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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기업]④제품을 팔려면 마음을 사라

  • 2014.05.29(목) 10:38

비즈니스워치 창간 1주년 특별기획 <좋은 기업>
"여론·관치 불확실성 없애려면 묵묵히 덕 쌓아야"
外企 사회공헌 1위 '삼성'..현대차·CJ도 젊은층 호감

[중국 베이징 = 윤도진 기자] 몇 해 전 중국 동북부 도시 다롄(大連)에서의 일. 한국 음식을 파는 A식당은 맛깔스러운 요리와 친절한 서비스로 교민은 물론 현지인들도 줄을 이어 분점을 낼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식당 사장은 벽에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로 시작하는 한문본 '기미독립선언서'를 붙여놓을 정도로 애국심이 남달랐다.
 
러던 어느날 뜻밖의 일이 터졌다. 중국 손님이 역정을 내며 사장을 찾았다. 음식도 서비스도 문제가 없었지만 독립선언서 내용 중의 '지나인(支那人)'이라는 단어가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지나인은 당시 중국사람의 통칭이긴하지만 일본인이 중국사람을 비하(시나진)하는 말로 사용했던 탓이다.

 

사장은 손님을 잘 달래 돌려보냈지만 시비가 붙은 뒤 이 식당에는 중국 손님이 뚝 끊겼다. 한국 사장이 중국인을 얕잡아본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다행이 얼마되지 않아 오해가 풀렸지만 사장은 적지 않은 마음 고생을 했다.

 

오해가 풀린 건 한국 사장이 이 곳에 자리잡은 뒤 수 년 간 현지 어린이들의 개안(開眼), 심장이식 수술을 도왔다는 선행이 뒤늦게나마 알려진 덕분이었다.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차칸노르(査干諾爾)에서 진행된 현대차그룹의 사막 방지사업 '현대그린존' 프로젝트. 한 한국 대학생이 파종작업을 하고 있다.(사진: 현대차)

 
◇ "변덕 심한 中시장, 사회공헌은 보험"

이 작은 일화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교민들에게 현지에서의 사회공헌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가깝지만 먼, 비슷하지만 다른 나라 중국에서 시장을 개척하려는 우리 기업들에게 현지에서의 사회공헌 활동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이돈기 코트라 베이징(北京)무역관 차장은 "중국은 최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이슈 확산 속도가 더 빨라졌고 특히 돈 잘버는 해외 기업에 대한 나쁜 소문은 파괴력이 더욱 강해졌다"고 했다. 그는 "이런 현지 환경에서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에 대한 뜬금없는 반감을 줄일 수 있는 보험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여론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도 외자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중국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2009년부터 매년 국영·민영·외자기업을 분류해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지수를 발표하고 순위를 매긴다.  
▲ 2013년 중국 기업사회책임(CSR)지수 100대 외자기업(자료: 사회과학원)

 
작년 이 평가에서는 중국삼성이 70.5점을 받아 100대 외자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포스코(58.9점), LG화학(50.7점)이 10위 안에 들었고 현대차와 중국SK는 각각 42위, 87위를 차지했다.

한 대기업의 베이징 주재원은 "외자기업들이 13억 인구를 가진 '세계의 시장'에서 영리활동을 하는 만큼 중국 내에서의 사회적 책임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는 정부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주중한국대사관과 상하이(上海) 총영사관 등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의 CSR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황인상 상하이총영사관 영사는 "기업들에게 CSR의 필요성과 모범 사례 등을 교육, 홍보하는 동시에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 기업들이 현지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중국삼성' 중국 외자기업 CSR 1위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CSR 활약상은 중국 내 다른 외자기업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사회과학원 기업사회책임연구센터 중훙우(鍾宏武) 주임은 "외자기업 중 한국기업들의 CSR 활동 약진이 눈에 띈다"며 "그 중 삼성은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 뿐 아니라 중국기업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중국삼성은 자사가 설립한 희망소학교와 농민공 학교에 최첨단 IT 제품을 설치해 주는 '스마트스쿨(Smart School)'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중국삼성)

 
중국삼성은 작년 'CSR경영 원년'을 선포하고 CSR 연구기지까지 설립해 다른 기업들에게까지 사회공헌 활동을 전수하고 있다. 또 희망소학교 건립, 장애인 지원, 농촌 지원 등 기존에 해오던 사업과 함께 반도체 공장이 진출한 산시성(陝西省)을 'CSR시범구'로 선정, 대규모 투자와 사회공헌활동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장원기 중국삼성 사장은 지난 3월 "올해 CSR위원회를 신설해 중국 사회와 끊임없이 교류하고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삼성은 사회과학원이 설립한 MBA 과정의 교과서에 CSR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현대차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도 브랜드에 걸맞는 역동적인 CSR 활동으로 젊은층으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2008년부터 작년까지 환경단체인 에코피스 아시아와 연계해 6년째 황사 발원지인 네이멍구 차칸노르 지역에서 사막화된 호수를 초원으로 되살리는 작업을 펴왔다. 호수가 마르면서 소금기가 남아 알칼리성으로 변한 땅에 염분에 강한 '감봉'이라는 풀을 심어 사막화를 막는 일이다.

베이징현대는 이를 통해 5000만㎡의 '현대그린존'을 만드는 녹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베이징에서 북쪽으로 300km 떨어진 쩡란치의 보샤오떼노르 지역에서 '현대그린존2'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작했다. 2018년까지 새로 조성할 초지는 여의도 12배 크기인 4000만㎡다.

▲ 중국CJ는 중국우호협회와 함께 CJ CGV화해기금을 설립해 문화 소외계층 어린이들에게 음악과 무용, 요리 등을 교육하는 '꿈나무'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사진: CJ)
 
중국CJ는 한류에 매료된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문화소양을 심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부터 공청단과 함께 주관하고 있는 'CGV 토토의 영화교실'. 한중 청소년이 팀을 이루고 영화인 멘토들이 참여해 영화를 제작해 상영하는 활동이다.

중국CJ는 이밖에도 영화제, 공연 등을 통해 중국에 한국 문화 콘텐츠를 알리고, 또 한국에도 중국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를 진행해 양국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은 우리 기업에 대한 현지 젊은층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 차오양구 소재 CGV에 근무하는 왕수(王舒.25.여)씨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 기업은 매력있고 일하면서 배울 것이 많은 직장으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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