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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고수의 '영화학개론'.."10편 중 7편 실패"

  • 2014.04.25(금) 09:00

업력 14년 이승호 KTB네트워크 이사 세미나
문화콘텐츠투자 투자 붐..올해 정부 4천억 투자
작품 보는 눈·실행력·기술력 봐야

장면 1. 창업투자사인 캐피탈원은 최근 50억원을 중간배당했다. 콘텐츠 투자조합의 중간배당은 업계 최초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등 1000만 관객 영화에서부터 ‘감시자들’(550만 관객), ‘내 아내의 모든 것’(460만), ‘건축학개론’(411만) 등 잔잔한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들까지 캐피탈원의 투자 안목은 탁월했다. 2011년 100억원 규모로 설립된 캐피탈원은 작년 말 순이익이 82억원에 이르렀다.

장면 2. 영화 투자배급사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이하 뉴)는 올해 6월 기업공개(IPO)를 실시한다. 뉴는 지난해 대기업 계열의 CJ E&M, 미디어플렉스(오리온),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을 제치고 실질적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뉴는 2008년 자본금 20억원으로 출발한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이 5년만에 대기업 자본을 누른 것이다. 작년 한해에만 1000만 영화('7번방의 선물', '변호인') 두 편을 성공시키며, 순이익 190억원을 올렸다.

이승호 KTB네트워크 이사는 “콘텐츠를 고르는 눈과 실행력만 있다면 중소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 역대 1000만 관객 돌파 국내 영화 포스트. 도둑들(왼쪽부터), 7번방의 선물, 변호인, 해운대, 왕의 남자, 괴물, 광해.


한국 영화가 제2의 르네상스를 맞으면서, 벤처캐피탈(VC) 업계도 영화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콘텐츠 분야는 이미 정보통신(IT), 제조업 등과 함께 3대 VC 투자 분야에 올라섰다. 작년 말 정부자금인 모태펀드가 출자한 콘텐츠투자조합 규모는 9880억원. 이는 전체 VC투자조합 규모의 1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올해도 콘텐츠 시장에 4000억원 가량의 정부 자금이 뿌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관객수는 2012년 한단계 성장했다. 2006년부터 6년간 1400만~1500만 명에 머물던 한해 관객수는 2012년 1948만명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2133만 관객을 찍었다. 전 국민이 한해 4번 이상 극장을 찾았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 호주, 프랑스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승호 이사는 “주 5일 수업 영향이 컸다”며 “주 5일 근무제 도입 때는 관객이 크게 늘지 않았지만, 주 5일 수업이 도입되면서 학생과 가족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콘텐츠투자조합은 보통 모태펀드, VC, 전략적투자자(SI)로 구성된다.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에서 운영하는 모태펀드는 조합결성금의 40~60%를 출자한다. SI는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참여하는 배급사와 방송사 등이다. 보통 20~50%를 출자한다. 나머지 펀드결성금의 5~20%가 VC 몫이다.

콘텐츠 투자는 지분이 아닌 개별 프로젝트에 이뤄진다. 지분을 투자할 만한 콘텐츠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나 음반, 드라마 등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작품에 투자해, 그 성과에 따른 배당금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최근엔 콘텐츠 기술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 컴퓨터그래픽(CG)을 만드는 덱스터가 대표적이다. 덱스터는 작년 개봉한 ‘미스터 고’의 CG를 맡아 능력을 인정받았다. 제작비 200억원을 들인 ‘미스터 고’의 관객수는 132만명. 손익분기점 700만 관객에 턱없이 모자란, `재앙` 수준의 흥행 실패였다. 하지만 생동감 있게 고릴라 캐릭터를 창조해낸 덱스터의 기술은 호평을 받았다.

 

이승호 이사는 “최근 덱스터에 중국으로부터 CG 수주가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멀티채널음향을 만드는 소닉티어도 돌비 등 세계적 기업 등과 기술력 하나만으로 경쟁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개봉된 상업영화 63편의 투자수익률은 15.2%다. 2012년보다 1.9%p 증가했다. 하지만 63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19편(30.2%)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흥행에 실패하고, 일부 영화만 대박이 터진다는 얘기다. 2006년부터 6년간 이어진 마이너스 수익률에 비해 실적이 급반전됐지만, 아직도 영화 투자는 ‘로또’에 가깝다.

 

▲한국영화 투자 수익률 추이. 2004~2011년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다, 2012년 13%, 2013년 15.2%의 수익률을 냈다.(자료 영화진흥위원회)


이승호 이사는 “영화 투자는 7개의 실패를 3개의 성공으로 만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경험담이다. “2002년 처음 영화에 투자할 당시 손실 난 영화가 하나도 없었다. 투자 손실을 보는 사람들이 바보로 보였다. 하지만 2~3년 지나자 줄줄이 깨지지 시작했다. 난 마이너스의 손이다. 이 일을 오래 할수록 웰메이드 영화를 찾게 되지만, 관객의 눈높이와는 다르다. 흥행에 성공한 ‘7번방의 선물’, ‘수상한 그녀’ 등은 VC들이 투자 안하려고 이리 빼고 저리 뺐던 작품들이다. 오래할수록 실패하는 이유는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독, 배급 등 등”

※ 이 기사는 지난 23일 KTB투자증권이 출입기자를 상대로 진행한 ‘벤처캐피탈의 콘텐츠 투자’ 세미나에 강사로 나선 이승호 KTB네트워크 이사 발표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다. 이 이사는 국내에서 가장 경력이 오래된 콘텐츠 분야 VC 전문가다. 2000년 KTB네트워크에 입사, 줄곧 콘텐츠 분야에 투자 이력을 쌓아왔다. 2011년 문화부가 모태펀드 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년 이상 콘텐츠펀드를 운영한 전문가는 이 이사를 포함해 단 2명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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