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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안 거래소]③로비못하는 전문가 `눈치만`

  • 2013.06.18(화) 10:49

정부와 교감못하면 겉돌아 `관료출신 무시 못해`
"잘못된 시스템 고칠때다..정부가 먼저깨야" 지적도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이 앞다퉈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의 자질과 능력보다는 어디 출신이냐 여부가 더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와 민간 사이에서 원활하게 소통해야 하는 거래소 이사장직이 갖는 특수성이 작용한다. 한국거래소의 경우 정부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정부가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3명의 후보를 뽑아 주주총회에서 이 가운데 한 명을 이사장 후보로 선임한다. 그러나 거래소가 공공기관인 만큼 3명의 후보추천 과정에서는 정부의 입김이 분명 작용할 수 있다.

대신 거래소는 증권사를 비롯해 국내외 금융투자회사와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 구성된 39개 주주사가 주주총회에서 각자 지분율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한다. 최종 결정권은 주주사들이 가질 수밖에 없고 정부의 뜻과 상관없이 패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은 후보가 이사장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정부와의 교류에 실패할 수 있고 거래소에는 이미 비슷한 전례를 경험한 바 있다. 결국 이사장으로서는 오로지 전문성만을 펼치기에도 무리가 있고 정부와 민간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든 정부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정부와 업계의 모든 입맛을 맞출 수 없다는 게 지금의 딜레마다.

정부와의 교감 실패도 결국 정부가 이를 어렵게 만든 결과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그 틀을 깨야될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최고경영자는 재무부 관료 출신이 되야 정부와 통한다는 논리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일례로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도 당시 재무부 출신이 떨어졌는데 업계에서는 그 뒤로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오더라도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료들이 민간을 배제하고 관료출신들끼리만 교류를 하면서 그들만의 울타리를 치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비효율적인 체계를 가져갈 것인가"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우주하 코스콤 사장 역시 사의를 표명했는데 관료출신이 오면서 끊임없이 노사갈등이 야기됐고 오히려 직원들과는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관료 출신 수장을 무조건 정답으로 몰고 갈 순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는 거래소가 여러 이사장을 맞이하면서 증권업계가 겪은 고민이 그대로 투영됐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이사장들의 이력을 보면 관료 출신과 민간 출신 모두 이렇다 할 명확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초대 이사장을 지낸 이영탁 전 이사장은 관료 출신이다. 행정고시를 거쳐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지냈고 기획원 예산실장, 교육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등 대부분 관료직을 수행한 후 거래소 이사장으로 왔다.

그가 선임될 당시 여러 분야를 거치며 전문성을 인정받았지만 업계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추진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왔고 인사갈등에 따른 재공모 과정에서 '어부지리'로 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후 이정환 전 이사장이 후임으로 왔지만 관료출신임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을 밀어내고 이사장에 오른 후 임기내내 정부와의 소통에 애를 겪었다. 결국 임기를 1년 5개월이나 남겨놓고 불명예 퇴진했다. 한국거래소는 이 전 이사장 시절 공공기관으로 다시 지정되는 수모를 겪었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었다.  


임기 종료를 앞둔 김봉수 이사장은 쌍용투자증권에서 시작해 키움증권 부회장까지 오르는 등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러나 정부와의 소통엔 실패했고 전문적인 능력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업적이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결과를 단순히 개인의 능력으로 볼 것인지 정부의 비협조와 외면이 작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정부와 민간을 모두 떠안고 가지 않으면 결국 궤도에서 이탈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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