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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1억명]①허영만, 카톡에 길을 묻다

  • 2013.06.12(수) 10:34

IT 생태계 '지각변동'..게임사 체질 전환
만화등 '공짜' 컨텐츠 상품화 바람 주도

하나. 인기 만화가 허영만 화백은 최신 만화 '식객2'를 스마트폰으로 '판매'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지난 4월 선보인 콘텐츠 장터 '카카오페이지'에서 만화를 연재한다. 이용자는 사이버머니 '초코'를 2000원어치 사면 식객2를 한 달 동안 마음껏 볼 수 있다. 인터넷 시장에서 무료나 헐값에 팔리는 콘텐츠를 제값 받게 하자는 게 카카오페이지의 기획 취지다. 허 화백은 카카오페이지의 콘텐츠 유료화 실험으로 성과를 거둬 후배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겠다고 밝혔다. 

둘.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작년초만해도 '리니지' 같은 온라인게임이 주력인 개발사였다. 매출 대부분을 대표 게임 '미르의전설' 시리즈에서 벌어들였다. 올 1분기 위메이드는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모바일게임에서 거둬들였다. 지난해 하반기 '카카오게임'을 통해 내놓은 '캔디팡'과 '윈드러너'가 소위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탄력을 받은 위메이드는 모바일 개발자 수를 급격히 늘리는 등 스마트폰 시대에 맞게 체질을 바꾸고 있다.

 


 



◇일평균 3000만명 '들락날락'

 

카카오톡이 정보통신(IT)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온라인게임 개발사의 주력을 모바일로 돌려놓는가 하면 온라인에서 공짜로 굴러다니던 만화나 음악, 책 등 콘텐츠를 상품화시키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런칭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가입자수는 지난 9일 현재 9600만명으로 1억명 고지를 앞두고 있다. 약 3년 3개월만이다. 카카오톡은 2010년 9월 가입자수 100만을 돌파한 이후 다음해인 2011년 4월에 1000만명을 기록했다. 이후 석달에서 넉달 간격으로 사용자수를 1000만명씩 추가하며 현재도 질주하고 있다. 하루 평균 방문자수 3000만명, 하루 평균 최대 메시지 전송건수는 52억건에 달한다.

 

가입자를 기반으로 몸집을 불려온 카카오톡은 모바일 메신저 외에도 기업 마케팅 플랫폼과 게임 등 콘텐츠 중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IT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게임업계가 가장 먼저 변화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갔다. 카카오톡의 형제 서비스인 카카오게임은 기존 모바일 게임에 소셜 기능을 접목한 형태로 카카오를 지난해 흑자전환하게 한 성장엔진이기도 하다. 카카오게임은 카카오계정을 활용, 친구들과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친구에게 아이템 선물을 보내거나 자신의 게임에 초대하는 방식이라 게임사가 별다른 마케팅을 벌이지 않아도 입소문을 통해 게임이 확산된다.

 

게임과 소셜의 궁합은 찰떡처럼 잘 맞았다. 카카오게임에 입점한 게임 가운데 드래곤플라이트나 애니팡, 윈드러너, 다함께 차차차 등은 1000만 다운로드가 넘는, 이른바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위메이드가 올 1분기 흑자전환한 것도 카카오게임에서의 성공이 컸다. 위메이드가 작년 9월 내놓은 캔디팡은 출시 일주일 만에 일 매출 2억원을 달성했으며, 출시 20일만에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 국내 모바일게임 중 역대 최단기간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자 모바일 분야로 진출하는 게임사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온라인게임 강자인 CJ E&M 넷마블과 NHN 한게임, 넥슨 외에도 드래곤플라이와 바른손게임즈 등 중견 개발사들이 성공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인 카카오게임은 런칭 당시 7개였던 제휴사가 6월 현재 83개로 늘었고 게임수도 초기 10개에서 150개로 증가했다. 온라인에서 한게임이나 넷마블 같은 게임포털의 역할을 모바일에선 카카오게임이 하게 된 셈이다.

 

◇메신저→광고·게임 플랫폼으로 진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3200만명을 넘어서면서 효과적인 광고 마케팅에 목 마른 기업들도 카카오톡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1년 기업광고 플랫폼인 ‘플러스친구’라는 사업 모델을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좋아하는 브랜드나 스타, 미디어를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해 다양한 콘텐츠나 쿠폰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카카오톡 이용자와 기업을 친구 관계로 연결해 주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소비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나 기업 할인 정보와 무료 쿠폰을 얻을 수 있다. 현재 플러스친구에는 하나SK카드와 NH농협은행 등 금융사는 물론 삼성, 삼성디지털플라자, LG옵티머스 같은 전자업체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서비스 출시 초기 21개사였던 파트너수는 6월 현재 국내에서만 300여개사로 늘었다. 누적친구 등록수는 1억1500만명에 이른다.

 

카카오는 전에 없던 새로운 유통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4월 선보인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를 통해서다. 카카오페이지는 콘텐츠 상품을 누구나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유통 플랫폼. 오프라인 매체인 신문과 잡지, 도서 , 참고서와 만화 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동영상이 포함된 책이나 웹툰, 맛집 블로그, 심지어 증권사 리포트 등도 유통될 수 있다. 허영만 화백은 국내 만화작가 가운데 가장 먼저 이 곳에 둥지를 틀기도 했다.

 

국내 만화가들의 종이책을 구경하기 어려워진 요즘 만화계 원로의 이 같은 도전은 잔잔한 파문을 던졌다. 후배 작가들도 하나둘씩 카카오페이지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 4월9일 식객2를 포함한 8000편의 콘텐츠로 시작해 반응이 좋아 10일만에 1000편을 새로 증편했다. 안재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페이지에서 다양한 장르의 컨텐츠가 유통될 것이고, 컨텐츠의 적정 가치에 대한 인식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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