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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정책 十年大計]⑤'增稅로 정면돌파'

  • 2013.06.12(수) 14:40

유럽 주요국가, 소득·소비세 인상 릴레이
日, 2015년부터 주요세목 증세안 시행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난후 해외에서는 국가 재정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경기 불황이 전세계로 퍼지면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나라 살림이 팍팍해졌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재정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의 조세 정책은 한결같이 '증세(增稅)' 기조를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소득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와 같은 형태의 소비세율도 일제히 인상했다. 일본도 2015년부터 소득세와 상속증여세, 소비세를 더 걷기로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5년간 소득세와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였고, 부가가치세는 30년 넘게 10%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 외국과 같은 직접적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국제적 조세정책 트렌드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 유럽, 재정적자 감축 해법은 '증세'

 

유럽 국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부채 규모가 늘어나면서 심각한 재정 적자를 겪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그리스는 최근 5년 사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각각 20%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조세정책도 급격하게 바뀌는 추세다. 소득세와 소비세(부가가치세) 등 핵심 기간 세목들의 증세 정책이 두드러진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재정 위기에 시달리는 국가들은 2010년 이후 일제히 부가가치세율을 올렸다.

 

인상된 세율은 20% 안팎이다. 실제 소비자가 구입하는 재화나 용역의 1/5을 세금으로 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포르투갈과 그리스는 경감 세율을 적용하는 생활필수품 중 일부를 표준 세율로 전환하는 등 과세 범위를 넓히는 정책도 병행해 세수를 쥐어 짜내고 있다. 

 

소득세는 고소득층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는 방식이 유행이다. 프랑스는 2011년 25만유로를 초과하는 과세소득에 대해 3~4%p의 소득세를 더 내도록 세법을 개정했다. 소득세율은 최고 41%에서 45%까지 올라갔다.

 

같은 시기 이탈리아는 30만유로를 넘는 소득 구간에 기존보다 3%p 높은 46% 세율을 부과했고, 스페인도 44%와 45% 최고세율 구간을 새로 만들었다. 그리스는 2010년 10만유로 이상 소득에 대해 기존 40%에서 45%의 고세율을 적용했고, 영국은 2011년부터 최고세율을 40%에서 50%로 올렸다.

 

그리스는 긴축 정책의 일환으로 연대세(세율 1~5%)와 재산세(1㎡당 4유로)를 부과했고, 스페인의 경우 2011년 9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부유세(70만유로 초과 자산에 세율 0.2~2.5%)를 시행하기도 했다.

 



◇ 日, 상증·소비세율 'Up'..소득세도 추가구간 신설

 

우리나라와 유사한 조세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일본도 적극적인 증세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소비세율은 내년 4월부터 5%에서 8%로 인상하고, 2015년에는 1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소득세 최고세율도 2015년부터 5%p 인상한다. 현재 과세소득 1800만엔을 초과하는 과세소득에 40%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5000만엔을 초과하는 과세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을 45%로 높인다.

 

상장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은 내년부터 10.147%에서 20.315%로 올리고,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에서 55%로 높아진다. 경기 침체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만성 재정적자를 세율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우리나라의 배당소득 원천징수 세율은 15.4%,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2000년대 이후 50%로 고정돼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상속증여세율 인하를 추진했다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부자 감세' 비판이 제기돼 통과가 보류되기도 했다.

 

◇ 十年大計 Point☞ '해외 증세 트렌드'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소득세 과세표준 3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38%의 최고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전 정부 조세정책의 화두였던 '부자 감세'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주요 선진국들이 금융위기 이후 시행한 정책과도 흡사하다.


부가가치세는 1977년 도입 이후 10% 세율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미래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부가세율 인상 논의가 수 차례 있었지만, 중산 서민층의 세부담이 높아진다는 반대 여론 탓에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 국제적인 조세 트렌드는 위기 극복을 위한 증세 정책이지만,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에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증세를 하면 서민과 중산층 세부담이 늘고, 감세를 하면 부자들의 배만 불린다는 여론이 부담스럽다. 미래를 위해 조세개혁에 나선 새 정부가 당장 욕을 먹지 않기 위해 스스로 정책 범위를 옭아매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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