영 수업을 받은 지도 몇 해 안됐기 때문이다. 그룹 출범 초기 임병학 미원식품 고문을 영입해 회장에 앉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당시 계열 분리는 엄밀히 말해 분가(分家)가 아니었다. 1997년 4월 미원그룹은 느닷없이 당시 ‘마이웨이’를 가고 있던 세원그룹을 다시 흡수했다. 그리고 성욱씨에게는 그룹 부회장 자리가 주어졌다. 미원그룹을 둘러싼 이상기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개월 뒤에는 임창욱 회장이 돌연 퇴진했다.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회장 취임후 오너로서 10년간 왕성하게 그룹을 경영해왔던 임 회장이 40대 후반의 한창 나이에 갑작스럽게 전문경영인에게 자리를 내주고 한 발 물러났다는 것은 그만큼 재계에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11월에 가서는 각각 미원그룹과 세원그룹의 얼굴격이었던 미원과 세원(전 미원식품)이 합쳐져 지금의  ‘대상(大象)’이 되고, 미원그룹도 ‘대상그룹’으로 탈바꿈한다.

대상그룹에 불어닥친 변화가 재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이상기류였던 만큼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개중에는 후계 승계와 결부지어 너무 앞서 나간 시각도 없지 않았다. 임 창업주가 장기적으로 차남 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형은 명예회장으로 퇴진했지만 동생은 그대로 부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서 미약하나마 설득력을 가졌다.

 

그러나 이 ‘설(說)’은 문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임성욱 부회장은 33살 때인 2000년 10월 미성교역, 세원화성, 세원중공업 등을 가지고 대상그룹에서 완전히 분가해 나왔다.

임성욱 세원그룹 회장의 홀로서기 이후 가장 두드러졌던 행보는 유통업 진출이다. 분가에 앞서 2000년 8월 서울 남대문시장에 대형 패션상가 메사(www.ilovemesa.com)를 개장한 그는 의욕적으로 쇼핑몰 사업을 벌렸다.

 

그러나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다. 결국 2006년 728억원을 받고 외국계에 메사를 매각했다. 지금의 메사 주인은 신세계그룹이다. 이보다 1년전인 2005년 7월에는 석유화학 플랜트 및 유공압기기 업체 세원이앤티(E&T)를 230억원에 바이오업체 셀론텍에 팔기도 했다.
 
임 회장은 현재 세원에셋, 세원화성, 세원화학 등의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짧게는 14년전, 길게는 20년전 그가 대상그룹을 나와 독자적인 세원그룹을 출범시킬 때에 비할 바 못된다. 그러나 하나같이 알짜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그에게서 재벌가 2세의 과거 화려했던 위세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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