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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유감 아니면 사용자 유감?

  • 2013.06.14(금) 14:17

인간의 스마트한 라이프를 위한다며 백 만 가지 용도를 장착하고 돌연히 등장해 우리의 삶을 휙 바꿔 버린 스마트 폰. PC보다 작고 가벼운데다 늘 소지해야 한다는 모바일 폰의 특성마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만드는 데 한 몫 했다. 종일 읽고 쓰고 보는 일을 업으로 하는 나로서는 이 ‘손 안의 세상’만큼 유용하고 기특한 물건도 흔치 않았다. “에구 사랑스러운 것……” 스마트폰을 구입한 이래로 신문부터 e북까지 신나게 섭렵하느라 눈이 시큰해지고, 배터리가 뜨끈해 질 때까지 쉽게 손에서 놓기 어려웠다.

이토록 어여쁜 물건이 슬그머니 밉상이 되었다. 바로 가입자 1억 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카톡 때문이었다. 처음엔 카톡도 사랑스러웠다. 별도 문자사용료 없이 신속하게 대화 가능, 게다가 디자인도 예쁜 것이 재미있기까지 하다니 만족 그 자체였다.

그런데 하나 둘씩 기능이 덧붙여지면서, 너도 나도 카톡을 하면서부터 야릇한 불편함이 시작되었다. 기상 알람이 울기기도 전 이른 새벽부터 ‘카톡 왔숑’하며 오늘의 유머가 도착하고, 진지한 회의에 머리가 웅웅 울리는 데 서른 명도 넘는 회원들이 주고 받는 그룹 채팅 메시지가 수북이 쌓였다. 운전을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 전화 번호를 알려달라며 ‘카톡카톡’ 울리고, 채 삼분도 지나기도 전에 ‘바빠?’ 하는 재촉 카톡이 또 온다. 카톡으로 보냈는데 왜 답이 없냐며 따지는 친구에게 안 왔다는 통화를 하고 나니 그제서야 도착하는 지각 카톡까지. 답해 주느라 당최 쉴 틈이 없을 지경이다. 사진이 오고 동영상도 오고 그리 궁금하지 않은 가십거리의 주인공 사진에다 털린 이력까지 부지런히 도착한다. 카톡에 반응을 보이는 시간이 호감도와 비례한다는 속설까지 등장해 자칫 정신차리고 답을 하지 않으면 공연한 관계 진단(?) 상태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문득 ‘카톡이 정말 소통 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뜻을 오해 없이 전하고 나누는 행위인 소통의 출발은 상호 촉을 맞추는 것에서 비롯된다. 타인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의 소통이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통이란 타인에 대한 관심과 정성 그리고 배려를 전제로 한다. 때문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전에 반드시 말을 꺼내도 되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또 상대의 소통 준비 여부를 확인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일단 하고 싶은 말부터 쏟아 내는 카톡은 다분히 요즘 세대의 소통 도구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으면 괴리감을 느끼고, 나를 찾는 누군가의 메시지가 없으면 소외 당한 느낌을 갖게 되는 이른바 ‘접속 세대’가 갖는 헛헛한 마음을 꿰뚫어 본, 그 덕에 대박을 낸 히트상품임에 틀림없다.

같은 반 친구와 밤샘 공부 핑계 대고 한 방에서 퍼져 자는 경험도, 팥죽 같은 땀을 흘려가며 같이 공놀이 하는 경험도 할 수 없는 요즘 십대들은 점심시간에도 옆 줄에 앉은 친구와 카톡으로 대화를 한다. 얼굴 보고 감정을 써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 무표정하게 문자로 대화한다. 호의가 담긴 목소리와 표정, 분위기를 대신하기 위해 뭔가 더 세고 자극적인 단어와 어휘를 찾고 만들어낸다. 공유하는 행복한 경험이 없으니 자연스레 공통화제는 공감하는 스트레스.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투덜거림과 반응하는 욕설들이 수다가 되고, 쓸데 없는 수다가 잦을수록 서로 친하다고 믿는다. 소통을 통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라고 믿고 싶은 접속이 이뤄질 뿐이다.

성인들의 카톡도 못지 않다. 끊임없이 자기 PR 내용을 보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발적으로 찌라시 통신원이 되어 가십거리를 날라다 주는 이도 있고, 마치 스타인양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는 이도 있다. 심지어 모든 껄끄러운 이야기를 카톡이나 문자로 해결하려 한다. 결별도, 해고도 받는 사람의 심정은 헤아리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보된다. 필요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소통을 심지어 쿨하게 여기기까지 한다.

유감 천만이다. 다양하고 신속한 소통을 추구하며 만들어진 카톡은 반쪽자리 소통 도구가 되어버렸다. 아니 방송도구에 가깝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부르고, 자기 이야기를 내보내고 싶어하는, 접속세대가 범용으로 사용하는 외로움 탈피용 미디어로 사용되고 있다.


카톡이 대박 나니 비슷한 애들이 줄을 선다. 내 스마트폰에도 서 너 개의 유사 신규 SNS가 깔려있다. 안 하면 되지, 왠 말이 그리 많으냐고 물으신다면, “무슨 일 있어?” “왜 가입 안 해?” “혹시 나 차단한 거야?” 등등 주변의 성화와 염려가 송구하기 때문이라 답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카톡이 뭔 죄가 있으랴? 조금만 정성스레 사용해주면 문제가 없으련만. 유감스러운 건 카톡이 아니라 사용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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