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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빌딩시장, 사무실은 '텅텅' 앞날은 '깜깜'

  • 2014.04.30(수) 09:48

공급과잉에 경기침체..공공기관 지방이전도 악재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시티) 오피스 입주 시작(2008년) → 중구 을지로2가 제5지구 센터원 준공(2010년) →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입주 본격화(2011년) →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준공(2012년 11월) → 여의도 FKI타워(옛 전경련회관),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 준공(2013년 12월).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리먼 사태 이후 찾아온 금융위기는 국내 경기 위축을 불러왔다. 하지만 그 직전까지 열기를 뿜었던 부동산 개발 붐은 1~2년 뒤부터 서울에는 새 업무용 빌딩을 쏟아냈다. 기업 활동이 움츠러들면서 사무실 수요는 줄었지만 이미 착공한 개발 부지에서는 건설 계획에 따라 오피스 빌딩이 들어섰다. 서울에 빈 사무실이 점점 늘어나게 된 배경이다.

 

◇ 서울 빌딩 공실률 6년만에 '8배로'

 

2008년 3분기까지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1% 미만에 불과했다. 조사하는 곳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 수치는 올 들어 8% 안팎에 이르렀다.

 

1분기말 공실률은 자산관리전문업체 메이트플러스 조사에서 7.9%, 빌딩자산관리업체 한화63시티 조사에서 8.3%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조사에서는 같은 시점 서울 공실률이 8.9%로 민간업체 조사보다 높았다. 전국 평균은 11.1%에 달했다.

 

과거에도 이처럼 공실률이 치솟았던 적은 있다. 1990년대 오피스 과잉공급 이후 맞은 97년 외환위기로 급격히 빈 사무실이 늘었던 1999년 1분기 서울 공실률은 12%에 달했다. 그러나 2000년에는 다시 빠른 경기회복으로 공실률이 0.6%까지 떨어졌다.

 

서울 공실률은 2003년 카드대란 등의 충격으로 4%선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는 대체로 1% 안팎으로 유지됐다. 공실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그 무렵 사무 공간에 대한 초과수요는 상암동 DMC를 비롯해 여의도 IFC와 파크원(Parc1, 통일주차장 터), 전경련회관 재건축 등 대형 빌딩 개발사업 붐을 불렀다.

 

2007년에는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함께 주택시장이 가라앉으며 주상복합으로 지으려던 중구 을지로2가 제5지구(센터원), 장교구역 6지구(시그니처타워), 청진5지구(스테이트타워 광화문) 등은 오피스 빌딩으로 용도를 바꿨다. 

 

하지만 2010년 전후 이런 빌딩들의 공사가 완료되면서 임차인을 찾아야 할 시점에는 사무실을 찾는 수요가 꺾였다. 빌딩이 완공될 때마다 그 주변엔 빈 사무실이 늘었다. IFC, FKI타워처럼 입주사를 찾지 못한 빌딩이나 새 건물로 기업이 이전하면서 종전에 쓰던 사무실이 비는 건물이 비일비재했다.

 

한 외국계 빌딩자산관리 컨설턴트는 "IFC가 들어서면서 여의도 일대, 그랑서울 등 도심 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종로·중구 일대,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가 진행되면서 강남 테헤란로 일대 등 서울을 돌고돌며 빈 사무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 계속 늘어나는 빌딩..임대료·수익률엔 '거품'

 

업무용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작년 말까지 5년간 서울에 공급된 신규 오피스의 면적은 약 660만㎡. 기존 건물 멸실(滅失)분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지하 3층~지상 60층에 연면적 16만6100㎡ 규모인 여의도 '63빌딩'이 40개나 들어선 셈이다.

 

이에 더해 올들어 서울에서 새로 완공될 오피스는 연면적 기준 102만㎡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회복이 더디기 때문에 공실률은 더 높아지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부동산투자자문사 저스트알의 김우희 대표는 "서울 빌딩의 공실률은 신규 공급과 맞물려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다가 점차 고르게 분산되며 상향 평준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상업용 부동산 임대료 및 투자수익률(분기) 추이. 정부는 이 통계를 근거로 빌딩 투자수익률이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보다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실제 임대료와 비용을 따지면 수익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자료: 국토교통부)

 

더구나 올 연말부터 서울 소재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충격도 예상된다. 김태호 알투코리아 이사는 "2~3년간 신규 오피스 공급이 몰리며 공실이 늘어난 것보다는 타격이 크지 않겠지만 공공기관 지방 이전 역시 서울의 공실률을 높일 수 있는 변수"라고 짚었다.

 

빈 사무실이 늘어나며 최근에는 5년 계약시 1~2년을 무료로 임대해 주는 '렌트 프리(Rent Free) 계약도 많아졌다. 이 때문에 실질 임대료도 낮아지고 있지만 정부나 민간업계 통계에서 이 같은 변화가 잡히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계약 임대료와 실제 임대료가 다르기 때문에 계약 임대료만으로 파악한 사무실 임대료나 투자수익률에는 거품이 끼어있다고 볼 수 있다"며 "대로변이나 시설이 좋은 새 빌딩만 사무실이 차고 그렇지 못한 건물은 공실이 넘치고 매매가격도 떨어지는 양극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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