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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오릭스 분쟁에 '비상근 감사'가 왜?

  • 2013.06.11(화) 13:18

STX그룹과 일본계 자본 오릭스가 STX솔라 청산여부를 두고 본격적인 갈등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릭스는 STX솔라 청산을 통해 STX에너지 지배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STX그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TX에너지의 비상근 감사가 오릭스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본인이 몸 담고 있는 기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비상근 감사라는 직위에 있는 사람이 나서서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문제의 시작은 '리픽싱' 조항

STX그룹은 지난 10일 STX에너지 비상근 감사인 이창우 전 우리CS자산운용 부사장이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STX솔라 청산에 대한 ‘위법행위 유지(留止)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감사는 STX솔라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 상황에서 STX에너지 이사회가 일부 오릭스측 이사들의 주장만으로 자회사인 STX솔라를 강제 청산하는 것은 STX에너지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오릭스는 현재 STX에너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STX(43.2%)다. 문제의 단초는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릭스는 STX에너지 지분을 3600억원에 인수하면서 경영권 보호를 위해 STX그룹이나 STX에너지에 경영상 문제가 발생하면 지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리픽싱(refixing)' 조항을 포함시켰다. 물론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자금이 급했던 STX그룹은 오릭스측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조항에 따라 오릭스는 STX에너지나 계열사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별도의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STX에너지의 지분율을 최대 88%까지 늘릴 수 있다.


당시 오릭스는 STX에너지에 투자하면서 신주를 배정받았다. 전환우선주 162만여주, 전환상환우선주 128만여주다. 이 우선주들은 보통주 1주와 맞먹는 의결권을 갖고 있다. 향후 8년간 언제든지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도 갖고 있다.


일단 전환비율은 '우선주 1주:보통주 1주'로 돼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특약'이 있다. '특정조건(Trigger)'이 발생하면 우선주 1주의 전환비율은 보통주 1.5주 혹은 2주 등으로 전환되도록 했다. 현재 특정조건은 약 7개 정도가 걸려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7개가 모두 발동되면 오릭스의 STX에너지 지분율은 88%까지 올라간다.


오릭스의 노림수는 바로 여기에 있다. STX에너지가 지분의 86.7%를 보유하고 있는 STX솔라를 청산하게 되면 STX에너지의 자산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오릭스는 리픽싱 조항에 따라 추가자금 투입없이, 우선주를 전환해 STX에너지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 이창우 감사·STX "STX솔라 청산=STX에너지 몰락"

이 감사는 이 부분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현재 오릭스가 주장하는 STX솔라의 청산가치는 500억원이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의 STX에너지에 대한 201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STX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는 STX솔라 지분과 대여금 장부가액은 900억원이 넘는다. 한영회계법인의 STX솔라에 대한 2012년 감사보고서는 '적정'의견이었다.

따라서 이 감사와 STX그룹은 "STX솔라를 청산하는 경우 STX에너지는 그 자체로 투자금액에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 STX솔라의 태양광 관련 공사계약 등에 대한 지급 보증의무까지 부담하게 된다"며 "STX솔라가 청산되면 STX솔라는 물론 STX에너지의 재무상태와 기업 가치에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STX는 지난해 말 일본 오릭스에 STX에너지 지분을 360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오릭스는 STX나 STX에너지가 경영상 문제가 발생하면 오릭스가 추가 자금 투입 없이도 STX에너지의 지분율을 88% 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조항에 합의했다.]

◇ 이창우 감사는 STX의 대리인?..'부메랑'될 수도

그렇다면 이처럼 첨예한 대립 상황에서 회사가 아닌 비상근 감사가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이유는 무얼까.

업계에서는 STX가 오릭스와의 분쟁 당사자인 만큼 이해관계상 비상근 감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상근 감사가 아무래도 이해 당사자인 STX보다 각종 의견 개진 등에 있어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고 '감사까지 반대하고 나선다'는 명분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이런 경우에 비상근 감사가 분쟁의 전면에 나선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아마 STX그룹의 대리인으로서 오릭스의 논리에 대항하기 위해 STX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아닌, 제3자 성격의 비상근 감사를 내세운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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