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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巨富 강덕수와 윤석금

  • 2013.06.08(토) 14:57

STX의 강덕수 회장이 사면초가(四面楚歌)로 몰리고 있다. 그룹의 양대축 중 하나인 해운(STX팬오션)이 무너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인수를 검토했지만 부실 규모가 너무 크다며 포기해 결국 법원에 구원을 요청한 것이다. STX팬오션을 판 돈으로 STX그룹 정상화에 쓰려던 당초 계획은 물 건너간 셈이다. 이로써 현재 자율협약을 추진중인 조선(STX조선해양)을 기반으로 재기(再起) 의지를 보기고 있는 강 회장의 몸부림도 힘에 부쳐 보인다.


STX의 위기를 보고 있자면 맨손에서 시작하는 우리 시대의 창업자 신화는 종언(終焉)을 고하는 게 아닌지 서글픔을 넘어 원망마저 갖게 한다. ‘샐러리맨의 우상’ 윤석금 회장의 웅진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올해 2월 지주회사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윤 회장이 가져다 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강 회장이 적잖은 생채기를 냈기 때문이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은 62개로 그 중 43개는 개인 오너가 있는 대기업이다. 개인 오너들의 면면을 보면 81.4%(35개)가 대물림 거부(巨富)들이다. 대부분 “잘 살아보세”가 국가적 구호였던 시절에 그 선두에 섰던 공로로 과실(果實)을 듬뿍 맛봤던 재벌가 2, 3세 들이다. 재계 11위 STX와 40위 웅진이 지금 이 모양 이 꼴이니 앞으로 부(富)의 고착화는 더 심해질 게 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경제의 젊음과 역동성을 위해서라도 자기 힘으로 기업을 일으켜 당대 부호 반열에 오른 강 회장과 윤 회장이 잘해주길 바랐다. 압축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늙고 활기를 잃어가는 우리 경제에 밑바닥에서 만들어내는 창업 신화들이 생기(生氣)를 불어넣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말이 쉬워 창업 신화지 그 길은 보통 험난한 게 아니다. 강 회장과 윤 회장도 그랬다. 강 회장은 과거 쌍용그룹 평사원으로 입사해 지금의 STX그룹을 일궈냈다. 윤 회장은 원래 세일즈맨이었다. 그 중에서도 어렵다는 책 외판원이었다.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의 공식을 보여준 창업 신화였던 것이다.


하지만 부자가 된다는 것은 어떨 때는 무섭고 슬픈 일임을 일깨워준다. 돈 버는 방법에 관한 한, 현실이 자주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죽기 살기로 자수성가한 이들은 오히려 주류(主流)들을 닮아갔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영구불변할 것만 같던 상당수 재벌들이 쓰러지는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버텨낸 주류들의 ‘맷집’을 간과하면서 말이다.


강 회장은 조선·해운업 호황으로 돈을 쓸어 담던 시절 지나치게 일을 벌렸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화 되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자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한 다음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켜 수익을 내 빌린 자금을 갚아 나가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려온 ‘성공 방정식’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출판으로 돈을 벌어 정수기·비데 방문판매로 승승장구하던 윤 회장도 거칠 게 없었다. 2006년 태양광을 시작으로 건설, 저축은행 등 주력과는 동떨어진 곳에 너무 많은 공력(功力)을 들였다. 과감한 확장 전략이 잉태한 비극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통 없이 성장하는 기업은 없다. 두 창업 신화들이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서줬으면 한다. 부정할 수 없는 실수가 밉지만, 시간이 흘러도 도무지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갈수록 척박해지는 기업 생태계와 우리나라 경제가 역동성을 찾기 위해서라도 재기는 중요하다. 맨손으로 기업을 일으켜 세울 때의 결심과 각오가 흐지부지해지지 않도록, 안타까움을 가진 눈들이 든든한 힘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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