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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한 KB금융그룹의 몸부림

  • 2014.04.02(수) 17:21

2일 취임 1년도 안 돼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임 회장에게 지난 8개월은 정말 피곤했을 터다. KB금융지주 사장직을 3년 다 채우고도 회장 자리는 그를 쉽게 하락하지 않았다. 낙하산 논란으로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노조를 설득했지만 그것도 잠시, 각종 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KB금융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의혹, 2대 주주로 있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부실, 국민주택채권 위조•횡령 사건,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KT ENS 사기대출 연루. 2~3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사태 수습으로만 9개월째를 맞았다.

금융 사고가 터지면 그에 따른 응분의 제재도 따르기 마련이다. 이젠 앞선 금융사고들의 징계를 노심초사하며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감독 당국의 이 제재는 올해 내내 KB금융을 이슈의 한가운데로 몰고 다닐 가능성이 크다. 악재의 여진도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돌파할 이번 쇄신안은 더욱 주목받았다.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내부 경영진 등 총 9명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니 기대도 많았다. 쇄신안은 인사제도 혁신과 내부통제, 개인정보보호 등 크게 세 부문으로 제시됐다.

▲ 3월 28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주주총회를 주재하고 있다./이명근 기자 qwe123@

‘인사가 만사’라고 결국 핵심은 인사제도다. 임원-본부 부장-지점장-직원 등으로 차례로 하던 인사를 한 번에 마무리해 줄서기 인사를 차단하겠다는 밝혔다. 그런데 이 원샷 인사 제도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2년 전 어윤대 회장 시절에 만들어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딱히 새로울 것은 없다.

이에 덧붙여 인사 청탁 근절 방안도 제시했다. 인사 청탁 정보는 HR 시스템에 별도로 관리하고 반복적 청탁 직원은 불이익 조치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방안의 실효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인사 청탁의 속성상 신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은행장이나 계열사 사장, 회장에게 직접 청탁 민원을 넣는 경우라면 CEO급의 청탁 근절 의지 문제이지 정보관리 차원은 아니다는 설명이다.

같은 차원에서 줄서기 인사의 원인으로 꼽히는 선호 보직에 대한 내부 공모 제도를 하기로 했다.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은 해외 점포장과 명동 영업부장 등이 대상이다. 이들 점포장 자리는 내부 공모 후 남녀 및 직급별 균형을 맞춰 꾸리는 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하지 않았다. ‘직급별 균형’이라는 차원에선 노조의 입김도 논란이 될 듯하다. 마침 임 회장의 지난달 27일 KB국민은행 성낙조 노조위원장과 회동해 관심을 끌었다. 임 회장이 은행 노조위원장과 단독으로 만난 것은 취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준법감시인과 법무지원실장, 파생상품영업부장, 글로벌사업부장 등 전문성이 필요한 보직은 외부 공모로 채우기로 했다. 이들 부서장은 예전부터 외부 영입이 많았던 보직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임 회장이 취임 후 외부에서 수혈한 일부 보직의 인력들은 최근 계열사를 옮겨가며 전문이라던 업무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외부 영입에서도 별 재미는 보지 못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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