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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역설

  • 2013.06.15(토) 16:49

40대 직장인 A씨. 매년 건강검진 때마다 눈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검진기관에서는 안압이 높다면서 녹내장 위험이 있으니 전문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으라고 한다. 안과에서는 새로운 장비로 이런 저런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검사 결과 " 더 지켜보자, 3개월후에 다시 검사하자"는 식으로 2년째 지속하고 있다. 예방을 위한 어떤 조처나 약 처방도 없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방병원에 들렀다가 침으로 치료를 받았다. 1~2주 치료로 판단할수는 없지만 기분상으로는 나아진 것 같다.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는 점만으로도 희망적이다.

`창조경제`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5월 `벤처·창업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이 처음 나왔고 이번달들어 `창조경제 실현 계획`이 추가됐다. 

실현 계획에는 특허를 확보한 개인이나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방안이 담겨있다. 경쟁력있는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발명 의식을 고취하며, 벤처기업의 판로 개척을 정부나 공공기관이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제까지 드러난 밑그림은 그다지 `창조`적이지 않다. 15년전 김대중(DJ)정부가 추진했던 정보통신 벤처기업 육성 정책과 많이 닮았다. 둘다 벤처기업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차세대 산업을 창출해 내겠다는게 기본 골격이다.  

창업자금지원, 투자세액공제 등 세제지원, 벤처 중소기업을 위한 주식시장 활성화 등 각론도 서로 비슷하다. 또 DJ정부가 강조했던 신지식인 담론과 박근혜정부의 1인창조기업은 벤처기업과 경제발전에서 창조적 개인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상통한다.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우리기업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는 등 글로벌화를 추구한다는 점도 유사하다. 배경면에서도 정부 출범초기에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청사진으로 제시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고민한 흔적도 많다. 특히 `묻지마 투자`나 `거품 후유증`등 과거 부작용이나 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차별화했다. 대체적 반응은 신통치않다. 특히 `창조경제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반박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여전히 모호하다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분명해졌다. 우선 새 정권이 구상하고 있는 `창조 경제`라는 개념이다. 그동안 `창조 경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의 구상하고 있는 `창조`개념과 관료들이 파악하고 있는 `창조`가 달랐다. `창조`를 정의하는 것이 과연 창조적이냐 아니냐라는 반론이 일기도 했다.

더 이상의 개념 논란은 소모적이다. 정책을 추진하려는 의도나 취지, 방향, 방법이 드러났으니 어떻게 구현하는지만 남았다. 설령 `창조적`의 순도가 낮다고 보거나 접근시각이 다르다해도 `박근혜표 창조 경제`는 구체성을 갖게 됐다.        

설령 창조경제가 DJ식 `벤처기업 육성 정책`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해도 평가절하할 일은 아니다. 벤처가 뜻하는 `모험`에는 창조적이라는 개념을 일부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창조`란 어휘가 갖는 배타적 어감을 배제시켰다는 점은 다행일 수도 있다. 창조를 위해서는 파괴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무조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기존에 창조된 것들을 융합하거나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까지 포괄한다면 효율성은 더 높아진다.

놓쳐서는 안되는 포인트가 더 있다. 창조경제, 녹색성장, 벤처IT육성 등 번지르르한 구호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지속성을 갖고 실천하느냐가 핵심이다. 

계획을 짜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 중간에 저항이나 반발 등이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정성을 갖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동참을 유도하는 과정말이다.

앞에서 소개한 A씨의 경우는 필자의 사례다. 창조경제 얘기 하는데 무슨 병원얘기냐 하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창조냐 아니냐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목이 아픈데 양방병원을 갈지, 한방병원을 갈지 고민한다. 안압치료를 위해 한방과 양방 치료를 한곳에서 받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한게 답답하다.

한의사는 한의사대로, 양의사는 양의사대로 갈수록 먹고사는 일이 힘들다고 하고 국민은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못해 불편해한다. 한방과 양방이 서로 영역을 갖고 싸우는게 20년이 넘었다. 아이디어 부족만은 아닐 것이다. 길게보고 일관성을 갖고, 인내심을 발휘하며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 그림은 그려졌다. 문제는 행동이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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