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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의 고뇌

  • 2014.05.15(목) 11:15

합병이슈·업황부진에 `30년 지킴이` 비장한 결단

작년 7월 취임식에서 김원규(오른쪽 두번째)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국내 20개 지점을 정리하고, 쿠알라룸푸르 사무소를 폐쇄했다. 희망퇴직 신청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구조조정을 책임지고 있는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의 고뇌도 깊어지고 있다. 신입사원에서 시작해 사장까지 오른 김 사장의 손에는 30년간 동고동락했던 동료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15일 우리투자증권은 전국 17개 지점과 3개 영업소(Branch)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 20개 점포는 인근 지점으로 통합된다. 대형화·거점화 전략이다. 이로써 전국 지점수는 104개에서 84개로 줄었다. 지점수가 122개에 이르렀던 2012년과 비교하면 30% 줄었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성장이 기대되는 점포로 영업력을 재배치하고, 점포 운영의 효율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올 3월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사무소를 폐쇄했다. 지난 2008년 쿠알라룸푸르를 발판으로 동남아시아 투자은행(IB) 시장을 공략하겠다며 사무소를 연지 6년 만이다. 호치민(베트남), 자카르타(인도네시아), 북경(중국) 등에서도 이미 철수했다. 현재 운영되는 해외 사무소는 상하이(중국)가 유일하다.

지난 14일부터 희망퇴직도 받고 있다. 400명가량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직원 중 14%가 떠나는 셈이다. 회사 측은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2억원대의 명예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업계 최고 대우다.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될수록 김원규 사장의 고뇌도 깊어지고 있다. 김 사장은 1985년 LG투자증권에 입사한 후, 2005년 우리증권과의 합병을 거쳐 30년간 우리투자증권을 지켰다.

그는 작년 사장 취임식 직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침체에 빠진 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곧 새 주인(농협금융지주)을 맞으면서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지난 14일 오전 김 사장은 사내방송을 통해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는 “농협금융그룹으로 편입되고, 시장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우리투자증권 임원 25명은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작년 7월 취임 때도 임원들은 일괄 사표를 냈었다. 김 사장에 대한 신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임원 대부분이 김 사장의 선후배 사이라, 고민이 어느 때보다 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그동안의 실수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 임원들은 모두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회사를 위한 업무에만 총력을 기울 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병필승(哀兵必勝) 정신을 강조했다. 방심하는 대군(大軍)보다 슬픈 마음으로 하나 된 병사들이 전쟁에서 싸워 이긴다는 뜻이다. 김 사장은 “힘들지만 지금 시기는 함께 겪어내야 할 시기임을 잊지 않고, 전쟁만큼 치열한 이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작년 7월 취임 때 김 사장이 제시한 사자성어는 단료투천(簞醪投川)이었다. 전쟁 중 하사받은 귀한 막걸리를 부하들과 함께 먹기 위해 강물에 막걸리를 풀어 다 같이 마셨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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