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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의 법칙]④ 서열로 정하는 세제실장

  • 2014.05.02(금) 08:55

행시 기수로 '내려 받기' 관행…평균 53세 부임
심판원장 vs 기재부 양분…문창용 국장 '1순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세금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질적 리더 역할을 담당한다. 차관급 바로 아래의 고위공무원(옛 1급)으로 승진이 보장되고, 퇴임 후에는 정·관계에서 활약하는 인물도 많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나란히 세제실장을 지낸 김진표·이용섭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승승장구했고,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팀 리더였던 강만수·윤증현 전(前)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지난해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한 최경수 전(前) 현대증권 사장도 모두 세제실장 명함을 갖고 있다.

 

 

◇ '정통코스와 고속코스'

 

2000년대 세제실장을 맡은 인물은 11명이며, 이들의 부임 당시 평균 나이는 53세였다. 평균 근무기간은 14개월로 1년에 한번씩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을 마무리하면 대부분 교체됐다. 세제실장 11명 가운데 세제개편안을 두번 발표한 인물은 허용석·백운찬 전(前) 실장밖에 없다.

 

연말 국회의 세법 통과를 마무리짓기 위해 가급적 하반기에는 세제실장 교체 인사도 자제했다. 상반기에 임명된 세제실장은 9명으로 82%를 차지했고, 하반기에 교체된 경우는 2명(이희수·주영섭)에 불과했다.

 

행정고시 출신만 10명(91%)이며, 단 한번도 서열을 거스르지 않았다. 행시 선배가 후배로부터 세제실장을 물려받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만 동기 사이에서 세제실장을 이어받는 경우(이용섭·최경수 14회, 허용석·이희수 22회, 윤영선·주영섭 23회)는 있었다.

 

세제실장이 되려면 조세정책관(옛 조세정책국장·세제총괄심의관)에서 조세심판원장(옛 국세심판원장)을 거치는 것이 유력한 승진코스였다. 이용섭·최경수·이희수 전(前) 실장에 이어 김낙회 현(現) 세제실장이 전형적인 '엘리트' 과정을 밟았다.

 

심판원장을 거치지 않고 국장에서 바로 세제실장에 승진하는 코스(이종규·허용석·윤영선·주영섭)도 만만치 않았다. 심판원장 출신과 국장급이 세제실장에 오를 확률은 정확하게 50%씩 나뉘었다.

 

◇ 문창용 vs 김형돈

 

현 직위에서 차기 세제실장 후보군은 두 명으로 압축된다. '고속코스'의 대표주자인 문창용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과 '정통코스'를 밟고 있는 김형돈 조세심판원장이다.

 

문 국장이 행시 28회로 김낙회 세제실장(27회)의 후배인 반면, 김형돈 원장은 26회로 오히려 앞선다. 행시 기수를 거스르지 않는 전통과 세제실 근무 경험을 감안하면 문 국장이 한 발짝 앞서 있는 모양새다.

 

세제실 안팎에서도 문 국장의 승진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김 원장이 지난해 7월 기재부에서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으로 소속을 옮겼고, 심판원장에 부임한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점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지난해 김 원장이 조세심판원으로 갈 때부터 후임 원장에 내정된 상태였고, 세제실로 컴백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며 "차기 세제실장은 문 국장 외에 거론되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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